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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덕행 기자
  • 입력 2023.02.28 16:17
  • 수정 2023.02.28 16:23
  • 댓글 0

'불타는 트롯맨'의 영웅이 아닌 계륵이 된 황영웅

/사진=MBN
/사진=MBN

파도 파도 괴담뿐이다. MBN '불타는 트롯맨'의 출연자 황영웅을 향한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강하게 하차를 요구했지만 제작진은 이를 인지하고도 결승전 방송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대응으로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성숙해진 팬덤을 간과한 '불타는 트롯맨'의 위험한 선택은 상승 중인 프로그램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

'불타는 트롯맨' 측은 결승 1차전이 공개되는 28일 황영웅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고 방송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영웅은 지난 24일 사전 녹화된 네이버 나우 '불타는 트롯맨' TOP 8 스페셜 토크쇼에도 편집 없이 등장했다. '불타는 트롯맨' 결승전은 이미 사전 녹화를 마쳤다. 결과 발표에 한해서만 생방송이 진행된다. 황영웅의 무대는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와 마찬가지로 편집 없이 공개될 계획이다.

/사진=황영웅 인스타그램
/사진=황영웅 인스타그램

황영웅은 과거 문신 및 상해죄 전과 등의 행적이 문제가 되며 논란이 됐다. 문신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호불호가 갈릴 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활동을 보이콧할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폭행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한 피해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초 폭로 이후에도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데이트 폭력, 학폭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황영웅은 최초 제기된 상해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 그 외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제작진 역시 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확인했다고 하면서도 추가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청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건 황영웅과 제작진의 태도다. 황영웅은 "못난 아들 뒷바라지 하며 살아오신 어머니와 생계를 대신해서 저를 돌봐주신 할머님을 생각하여 용기 내어 공개적인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감성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작진 역시 "제기된 내용에 있어서 서로 다른 사실이 있음도 확인했고,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도 된다"며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였다. 출연자 선정 과정에서 진행했다는 서약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사진=MBN
/사진=MBN

누가 봐도 무리수다. 팬덤 내부에서도 황영웅의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왜 제작진은 황영웅의 출연을 강행하고 있다. 황영웅이 '불타는 트롯맨'의 흥행에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첫 방송부터 강한 첫인상을 남긴 황영웅은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노래뿐만 아니라 훈훈한 이미지까지 완성했다. 첫 방송부터 쌓아 올린 서사가 가장 강력하게 터져 나오는 결승전을 앞두고 이러한 이력의 참가자가 하차한다면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제작진의 입장에서 바라본 해석이다. 또한 황영웅이 쌓아 올린 서사와 이미지 역시 폭로 이전의 이야기다. 과거가 공개된 이후에는 황영웅의 진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제작진, 즉 '서혜진 사단'의 선택은 황영웅을 안고 가는 것이었다. 서혜진 PD는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당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트로트를 선택한 서혜진 국장의 승부수는 곧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러나 황영웅을 내치지 않은 이번 선택은 위험한 모험이다.

/사진=MBN
/사진=MBN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나름의 전략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그 전과 달리 트로트라는 장르의 팬덤이 많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미스트롯'·'미스터트롯'을 위시한 트로트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기고 팬덤이 커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내 가수'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트로트 판이 안정화되고 주류 음악계로 진입을 시도하며 팬덤 역시 성숙해지고 있다. 물론 맹목적인 팬심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 비율을 살펴보면 현저히 줄어들었다. 

보다 넓은 의미의 시청자층은 더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각종 예능에 출연하는 비연예인 출연자가 과거 논란이 점화되며 하차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례가 폭력이다. 그만큼 폭력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많이 변화했지만 제작진은 이를 간과했다. '서혜진 사단'이 주축이 된 '미스트롯2'가 학폭 의혹이 있던 진달래를 곧바로 하차시켰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번 선택은 의아하기까지 하다.

이렇듯 위기 상황에서 위험한 승부를 건 '불타는 트롯맨'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뜨겁게 불타고 있다. 그러나 즐거운 캠프파이어가 아니다. 최종 우승자에 대한 치열한 추측도 이후 펼쳐질 콘서트에 대한 기대도 '황영웅 논란'이라는 거대한 화마가 집어삼키고 있다. 불길을 잡지 못해 잿더미만 남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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