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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덕행 기자
  • 입력 2023.02.28 11:41
  • 댓글 0

카카오, 하이브에 전면전 선언..격해지는 SM 인수전

/사진=하이브,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하이브,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인수전이 격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개매수에 나선 하이브는 마감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목표 지분율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웅크리며 기회를 노리던 카카오는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SM 현 경영진 역시 카카오와 발을 맞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매입해 1대 주주에 올라선 하이브는 이와 동일한 12만 원에 소액주주들의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하이브는 공개 매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등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박지원 하이브 CEO/사진=하이브
박지원 하이브 CEO/사진=하이브

하이브는 지난 24일 SM과 카카오의 전환사채 인수 계약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고, 계약서상 두 회사가 수평적 협력관계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 경영진에게 해당 계약과 관련된 세부 의사결정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아가 계약의 적법성을 따져본 후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이브는 SM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도 "기존 자사주 매입 규모의 10배에 가깝다. 다시 한번 불법행위에 나서고 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우려 행위가 이사회 의결을 통해 단행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하이브가 날 선 공방을 계속해서 펼치는 것은 공개 매수 등 지분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예상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공개 매수는 28일 마감된다. 그러나 목표 지분율인 39.8%를 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개 매수 기간 대부분 SM 주가는 12만 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16일에는 역대 최고가인 13만 3600원까지 치솟았으며 그날 IBK 판교점에서는 SM 주식 전체 일일 거래량의 15.8%가 매수되기도 했다. 하이브는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 사이 하이브와 대척점에 있던 카카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SM의 지분 9.05%를 확보한 카카오는 그동안 경영권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 협력 차원에 따른 지분 인수임을 강조해왔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던 카카오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SM과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더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며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하이브는 "'SM과의 사업적 협력 대신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카카오가 말한 '모든 방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 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실탄 역시 충분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1조 2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카카오엔터는 지난 24일 1차 투자금 8975억 원이 납입됐다고 공시했다. 이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한다면 인수전의 판이 또 한번 뒤바뀔 수 있다. 만약 공개매수가 진행된다면 업계에서는 14~15만원 대의 가격을 예측하고 있다.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사진=SM엔터테인먼트

SM 현 경영진 역시 이에 맞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2022~2024년 당기순이익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던 SM은 이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급하기로 되어 있던 635억 원을 자사주 매입, 소각에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와 함께 SM은 "하이브가 증권사를 압박하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한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이 지연되고 있다"며 하이브를 압박했다.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것은 3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주주총회다.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한 채로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의결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하이브는 SM 전체 주주들을 상대로 2개 안건(이사·감사 선임 및 정관 변경)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SM 역시 주당 1200원 현금배당, 이사회 관련 정관 변경, 신규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으로 구성된 안건을 제시하며 의결권 위임을 부탁하고 나섰다. 

국민 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등 지분을 대량 보유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70%가 넘는 소액주주의 표심은 아직도 엇갈리고 있다. 주주총회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격화되는 인수전 속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될 쪽은 어디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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