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신재하, 달콤살벌한 만감의 얼굴

'일타 스캔들' 신재하, 사진제공=tvN
'일타 스캔들' 신재하, 사진제공=tvN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 여은호, 연출 유제원)에서 신재하가 연기하는 지동희는 싹싹하고 바르다. 한눈에 봐도 호감형 외모에 상냥함과 다정함까지 갖췄다. 자신이 보필하는 일타 수학강사 최치열(정경호)이 섭식장애로 고생하자 한술이라도 먹이기 위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업무 능력도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겉으로 티를 내거나 잘난체하지 않는다. 다정한 말투와 온화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때문에 그와의 첫만남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정한 남자"로 보기 일쑤다. 치열이 직원들에게 쓴소리를 뱉으면 포근한 말로 달래는 것도 동희다.    

지동희 실장은 햇살의 기운을 틔워내던 '다정의 아이콘'이다. 아니, 이었다. 12회에 이르러 돌연 낯빛을 바꾼 지실장은 '일타 스캔들'의 강렬한 반전을 몰고왔다. '니가 알던 내가 아냐'라는 유행가가 BGM으로 깔릴 법한 반전이었다. 단정하고 맑은 인상을 가진 인물이 돌연 악행을 행할 때, 그 의외성과 무게감은 배가된다. 발랄한 감성에 집중해 중년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보여줬던 이 드라마에서, 바른 얼굴 위로 서늘함을 순간적으로 얹어낸 미스터리한 인물 신재하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인다.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지실장은 1회부터 10회까지 수면 위 백조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선 선한 눈웃음으로 시청자를 안도시켰다. 그저 마음 품 넓은 남자일 거라 굳게 믿게 만들어놓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언성을 높이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침착하고도 멋있는 서브 남주로 느껴지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차분하고 다정해서 처음 머물렀던 시선은, 후반부 섬뜩한 광기로 변모시키며 잠시도 눈길을 돌릴 수 없게 한다. 

'일타 스캔들' 신재하, 사진제공=tvN
'일타 스캔들' 신재하, 사진제공=tvN

무쌍의 가늘고 기다란 눈과 광대가 도드라지는 굵은 얼굴선. 웃을 때는 반달이 되는 해사한 눈과, 무표정일 때는 어딘가가 섬뜩한 검은 눈동자. 14회에서 치열이 동희에게 "내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았나 보다"라고 뱉었던 대사는, 이를 연기한 본체 신재하를 두고 하는 말처럼도 들린다. 알 수 없어 신비롭고, 다면적이라 쉽게 예측 불가능하다. 봄에서 겨울로 안면의 온도를 단번에 바꿀 정도의 안면 운용을 잘 해내는 배우라는 것을 '일타 스캔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힘껏 증명해 보인다. 

신재하는 지실장을 통해 자신이 연기해온 인물들의 면모를 조금씩 품어내며 지난 필모그래피를 추억하게끔도 만든다. 사람 좋은 웃음은 tvN '가족입니다'의 지우를 닮았고,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지 선과 악의 경계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은 KBS2 '오늘의 탐정' 김결과 닿아 있으며, 순간적으로 드러내는 섬뜩한 광기는 MBC '웰컴2라이프'의 필우가 교묘하게 걸쳐져 있다. 그간 신재하는 편향되지 않는 다채로운 인물들을 연기했고, 이는 그가 언제라도 작품 속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믿음직한 자양분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가 꿈이었던 신재하는 경기에서 지면 씩씩대며 울어대던 승부사 기질이 강한 아이였다. 부상 후 운동을 그만둔 뒤에는 '노는 애는 공부 못한다'는 시선이 싫어 매일 2시간씩만 자며 책상 앞에 앉아 중학교 모의고사 석차 전국 1.1%의 성적표(중학생 때)를 받아냈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자 평소 하지 않았던 일도 해보고 친구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해가며 결국 노력형 외향형으로 성격을 바꿨다. 빙판이건 책상이건 간에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던 소년은 배우라는 최종 목적지에서 여전히 악착같이 승부를 본다.

멋진 승부로 드러낸 존재감은 '일타 스캔들'의 지실장에 이어 이제 막 돛을 올린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 연출 이단)의 어수룩한 신임 택시기사 온하준의 활약까지 기대하게 만들며 그의 내일에 더한 응원을 부르고 있다. 

저작권자 © 아이즈(iz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