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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덕행 기자
  • 입력 2023.02.27 15:00
  • 수정 2023.02.27 15:44
  • 댓글 0

떠난 김태호와 남은 '놀면 뭐하니', 음악으로의 도돌이표

김태호PD(좌), 놀면 뭐하니?(우)/사진=유튜브, MBC
김태호PD(좌), 놀면 뭐하니?(우)/사진=유튜브, MBC

동반 성장을 꿈꾸며 아름답게 이별했다.

시작은 의도대로 흘러갔다. 각자의 자리에서 강점을 보여주며 자리 잡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점차 아쉬운 부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은 조금씩 사라지고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MBC를 떠난 김태호 PD와 MBC에 남은 '놀면 뭐하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22년 김태호 PD의 퇴사가 알려졌을 때 그를 향한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PD 중 한 명인 그가 방송국의 제약에서 벗어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는 의견과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외에 별다른 연출 경험이 없는 그가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다. 퇴사 후 김태호 PD의 첫 연출작은 티빙 오리지널 '서울 체크인'. 이효리와 함께한 '서울 체크인'은 티빙이라는 브랜드는 물론 OTT 예능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예능의 전체적인 판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다만 '서울 체크인' 이후에는 정체가 시작됐다. 김태호 PD는 '서울 체크인'의 성공을 발판 삼아 후속작 '캐나다 체크인'을 만들었지만 전작 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최근 공개된 '지구마불 세계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김태호 PD의 첫 유튜브 예능으로 관심받은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수 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 24일 첫 공개됐다. 23일 목요일 저녁에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자정을 넘겨 24일에 공개된 것이었다. 더군다나 분량은 15분에 불과했다. 내용적으로도 늘어지는 편집과 지나치게 재미를 아낀 흐름으로 큰 실속이 없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아직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호 PD의 다음 연출작은 tvN '댄스가수 유랑단'이다.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가 전국을 돌며 팬들과 함께하는 전국투어 콘서트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음악이라는 소재는 김태호 PD가 가장 선호하고 잘 할 수 있는 소재다. 퇴사 이후 음악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김태호 PD는 일련의 부진 속에 다시 음악을 택한 것이다.

/사진=MBC
/사진=MBC

'놀면 뭐하니?'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놀면 뭐하니?'는 박창훈 PD 체제로 전환된 뒤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패밀리십 관계에 있던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가 정식 멤버로 전환됐으며 박진주, 이이경까지 합류하며 7인 체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른바 '부캐 예능'인 '놀면 뭐하니?'는 새로운 멤버들의 합류로 일시적인 효과를 누렸다. JMT, 놀뭐 복원소, 놀뭐 경찰서 등 다양한 에피소드에서는 기존 멤버들과 새 멤버들이 조화를 이루며 신선함을 선사했다. 멤버들 사이의 케미도 조금씩 구축됐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흐름은 김태호 PD가 떠난 이후 하락세다. 새해 들어 비드라마 TV화제성,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등 각종 지표에서 이름을 찾기 어려워졌다. 시청률 역시 증감을 반복하며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늘어지는 편집과 구성, 아직은 미비한 캐릭터와 패밀리십 등이 꼽히고 있다.

결국 '놀면 뭐하니?'의 선택도 음악이었다. 지난 25일 방영된 '놀면 뭐하니?'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나서는 제작진과 유재석의 모습이 그려졌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이름은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과거 유재석이 예능 후배들과 춤을 연습하는 영상에서 출발한 '땡처리 엔터테인먼트'는 '탑100 귀' 유재석이 소장 중인 데모곡까지 곁들이며 음악과 춤을 소재로 한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댄스가수 유랑단' 멤버들/사진=티빙
'댄스가수 유랑단' 멤버들/사진=티빙

김태호 PD과 '놀면 뭐하니?'는 '돌고 돌아' 음악이라는 소재를 다시 택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의 다양한 가요제, 토토가를 비롯해 '놀면 뭐하니?' 싹쓰리, 환불원정대, MSG 워너비 등을 통해 음악이라는 소재에 강점을 드러냈다. '놀면 뭐하니?' 역시 김태호 PD가 떠난 뒤에도 'WSG 워너비' 프로젝트를 통해 뛰어난 파급력을 자랑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태호 PD과 '놀면 뭐하니?'가 선보일 음악 예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부정적인 시선도 함께 존재한다. 김태호 PD가 음악 예능을 성공시켰을 때에는 항상 유재석이라는 페르소나가 함께 있었지만 '댄스가수유랑단'에는 없다. 음악 예능에서의 유재석은 단순한 진행자를 넘어 날카로운 감각으로 노래를 분석해 흥행에 기여했다. 물론 '댄스가수유랑단'이 음악 자체보다는 공연에 더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유재석의 부재에 걱정을 나타내는 시청자도 많이 있다. '놀면뭐하니?'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놀면뭐하니?'에게 음악은 '치트키'와도 같은 소재였지만 그 빈도가 점점 짧아지며 일부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놀면 뭐하니?'는 김태호 PD와 반대로 과도하게 유재석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받기도 했다.

음악이라는 소재는 순간의 아쉬움을 덮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엔 문제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음악이라는 소재를 택한 김태호 PD와 '놀면 뭐하니?'의 같은 듯 다른 홀로서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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