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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덕행 기자
  • 입력 2023.03.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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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로 선회한 하이브·카카오..다가오는 주주의 시간

방시혁 하이브 의장(좌),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우)/사진=하이브, 카카오
방시혁 하이브 의장(좌),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우)/사진=하이브,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에 나선 하이브와 카카오의 인수전이 격해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갉아 먹으며 최초의 플랜이 어그러졌다. 양 사 모두 새로운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고 있는 주주들만 미소를 짓고 있다. 

SM 발행주식 25.0%를 주당 12만 원에 사들이는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지난달 28일 종료됐다. 하이브가 공시한 종료일은 3월 1일이었지만 공휴일이라 마지막 거래일은 지난달 28일이었다. 공개매수에 응한 물량은 오는 6일 공시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개매수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발표한 이후 SM주가는 급등했고 꾸준히 12만 원 위에서 거래됐기 때문이다. 공개매수 마감일 역시 SM은 전일보다 6.07% 오른 주당 12만 7600원에 장을 마쳤다.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노렸던 하이브를 방해한 주체는 '기타법인'이다. 지난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는 SM 전체 발행주식의 2.9%에 달하는 68만 3398주가 한 기타법인 계좌에서 거래됐다. 28일에는 기타법인이 지분 4.56%에 해당하는 108만 7801주를 매수했다. 하이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이브는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고 금융감독원은 "금융당국의 시장 질서 확립 의지에도 불구하고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는 신속하게 조사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하이브,카카오
/사진=하이브,카카오

지금까지의 그림만 놓고 보면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하이브에게 큰 타격이다. 하이브가 세운 플랜A의 시작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넘겨받은 뒤 소액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끌어올리며 카카오를 따돌리는 것이었다. 안정적인 지분과 함께 주주총회에 참석, 이사회 선임을 마무리하고 SM을 하이브의 레이블로 편입시키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며 하이브의 첫 번째 플랜은 어그러졌다.

하이브와 대척점에 있는 카카오 역시 골치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하이브보다 먼저 SM과 손을 잡았다. 최대 주주가 아닌 2대 주주 등극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추후 SM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봤다. 카카오는 천천히 인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지만 돌연 하이브가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던 카카오는 결국 전략을 수정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미 카카오가 움직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한 기타법인이 카카오의 우호 세력이라는 것이다. 만약 기타법인이 매수한 지분(7.29%)이 모두 카카오의 우호지분이라면 상황에 따라 카카오의 지분은 하이브와 비등하거나 오히려 앞설 수도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사진=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와 카카오는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새로운 플랜을 세웠다. 그 새로운 플랜은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집중되어 있다. 하이브는 SM 전체 주주들을 상대로 2개 안건(이사·감사 선임 및 정관 변경)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카카오와 손을 잡은 SM 현 경영진 역시 주당 1200원 현금배당, 이사회 관련 정관 변경, 신규 사내·사외 이사 선임 등으로 구성된 안건을 제시하며 일반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부탁했다. 

물론 지분 확보에 대한 다른 루트 역시 모색 중이다. 특히 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M의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등이 있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금액과 규모가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31일까지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수전의 분수령이 될 여러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요청한 가처분 신청 결과는 늦어도 이번 주 안에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시세조정 혐의에 대한 금융 당국의 조사 결과 역시 주목해야 한다. 지분을 대량 매입한 '기타법인'의 정체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하고 주요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웃고 있는 것은 70%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이다. 지난해 7~8만원대를 유지하던 SM 주식은 이제 12만 원을 넘어 13만 원까지 넘보고 있다. 추후 갈등이 심화된다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 역시 남아있다. 지금 당장 주식을 파는 것도 좋지만 인수전이 마무리 된 이후까지의 큰 그림을 봐도 희망적이다.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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