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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마블만 유니버스가 있는 건 아냐

연말연시 심심하다면 넷플릭스 세계관 탐험하자

 

'종이의 집'(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로스트 인 스페이스', 'DC 타이탄', 사진제공=넷플릭스
'종이의 집'(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로스트 인 스페이스', 'DC 타이탄', 사진제공=넷플릭스

마블코믹스 콘텐츠가 일시에 넷플릭스에서 사라졌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를 제하고는 깡그리 증발했다. 디즈니+가 론칭했고 그 속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안착했다. 마블의 세계관이 굉장히 대중적이고 인기를 구가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니버스라는 게 별건가? 자기 취향에 맞으면 어떤 세계관이던 동조할 수 있는 게 메타버스 시대의 흐름이니 말이다. 넷플릭스는 굳건하게 다양한 세계관을 품으며 다채로운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생성하며 최근 피날레 또는 시즌 마무리를 장식한 넷플릭스 속 시리즈 3편을 연말연시에 즐겨보자. 

DC 타이탄, 사진제공=넷플릭스
DC 타이탄, 사진제공=넷플릭스

DC 타이탄 Titans

마블이 강세라는 걸 부정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C의 유니버스 역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아이언맨’을 필두로 한 마블의 유니버스에 비해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 합세한 ‘저스티스 리그’는 매번 후반부에 굉장히 실망스러운 서사 및 이미지를 보여 온 것도 사실이다. 그 탓에 DC 슈퍼 히어로들의 합체에 큰 기대감을 걸진 않았었다.

하지만 ‘DC 타이탄’은 조금 예외다. 코믹스 ‘틴 타이탄즈’를 기반으로 2018년부터 시작된 ‘DC 타이탄’은 꽤나 흥미로운, 저작권을 독점하고 있는 DC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일단 배트맨 말고 로빈, 원더우먼 대신 원더걸, 수퍼맨 대신 수퍼보이 등이 등장하는 타이탄즈의 서사는 매력적이다. 시즌 1은 로빈을 관둔 딕 그레이슨이 고담이 아닌 디트로이트 시티에서 히어로들과 어울리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 2는 1에서 이어지는 서사인데, 타이탄즈가 어둠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2021년 최근 막을 내린 시즌 3는 배트맨이 증발한 고담으로 돌아온 타이탄즈의 도시 구하기를 주축으로 한다.

그냥 이렇게 시리즈를 논하면 굉장히 단순한, DC 히어로들의 키즈들 이야기 아닐까라는 단순화가 되기 쉽다. 하지만 ‘DC 타이탄’은 꽤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적절하게 사용되는 삽입곡들 역시 액션 내러티브를 탄탄하게 뒷받침해준다. 앞서 말했듯 ‘DC 타이탄즈’는 (특히 국내에서) 침몰하는 DC의 세계관 때문에 크게 기대를 얻지 못했다. 일종의 반전이 일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이 시리즈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최근 시즌 3를 선보였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자못 기대되는 작품이다. ‘시간 순삭’이니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종이의 집', 사진제공=넷플릭스
'종이의 집', 사진제공=넷플릭스

종이의 집 La Casa de Papel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를 휩쓸기 이전에 ‘종이의 집’이 있었다. 살바도르 달리 가면을 쓰고, ‘오징어 게임’처럼 레드 컬러의 오버롤즈를 입은 무리들이 스페인 조폐 공사를 점령했을 때 전 세계는 시쳇말로 난리가 났다. 교수라는 리더를 필두로, 베를린, 덴버, 도쿄, 헬싱키 등 도시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은 엄청난 팬덤을 구축했고, ‘종이의 집’이 드러내는 체제 전복적 세계관에 열광했다.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같은 기막힌 강도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강도들이 단순 강도가 아니라 돈을 찍어내는 시간 동안 시스템과 투쟁하는 이야기였다. 그 모습은 마치 과거 이탈리아 반파시즘 저항군이었던 파르티잔을 연상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이런 과거의 투영은 주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삽입곡 ‘Bella Ciao’ 덕이다. 필자만 하더라도 이 노래를 원곡부터 리메이크곡까지 얼마나 숱하게 재생했는지 모른다.

‘종이의 집’은 최근 시즌 5를 마무리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시즌 2까지의 내러티브는  굉장하다고 평해도 과함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시즌 3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시즌 4~5는 전 시즌에 의거해 또 다른 강도 서사를 펼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종이의 집’은 사실 시즌 2에서 마무리되는 게 가장 최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덤이 들끓으니 새로운 시즌을 계속 제작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아, 이 말이 시즌 4와 5가 흥미롭지 않다는 건 아니다. 곡해하지 말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시즌이 이끌어낸 어떤 저항을 향한 투지가 조금은 허무맹랑한 광기로 이어지는 바도 없지 않다. 모든 시즌을 다 시청하는 건 청자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즌 2까지는 ‘오징어 게임’에 비견될 만한 광풍을 불러일으킨 시리즈 임에는 틀림없다. 2022년 7월에는 한국판 ‘종이의 집’이 공개된다고 한다. 이 역시 한 번 기대해본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로스트 인 스페이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로스트 인 스페이스 Lost in Space
디즈니+에는 MCU 말고도 ‘스타워즈’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또 다른 유니버스가 있다. 그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탁월한 시리즈 ‘만달로리안’이다. 영화 ‘스타워즈’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스페이스 오디세이다. 정말 복잡한 스타워즈의 드넓은 유니버스가 부담스럽다면 넷플릭스가 세 개의 시즌으로 펼치는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시리즈는 1965년부터 1968년까지 방송사 CBS가 선보인 (사실 그 이전에 만화 원작이 있지만) 걸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지구에 인류가 생존하기 힘들게 되면서 인간은 또 다른 정착지를 우주에 마련하고 이주하기 시작한다. 그 속에 로빈슨 가족이 포함되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마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처럼 한 가족의 익사이팅한 우주 표류기를 담아낸다. 여기에 핵심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가족의 막내인 소년과 교감하는 우주 생명체 로봇이다. 시즌 1은 로빈슨 가족의 표류와 로봇과의 만남을, 시즌 2는 정착지로 떠났지만 다시 표류하게 되며 선한 로봇 이외에 또 다른 로봇(일종의 우주 생명체에 더 가깝다)이 있음에 대한 이야기, 시즌 피날레인 3는 그 로봇의 기원과 인류의 구원에 대한 내러티브를 펼친다.

원작의 리메이크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닥터 후’처럼 구닥다리 원작의 키치함을 그대로 복원하는 방식과 ‘로스트 인 스페이스’처럼 조금 더 세련된 스타일로 다시금 만들어내는 그런 방식 말이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가 마치 ‘닥터 후’처럼 만들어졌다면 세간에 회자될 일이 별로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SF장르의 팬들에게 또 다른 유니버스를 만들어낼 만큼의 훌륭한 퀄티리로 만들어졌다. 이 시리즈는 가족 중심주의를 강하게 어필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생존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다. 다음 시즌이 없다고 하니 더 아쉬운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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