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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오정세, 착해서 더 짠한 우리 보물 삼촌

오정세, 사진제공=TV CHOSUN
오정세, 사진제공=TV CHOSUN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삼촌이 주위에 있으면 든든하다. 아빠와는 또 다르다. 촌수로는 이모와 같은데 이모가 주는 각별함과도 좀 다르다. 무슨 이유인지 유독 삼촌은 동심에 가까운 느낌이다.

특히 어린 조카보다 더 유치하게 구는 백수 삼촌일수록 더 삼촌스럽다. 현재 방영중인 TV조선 엉클’(박지숙 극본, 지영수 연출)에서 배우 오정세가 보여주는 삼촌도 그렇다.

엉클의 타이틀롤 오정세는 빈틈은 많지만 그만큼 더 정겨운 모습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딱 그런 삼촌이 되어주고 있다. 최근 2년간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작이 되고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입지를 다진 그가 생애 첫 드라마 주연작인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친근하고 편안함을 마음껏 분출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엉클은 누나의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얼떨결에 초딩 조카를 떠맡은 루저 뮤지션 삼촌의 유쾌한 생존기이자 성장기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JK라는 이름으로 대망의 1위에 올랐지만 사기를 당하며 가수의 꿈이 좌절된 주인공 왕준혁(오정세)이 조카 민지후(이경훈)를 돌보며 하루하루 성장한다.

드라마 초반 준혁은 볼품없는 몰골로 이웃들은 물론 조카인 지후에게도 외면당하는 신세였다. 그러나 극성스러운 맘카페 회원들의 텃세가 심한 아파트 단지 내 임대동에 살면서 조카를 지키기 위해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오정세, 사진제공=TV CHOSUN
오정세, 사진제공=TV CHOSUN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괄시받지만, 사정상 전학을 갈 수 없는 지후를 위해 맷집을 키우며 단단해지고 있다. 때로는 방황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서며 진짜 어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다.

준혁과 지후를 비롯해 준혁의 누나이자 지후의 엄마인 왕준희(전혜진)까지 세 가족이 보여주는 애틋한 이야기는 보는 이의 눈가를 뜨겁게 한다. ‘엉클은 영국 BBC에서 인기를 끈 동명의 코믹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인데,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하면서 코믹한 듯 가슴 찡한 가족애가 강조되고 있다.

임대차별부터 학교 내 치맛바람 등도 그렇고, 준혁 가족을 차별하며 중상모략하는 로얄맘블리회원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분노지수를 높인다. 하지만 엉클이 담아내고 있는 드라마의 밝은 기운은 준혁 가족이 온갖 난관을 이겨내고 마침내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확신하게 한다. 최근 방송에서 준혁이 칼에 찔려 쓰러지는 엔딩이 펼쳐졌지만, 119에 신고하지 않고 자리를 뜬 로얄맘블리다이아몬드 박혜령(박선영)의 모습에 기함했을 뿐 준혁이 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예견된 전개라도 뻔하다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편안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플레이어가 남다른 덕분이다. 똑같은 경기장에서 똑같은 룰을 적용해 진행하는 축구경기라도 플레이어가 누구냐에 따라 게임이 달라지듯 오정세가 엉클에 결코 뻔할 수 없는 색깔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오정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코믹과 감동을 오가며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배우들을 잘 받쳐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오정세 외에 전혜진과 박선영, 이시원, 황우슬혜, 정수영, 그리고 아역배우들까지 누구 하나 부족함 없는 연기력으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다만 놀라운 점은 오정세가 주인공으로서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에 잘 스며들어 함께 하는 모든 배역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정세, 사진제공=TV CHOSUN
오정세, 사진제공=TV CHOSUN

연출의 힘이 간과될 수 없다. 입봉작이었던 KBS2 ‘! 필승 봉순영에서 특유의 경쾌한 연출력을 펼쳐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지영수 PD가 오랜만에 실력을 뽐내고 있다. 더욱이 뮤지컬 드라마 혹은 음악 드라마 등이 환영받기 쉽지 않은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노래로 독백 등을 대신하는 연출을 펼치며 신선한 도전을 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라고는 해도 준혁이 노래하는 장면이 너무 자주 등장하는 점은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대목이다. 독백이나 대사를 노래로 대신하는 게 너무 오글거린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럼에도 OST 자체는 아주 훌륭하다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현재 준혁이 가수로 재기를 준비하는 만큼 대망의 엔딩은 물론 대미를 장식할 노래와 연출에도 궁금증이 쏠리게 된다. 준혁은 성공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싼 똥만 치워도 좋겠다고 말했지만, JK의 유일한 팬 송화음(이시원)의 말처럼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엉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시청률도 급상승했다.

그러나 당장은 노을이 아빠 주경일(이상우)이 무슨 비밀을 감추고 준희 주변을 맴도는지가 밝혀질 차례인 듯하다. 자신의 이혼은 물론 딸의 임신과 낙태 사실을 숨기고 영재고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해온 혜령의 이야기도 이제 막 시작했다. 극 초반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진 여성은 누구였는지, 준혁의 돈을 떼먹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등도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과연 준혁이 어떻게 재기할지 궁금해할 틈도 없이 여러 인물들의 비밀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엉클은 더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그 과정만으로도 준혁은 분명 조카 지후의 든든한 영웅이 될 것이다. 준혁이 각 사건의 해결사가 되어주며 시청자들의 환호성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엉클요정세오정세가 펼치는 삼촌 매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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