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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1.11.26 14:07
  • 수정 2021.11.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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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생일 맞은 종편, 향후 10년의 생존전략은?

2021년 12월1일. 대한민국에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가 출범한 지 딱 10년째 되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다. 실제로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가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엿보인다. 기존 지상파에 비하면, 종편 4사는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영향력 면에서도 후발주자로 치부하기 힘들 정도의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며, 종편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0년 전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을 맞이하는 종편이 그랬듯, 이제는 OTT라는 거대한 후발주자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종편 10년, 그들은 어떻게 자리잡았나?

종편은 시작부터 진통이 심했다. 사실상 상파와 유사한 권한과 지위를 누리는 채널이 동시에 4개나 생길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따라서 종편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싸늘했다. 이는 시청률로 반영됐다. 대다수 프로그램이 0%대 시청률을 전전했다. 

각 종편사는 대중을 유인하기 위한 스타 마케팅에도 힘썼다. 유명 연예인을 보기 위해 신규 채널을 택할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섭외 자체가 어려웠다. 채널 이미지가 좋지 않고, 지명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스타들이 출연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혹, 출연하게 되더라도 ‘종편 프리미엄’으로 평소의 1.5배 이상의 개런티를 요구했다. 보도에서도 무리수를 연발했다. 뉴스 프로그램은 많아졌는데 이를 채울 콘텐츠가 부족하니 상식 밖의 취재와 보도를 강행했다. 그 결과 대중은 더욱 종편을 멀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종편의 입지를 세운 주역은 ‘콘텐츠’다. 단순히 채널 인지도나 이미지가 아니라 ‘볼 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안 본다’는 명제가 증명된 셈이다. 이에 JTBC를 필두로 여러 종편 채널들은 지상파 출신 PD나 작가들을 적극 영입했다. 그렇게 종편에 터를 잡은 이들은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을 섭외했다. 

2010년 방송된 Mnet ‘슈퍼스타K 시즌2’가 허각과 존박의 대결로 시청률 18%라는 쾌거를 일궜듯, 종편도 하나씩 성공작을 내기 시작했다. JTBC ‘무자식 상팔자’가 처음으로 10% 고지를 넘어섰고, ‘히든 싱어’ 시리즈를 비롯해 유재석을 영입해 ‘슈가맨’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JTBC '이태원 클라쓰', 사진제공=JTBC
JTBC '이태원 클라쓰', 사진제공=JTBC

JTBC는 상대적으로 드라마 시장에서 강했다. ‘밀회’, ‘스카이 캐슬’, ‘부부의 세계’ 등 성공작이 쏟아졌고, ‘이태원 클라쓰’는 넷플릭스에 공급되며 글로벌 인기를 누렸다. 이 드라마는 여전히 일본 넷플릭스에서 흥행 톱10에 든다. 

TV조선은 예능이 주종목이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몰고 왔고, ‘미스터트롯’의 최종 시청률은 35.7%였다. 탈(脫) TV 시대에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에 앉힌 메가 히트작이었다. 이러한 성공은 보도, 드라마 등 다른 드라마까지 동반 성장하는 기틀이 됐다.

종편의 등장은 보도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YT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항시 뉴스 체제’가 도입됐다. 그러면서 스트레이트 전달이 아닌 해설 뉴스의 시대가 열렸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면, 전문가 채널들이 출연해 치고 받는다. 기존의 건조한 보도의 중립성은 다소 흔들렸지만, 보다 큰 자극과 이해를 원하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몇몇 굵직한 보도는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JTBC는 세월호 참사 연속 보도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태블릿 PC를 공개하며 종편 보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놓았다. TV조선의 경우 최순실 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사건에서 지상파가 아닌 종편 보도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출범 후 10년이 지난 지금, 사실상 지상파와 종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각 종편사 별로 강세를 보이는 부문은 있다지만, 지상파와 영향력만 놓고 봤을 때는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지상파 출연을 꺼리는 스타들도 늘었다. 지상파의 오랜 ‘지갑’ 역할을 하던 드라마 띠편성이 사라진 것은 상징적인 모습이다. 

'미스터 트롯', 사진제공=TV CHOSUN
'미스터 트롯', 사진제공=TV CHOSUN

#종편의 향후 10년, 어찌 될까?

종편이 지상파와 어깨를 견줄 정도의 위치를 점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종편은 또 다른 시련에 봉착했다.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킬러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종편사 중 가장 많은 드라마를 만들던 JTBC는 요즘 통 힘을 못 쓰고 있다. 제작비는 많이 쓰지만 실익은 적다. TV조선은 ‘포스트 트로트’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MBN와 채널A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메가 히트 상품을 딱히 내놓지 못했다는 허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외부에 도사리고 있다. 이는 종편 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등 TV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한 모든 이들의 걱정이다. 점차 많은 이들이 TV를 보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종편의 경쟁 상대는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이라 볼 수 없다. TV 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를 비롯해 유튜브와 같은 이용자 중심 채널이 더 큰 경쟁자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면서 TV 수상기를 두지 않는 가정이 늘고 있다. 종편 입장에서는 출범 후 가장 큰 위기다.

TV CHOSUN이 쿠팡플레이와 손잡은 '국민가수'
TV CHOSUN이 쿠팡플레이와 손잡은 '국민가수'

지난 10년간 기득권인 지상파, 케이블채널과 싸우던 종편은 이제 OTT라는 신생 플랫폼의 도전장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나름의 자구책은 진행되고 있다. JTBC는 CJ ENM과 손잡은 토종 OTT 티빙을 꾸려 가고 있고, TV조선의 경우 트로트 시리즈를 잇는 ‘내일은 국민가수’를 쿠팡플레이와 손잡고 매주 내놓고 있다. 또한 각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오픈 마켓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며 광고 수익을 낸다.

재승인 문제 역시 고민해야 한다. MBN은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TV조선 등도 재승인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10년 전 종편이 시작할 당시 이처럼 지상파가 쇠퇴하고 종편이 빠르게 성장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듯, 10년 후 어떤 플랫폼이 살아남고 또 소멸 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출범 10년이 된 지금, 오히려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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