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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현주(칼럼니스트)
  • 입력 2021.11.29 17:44
  • 수정 2021.11.30 15:52
  • 댓글 0

김수현 ㅣ 절대 당연하지 않은 톱배우의 '오늘날' ②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누구의 아역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드라마 자이언트였던 것 같다.

그를 처음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참 신선하다였다. 보기 드문 얼굴이었다. 조각 미남도, 훈남도 아니었다. 그를 수식하는 데 적합한 말은. 뽀얗고 작은 얼굴, 그에 비해 큰 키. 자칫 유약해 보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때 소년과 청년의 언저리쯤에 있는 그의 서늘한 얼굴을 보기 위해 드라마를 챙겨보다 성인 역할로 바뀐 뒤엔 시청을 그만뒀던 것 같다.

그 후로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무리 많은 수식을 얹어도 다 소용없다. 배우 김수현. 그동안 그는 이름 석 자면 끝나는 어엿한 슈퍼스타가 됐다. 셀 수 없는 그의 팬 수만큼, 그에게서 그들이 발견한 매력도 많고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무수할 것이다. 그런 그가 지난 주말 어느 날OTT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코물보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내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요즘 발표되는 OTT 오리지널 드라마마다 화제가 되는 가운데, 쿠팡플레이 어느 날도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원작 크리미널 저스티스가 이미 걸작으로 검증된 바 있고, 김수현, 차승원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주연이라니. 1회 시작부터 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2회까지 공개되기를 기다렸다. 2회까지 보고 난 소감은. 왜 쿠팡플레이는 전작을 다 공개하지 않는 거지. 다음 주 주말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당연하다’는 말이 있다. 참 무심코 자주 쓰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이 말이 참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당연하다면 그것에 많이, 아주 많이 감사해야 한다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당연한 요즘, 마스크가 필요 없던 시절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처럼. 문제는 잔인하게도 이 세상은 그 깨달음을 늘 경험의 대가로 선물한다는 것이다. 존재의 소중함을 부재 시에만 깨닫는 어리석음을 우리는 왜 되풀이하는 걸까.

어느 날은 주인공 김현수(김수현)의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대학생 현수는 조별 과제 모임 때문에 친구들이 가자는 파티에 가지 못한다. 조별 과제가 갑자기 취소되고 현수는 몰래 아버지의 택시를 몰고 파티장으로 향한다. 현수가 생각한 이 일탈의 당연한 결말은 파티에 가서 신나게 놀고, 다음날 새벽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와 아버지의 택시를 집앞에 세워 놓는 것이었을 것이다. 들키면 부모님께 야단 좀 맞는 정도.

그런 현수에게 생각지 못한 청천벽력이 닥친다. 한 여자가 영업 중인 택시로 착각해 그가 모는 택시에 탔고, 그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뒤 깨고 나니 살인자가 돼버린 것. 유치장에서 홀로 현수는 수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아버지 택시를 몰래 몰고 나가지 않았더라면, 그 여자를 택시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그를 따라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드라마에서 우린 많은 범죄자를 봤고, 형사를 봤고, 취조 장면을 봤다. 그런데 어느 날이 새롭게 다가오는 건 철저히 주인공 현수의 입장에서 그 모든 상황을 느끼기 때문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할 수 없는 우연, 한순간의 선택으로 평범한 일상이 나락으로 무너진 힘없는 청년. 부자도 아니고 도 없는. 앞으로 이 주인공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까.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20대 대학생으로 돌아가 감당 못 할 위기를 맞은 주인공으로 분한 김수현은 배역에 완벽히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간 작품 속에서 대개 굳세고 당찬 모습을 보여줬던 김수현은 ‘어느 날’ 1, 2회에서 억울하고 외롭고, 공포에 떠는 나약한 청년 그 자체였다. 주인공이니 당연하다고?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르는 많은 시간 그는 주인공 김현수가 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각고의 노력을 쏟아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김수현을 남다르게 느끼게 한 데는 중요한 매력이 하나 있었다. 그가 지닌 반전의 목소리. 청춘의 불완을 지우는 김수현의 중저음은 그를 완성형 배우로 느끼게 했고, 덕분에 그가 맡은 배역에 온전히 신뢰하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에선 그 특유의 목소리를 숨겼다. 철저히 김현수가 된 김수현은 미욱한 청춘의 목소리로 그가 처한 당혹한 현실을 우리에게 동기화한다.

현수는 과연 당연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당연함들에 감사하며, 드라마의 결말까지 지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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