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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상호 감독의 뼈때리는 현실 판타지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 언젠가부터 연상호 감독의 작품 때마다 붙는 말이다. 이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극본 연상호 최규석, 연출 연상호)도 마찬가지였다. 대개는 세계적 열풍을 이끈 '오징어 게임'보다 '지옥'의 더 큰 반향을 점쳤다. 그리고 이 예상은 빗나감없이 전 세계인들을 지옥문으로 끌어당겼다. '지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무엇보다도 메가폰을 잡은 이가 연 감독이어서였다. 대체 그는 어떤 사람이기에? 연출가 각본가이기에 앞서 만화가의 뿌리를 둔 예술의 접경지를 오가는 사람이자, 일상적인 평범한 공간에서 기상천외한 일들을 엮어 현실에 발 붙인 판타지를 선보이는 사람. 그래서 판타지의 경이로움과 현실의 깨달음을 동시에 주는, 그런 사람이다.

연출작 영화 '부산행'만 해도 그랬다. 크리처물의 단적인 공포만 보여준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해 사람의 이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옥'도 마찬가지다.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속에서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의 추적을 풀어냈다. 연상호 감독은 죽음의 사자라는 판타지적 존재를, 지극히 평범한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혼란한 가운데 사람들이 저마다 보여주는 모습은, 과장돼 보이지만 그럴 듯하다. 판타지에서 피어내는 일상의 밀착감. 그게 바로 연상호표 세계관이다.

호기심과 공감을 동시에 잡은 '지옥'은 '오징어 게임'보다 더 가파르게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에 따르면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11/15~21)에서 정상에 올랐다. 단 사흘 동안 43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총 12개국에서 TOP 10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인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 59여 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 매직이 성공한 셈이다.

지금의 상황이 "어리둥절하고 놀랍다"는 연상호 감독은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각오까지 드러냈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연니버스'의 확장이다.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지금 어리둥절한 상태예요. 공개된 후 자고 일어났더니 1위가 됐다더라고요. '이분도?'라고 할 정도 많은 사람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지옥'의 각본을 쓰고 연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최규석 작가와 코스믹 호러 장르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공포의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로 남겨두고, 이를 맞닥뜨린 인간들 모습에 집중해보고자 했죠. 대중적 사랑을 받으려면 극중 인간들의 고민이 얼마나 현실과 닮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서 거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실제 벌어질 법한 사건으로 보이는 게 중요했지만, 기존 특정 사건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설정은 오히려 뺐어요.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중요한 모티브가 됐죠."

작품의 메시지적 장치를 종교라는 수단으로 연출하신 의도가 무엇인가요?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라는 게,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좋은 장치라고 생각해요. '지옥'은 코스믹 호러 장르 안에서 움직여요. 코스믹 호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공포,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들의 모습, 거대한 존재의 맞선 인간의 나약함 같은 것을 표현하기 좋은 장르죠. '지옥'에는 종교적 색채도 물론 있지만, 코스믹 호러적 장르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지옥의 사자를 CG로 영상화하는 데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현실적인 세계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기 때문에 사자가 이질적인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현실감 있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상충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동시에 제가 좋아하는 B급 영화, 서브컬처로 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제가 메이저한 감성이 아니어서, 사자의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제가 좋아하는 서브컬처 시각요소가 잘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감독님이 말한 대로 작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견도 있어요. 관객들의 호불호가 있는데 어떠신가요?

"사실 이 작품은 아주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 시키기보다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을 만족시킬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저는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보시고,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빠져드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에요."

원작 웹툰과 달리 드라마 엔딩에서 부활이라는 소재가 새롭게 등장했어요.

"웹툰을 작업할 때부터 이러한 결말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웹툰 연재가 종료되기 전 시리즈화가 결정됐고, 전략적으로 웹툰에는 부활 장면을 넣지 않고 시리즈에 넣기로 했죠. 만화와 영상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부활 장면 덕분에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많아요.

"구상 단계부터 세계관을 먼저 만든 뒤 거기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뽑아 스토리를 만들기로 했어요. 공개된 작품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최규석 작가와 지난 여름부터 만들고 있죠. 내년 하반기에 이를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시즌2 영상화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고 추후 논의해야 해요. '지옥'은 만화가 원작이기 때문에 지식재산권(IP)은 저와 최규석 작가에게 있어요. 넷플릭스는 영상화 우선권을 가지고 있고요. 만약 넷플릭스가 시즌2를 안 한다고 하면 다른 플랫폼을 통해 영상화할 가능성도 있어요. '지옥'이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이고 성공적이었지만, 넷플릭스와 또 한다면 비슷한 방식을 취하진 않을 것 같아요. 만약 하게 되면 더 새로운 걸 할 거예요."

'지옥' 이전에 '오징어 게임'까지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10여년 전부터 전부터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있어요. 세계 시장이라는 벽에 천천히 내기 시작한 균열들이 모여서 지금 둑이 무너지듯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지금 넷플릭스의 또 다른 작품 '정이'도 촬영하고 있어요. 이번에도 기대해봐도 될까요?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SF 영화이지만, 단편소설이나 시 같은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다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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