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2.05.13 08:35
  • 댓글 0

비 VS 싸이, 양현석 박진영 이을 차세대 금손 제작자는?

사진제공=왼쪽 비(레인컴퍼니), 싸이(피네이션)
사진제공=왼쪽 비(레인컴퍼니), 싸이(피네이션)

지난 2017년 방송된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 한 청취자는 이 날 게스트로 출연한 비에게 "싸이와 비가 콜라보(컬래버레이션)하면 싸이비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비는 "안 그래도 이런 얘기 몇 번 했었다, 기회되면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싸이는 "둘 다 춤을 추고 격하게 하는데 재밌을 것 같다. 저 친구는 경치가 좋은 산을 보는 것 같고, 저는 산불을 보는 느낌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싸이비는 결성되지 않았다. 각각 1998년과 2001년 데뷔한 비와 싸이는 가요계 안에서도 각별한 사이로 유명하다. 두 사람 모두 시차를 두고 세계를 풍미하며 ‘월드 스타’라 불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전히 현역으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어느덧 40대 초중반 들어선 두 사람은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비 그룹’이라 불리는 싸이퍼(비가 제작했는데 그룹명에 ‘싸이’가 들어가는 건 아이러니다)와 ‘싸이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룹 TNX를 통한 대리전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도출될까?

싸이퍼, 사진제공=레인컴퍼니
싸이퍼, 사진제공=레인컴퍼니

#싸이퍼 vs TNX

7인조 보이그룹인 싸이퍼는 11일 컴백했다. 2021년 3월 데뷔한 2년차 그룹인 싸이퍼의 미니 3집의 앨범명은 ‘THE CODE (더 코드)’다. ‘THE CODE’는 ‘Cipher (암호)’에서 유래한 그룹명과 ‘Crack The Code’란 암구호의 기원을 담은 앨범이다. 

타이틀곡 ‘Fame (페임)’은 ‘THE CODE’의 키치한 보컬찹(Vocal Chop) 리드 사운드와 감각적인 신디사이저 멜로디가 절묘하게 믹스된 퓨처 팝 장르의 곡이다. 멤버 케이타와 원이 작사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THE CODE’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집약한 인트로 ‘THE CODE’,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청춘의 풋풋함을 담아낸 ‘Slam The Door (슬램 더 도어)’, 스스로를 믿고 나의 길을 가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노래한 ‘On A Highway (온 어 하이웨이)’,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경쾌한 사운드에 역설적으로 담아낸 ‘너를 다시’, ‘클루(팬덤명)’를 위한 팬송 ‘있을게’까지 싸이퍼의 손길이 닿은 총 여섯 개의 트랙이 담겼다.

싸이퍼의 주요 모토 중 하나는 ‘자체제작돌’이다. 스스로 프로듀싱을 담당한다는 의미다. 앞서 스트레이키즈나 (여자)아이들의 성공사례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데뷔 앨범 ‘안꿀려’부터 전작 ‘BLIND’까지 프로듀싱에 참여했던 싸이퍼는 이번에도 전 트랙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맞선 오는 17일 공식 데뷔하는 새내기 TNX는 지난해 SBS에서 방송된 보이그룹 프로젝트 ‘LOUD:라우드(라우드)에서 싸이가 운영하는 소속사 피네이션 최종 데뷔조로 선발된 최태훈, 우경준, 장현수, 천준혁, 은휘, 오성준으로 구성된 6인조 그룹이다. 서바이벌 과정을 거치는 동안 대중적 인지도와 경쟁력을 쌓았다는 측면에서 신인 임에도 이미 상당한 팬덤이 형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싸이는 TNX의 첫 번째 미니앨범 ‘WAY UP’을 위해 피네이션 소속 ‘에이스’ 프로듀싱팀을 구성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New Face ’I LUV IT‘부터 현아의 ’I‘m Not Cool’, 헤이즈의 ‘헤픈 우연’ 등으로 대표되는 작곡가 유건형과 싱어송라이터와 래퍼, 프로듀서를 넘나드는 페노메코(PENOMECO)가 힘을 합쳐 타이틀곡 ‘비켜’를 제작했다. 둘은 TNX 데뷔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 ‘180초’ ‘벌써’에도 참여했다.

탄탄한 프로듀싱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싸이 역시 최근 아이돌 시장의 트렌드인 ‘자체제작’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타이틀곡 ‘비켜’를 비롯해 ‘180초’ ‘벌써’를 제외한 두 개의 트랙이 모두 TNX 멤버의 손에서 탄생했다. 은휘는 수록곡 ‘WE ON’ ‘작은 노래’ 등 두 트랙의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했고, 우경준과 천준혁이 ‘WE ON’의 작사에 힘을 보탰다. 

피네이션 측은 "앞서 싸이는 ‘라우드’ 방송 내내 은휘를 향한 확신을 보여주며 일찍이 싸이표 보이그룹을 향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면서 "시작부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여섯 색의 감성과 강성으로 무장한 음악을 선보이며 클래스가 다른 데뷔 행보에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TNX, 사진제공=피네이션
TNX, 사진제공=피네이션

#비 vs 싸이

물론 비와 싸이가 직접 무대에 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싸이퍼와 TNX를 논할 때 두 사람을 빼놓을 순 없다. 프로듀싱 뿐만 아니라 앨범 공개 후 홍보 과정 전반에 그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이름이 오르내릴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비는 11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영보스(young boss) 특집’에 리정, 라비, 정호영 셰프 등과 함께 했다. ‘열정 보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비가 새 앨범이나 작품 홍보 없이 ‘라디오스타’를 두드린 이유는 뚜렷하다. 같은 날 컴백한 싸이퍼를 위한 지원사격이었다. 실제로 이 날 ‘라디오스타’에는 싸이퍼가 깜짝 출연해 신곡 무대를 공개했다. 아직 지명도가 높지 않은 신인인 싸이퍼가 MBC 대표 예능인 ‘라디오스타’에 등장한다는 건 대단한 특혜다. 무대를 마친 후 싸이퍼는 비에 대해 "연습하고 있을 때 예고 없이 찾아오실 때가 있는데, 약속한 시간이 아니라 30분 일찍 오신다", "동생처럼 잘 챙겨주시고 의견도 물어보시지만 ‘답정너’일 때가 있다"고 말했고, 비는 "내가 지금 사활을 걸고 있는 건 싸이퍼다. 싸이퍼가 잘 되는 날이 비로소 내가 다시 태어나는 날이다. 25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나도 오디션을 18번 떨어지면서 박진영을 만났던 것처럼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싸이는 아직까지는 TNX 홍보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그 역시 최근 신보를 내고 각종 예능을 돌며 프로듀서가 아닌 현역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일 앨범 공개와 맞물려 싸이의 홍보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TNX의 결성 과정에서 ‘라우더’의 심사위원으로 나선 그가 절대적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TNX를 지지하는 팬들 역시 싸이의 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비와 싸이, 두 사람 모두 슈퍼스타다. 그들이 출연하겠다고 하면 어떤 형태로든 방송 관계자들은 두 손 들고 반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그룹 모두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다른 그룹들과 비교해 몇 발 앞서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다만 지나친 홍보 관여는 오히려 대중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지원 사격하는 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저작권자 © 아이즈(iz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