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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조이음(칼럼니스트)
  • 입력 2022.05.11 11:05
  • 수정 2022.05.11 16:42
  • 댓글 0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돌아와줘 고마워, 김우빈

6년 만의 컴백작 '우리들의 블루스'서 순정직진남 열연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굳이 ‘팬’이라 명명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기다렸을 테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그의 새로운 작품 소식이 들려오길, ‘배우’의 모습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를 볼 수 있길 말이다. 이 바람은 현재 방송 중인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를 통해 이뤄졌다. 배우 김우빈이 6년여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아 환영하고 싶다, “웰컴백!”

제주 오일장, 푸릉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김우빈은 천성이 맑고 따뜻한 박정준으로 등장한다. 남들이 다 서울로 갈 때 뱃사람으로 제주에 남은 그는 낚시를 하고 해녀들을 배에 태워줄 뿐 아니라 경매장에서,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바쁘게 사는 인물. 버려진 버스를 카페처럼 리모델링 해 바닷가에 머물 정도의 낭만도 지닌 그의 꿈은 저만큼이나 제주를 사랑하는 여자와 이곳에서 사는 것이다. 해녀 이영옥(한지민)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만의 기준으로 영옥에게 다가가는 순정파 직진남이다.

‘순정파 직진남’이란 키워드가 단박에 김우빈의 필모그래피 속 한 캐릭터에 가 닿는다. “왜 이렇게 짠내 나냐, 지켜주고 싶게”라던 드라마 ‘상속자들’(2013) 속 최영도. 하지만 최영도를 포함해 전작들 속 김우빈이 연기한 캐릭터 대부분은 세상을 향해(혹은 그 누군가를 향해) 강렬한 분노를 표출했고, 그 이상으로 내재된 분노 또한 상당해 마치 언제라도 터질 것 같은 활화산이었다. 반면에 ‘우리들의 블루스’ 속 박정준은 지금까지 김우빈의 연기로는 본 적 없고, 만난 적 없는 인물임이 확실하다. 가장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건실한 청년, 건강한 마음 상태를 지닌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한 매거진 인터뷰를 통해 “노희경 작가님의 대본 덕분에 힐링됐고, 정준이란 캐릭터를 맡은 시간이 좋았고 행복했다”고 밝힌 그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 외에도 이번 드라마에서 김우빈은 전작들에서 만난 적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이다 보니 아직 내용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박정준 캐릭터만 보자면 삶도, 생각도, 행동도 ‘건강함’ 그 자체. 많은 이들이 보고 싶었을 그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극 중 박정준의 주 일터는 짙고 푸른 바다 위 떠 있는 배. 그렇다 보니 늘 출렁이는 파도, 시원한 바람, 뜨거운 태양과 함께한다. 김우빈은 생의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우직하고 성실한 선장 박정준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해 촬영에 앞서 현장 답사 등은 물론 ‘반소매 태닝’까지 했다고. 생활감과 디테일까지 신경 쓴 섬세한 준비는 캐릭터의 완성도로 직결돼 언제 어디에서고 정준이 등장할 때마다 빛을 발한다. 특히 정준이 바다 위 내리쬐는 햇살에 눈살을 찌푸릴 때, 그 가운데 영옥을 향해 웃음 지어 보일 때는, 마치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 반사판이라도 되는 양 제주 바다와 어우러지며 자연이 만든 한 폭의 그림에 화룡점정을 이룬다.

장면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완성도 높기로 소문이 자자한 노희경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보는 재미는 곱절이 된다. 다만 생동감 넘치는 제주, 차고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각양각색 인생 이야기를 담는 만큼 정준의 이야기는 아직 반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 4화와 11화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정준과 영옥의 이야기는 14, 15화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2008년 모델로 데뷔한 김우빈은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신사의 품격’ ‘학교 2013’ ‘상속자들’ ‘함부로 애틋하게’, 영화 ‘친구2’ ‘기술자들’ ‘스물’ ‘마스터’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훤칠한 키와 가끔은 위압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큰 체격, 서늘한 인상을 주는 삼백안은 여느 배우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매력으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비단 외형적 매력뿐 아니라 배우로 갖춰야 할 연기력은 날로 성장해, 매 작품마다 말 그대로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배우로 손꼽혔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때문에 2017년 갑작스러운 그의 투병 소식은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에 전념한 그는 2019년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나서 반가운 소식을 알렸다. 3년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다”며 건강해진 얼굴로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후 ‘우리들의 블루스’와 영화 ‘외계+인’, 넷플릭스 새 시리즈 ‘택배기사’ 등 열일을 예고했다. 여러 작품에 앞서 tvN ‘어쩌다 사장2’를 통해 가볍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한 기억들이 있다. 좋은 기억일수록 시간과 함께 더욱 또렷하게 남는 듯한데, 가끔 떠오를 때면 언제 어디서라도 작게나마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어진다. 손에 꼽지만 김우빈과의 만남도 그렇다. 스치는 바람에 이는 먼지조차도 얼른 닦아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인상만 남긴 그이기에, 몇 번의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처럼 “내일을 위해 언제나 건강하길, 웃는 일만 가득하길”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그가 절친한 배우에게 보낸 커피차에 적었던 문구를 인용해 글을 마친다.

다치지 마 김우빈. 아프지 마 김우빈. 밥 잘 먹어 김우빈. 잠은 푹 자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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