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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묵은 체증을 뻥 뚫어줄 사이다 범죄액션물

전편 못지않은 재미와 완성도 담보!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전편보다 재밌다. 세상의 수많은 속편이 가장 듣고 싶은 평가일 텐데 ‘범죄도시 2’가 그렇다. 2017년 10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해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는 흥행과 화제를 몰고 온 ‘그 해의 영화’였다. 강력반 형사들이 폭력 조직을 소탕하는 고만고만한 범죄 액션 영화인 줄 알았더니 유머와 액션을 넘나드는 마동석만의 독보적인 세계가 있었고, 악역을 맡은 윤계상의 연기는 살신성인에 가까웠고, 액션 오락 영화의 연출 감각을 갖춘 강윤성 감독은 그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지금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최귀화, 진선규, 김성규, 박지환, 허성태는 ‘범죄도시’가 재발견한 배우들이다.

‘범죄도시’ 속편 제작진도, 전편을 지지한 관객들도 고대한 프로젝트다. 2020년에 제작을 마쳤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늦춰져 5년 만에 돌아온 ‘범죄도시 2’는 속편에 대한 우려나 징크스를 잠재우는 장점들을 갖췄고 개봉 시기까지 적절해 전편의 흥행을 이어갈 조짐이다. 영화의 무대를 해외로 옮겨 분위기를 환기하고, 감독이 바뀌었으나 전편의 분위기와 만듦새를 유지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인해 극장가가 숨통을 틔는 시기인 데다 15세 관람등급을 받아 전편보다 관객 문턱이 낮아졌고, 2편의 악역을 맡은 손석구의 인기가 높이 치솟는 추세여서 흥행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범죄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사실에 기초한 픽션이라는 점이다. 1편이 ‘2004년 금천경찰서 조선족 조폭 소탕 작전’을 바탕으로 했다면, 2편은 동남아에서 일어난 한국인 관광객 실종 사건들을 모티프로 했다. 영화는 1편에서 4년이 흐른 시점으로 여전히 금천서 강력반에 근무하는 마석도(마동석)는 베트남에 가서 자수한 용의자를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강력반 반장(최귀화)과 함께 베트남에 간 마석도는 용의자를 취조하다가 사건의 배후에 강해상(손석구)이 있음을 알고 현지 경찰의 지원 없이 놈을 찾아 나선다.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나쁜 놈들은 그냥 잡는 거야.” 마석도 형사에게는 체포, 수사 절차가 따로 없다. 나쁜 놈이 눈에 들어오면 어디로 튀기 전에 내 손으로 빨리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여전하다. 마형사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뒷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범죄 현장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 더욱 커진 듯한 몸집에서 듬직한 기운이 솟아 나온다. 범인에게 농담 같은 대사를 몇 마디 던지며 정신을 쏙 빼놓더니 위기 상황을 단숨에 정리하는 마형사. 그가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방법은 팔 할이 힘이다. 칼이든, 도끼든, 마테체든 날아드는 무기는 갑옷 같은 맨몸으로 맞서고 무시무시한 주먹으로 제압한다. 마석도가 세차게 몸을 휘두를 때 전해져오는 타격감이 액션의 쾌감, 영화의 카타르시스로 곧장 통한다. 나머지 무기는 웃음을 유발하는 반전 매력인 ‘구강 액션’이다. 힘과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매번 일을 크게 만드니 인간미도 물씬하다. 2편은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능력치를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현란한 특수효과가 필요 없는 핵주먹 히어로가 한국 영화에 있으니 마블 히어로들이 부럽지 않다. 

‘범죄도시’ 1편에서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한국 영화에서 손꼽히는 악역에 들 정도로 강렬함을 남긴 캐릭터였다.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살인을 저지르는 잔인무도한 인물이기에 영화 속에서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이 상당했다. 장발에 연변 사투리와 “너 내 누군지 아니”라는 유행어 명대사까지 남긴 윤계상의 존재감을 손석구가 과연 넘을 수 있을지가 2편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인데, 손석구는 뛰어난 연기로 비교를 훌쩍 뛰어넘는다. 손석구가 연기한 강해상은 부하들을 어느 정도는 챙길 줄 알았던 장첸보다 더 악랄하다. 오직 자기밖에 모르고 돈만 좇는 냉혈한에 가깝다. 숙소에 잠입한 청부업자들을 무참하게 살육할 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기운,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마형사를 향한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빛은 나쁜 놈 연기에도 급이 있다는 걸 확인시킨다. 정형화되지 않아서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손석구의 연기와 대사톤은 날것의 악역과 만나 폭발한다. 손석구는 욕망에 꿈틀대고 요동치다가 터져 버리는 악역을 어느 순간에는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이렇듯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주인공과 악역이 균형을 맞춰 긴장을 유발한다. 그러니 영화와 관객 사이에도 줄다리기 같은 팽팽한 재미가 생긴다. 영화의 짜임새도 매끄럽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넘어올 때에 장면 전환은 방심하면 분위기가 뜰 수 있는 구간인데 빈틈을 보이지 않고, 중후반부에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도로 작전을 펼치는 액션 신은 분량이 긴 편인데도 늘어지지 않고 지루할 틈 없이 일사천리로 전개된다. 1편에서 마형사와 장첸이 최후의 대결을 벌인 장소가 공항 화장실이었다면, 2편은 터널 안에서 마형사와 강해상의 최후 대결이 기다린다. 1편의 공중화장실을 능가하는 장소에서 웃음과 액션이 난무하며 관객들을 흥분으로 몰아넣는다. 흔한 말로 ‘구멍’이라고 하는 허점을 딱히 찾아볼 수 없기에 러닝타임 106분이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조연 캐릭터들의 배치 전략은 의리가 돋보이고 영리함까지 갖췄다고 정리할 수 있다. 강력반 팀장과 팀원들을 대다수 그대로 기용하고 강력반 생활에 힘들어하던 막내 홍석(하준)이 후임을 가르치며 성장한 모습까지 다룬다. 전편에서 감초 캐릭터였던 휘발유(윤병희)가 베트남 장면에 등장하고, 어머니 회갑연에서 흑룡파 장첸에게 호되게 앙갚음을 당했던 중국계 조직폭력배 이수파 두목 장이수(박지환)가 다시 돌아와 마형사와 공조하며 웃음을 투척한다.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로 나온 중견배우 박지영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남성 캐릭터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영화에 존재감을 확실히 새긴다.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 형제(음문석, 김찬형) 킬러의 신선한 조합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범죄도시 2’는 1편의 내용을 알아야 보는 재미도, 비교하는 재미도 배가된다. 1편을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2편을 반길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2편 자체의 독립성은 약한 편이다. 1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고, 마형사와 강력반의 전사를 이해해야 ‘진실의 방’ 대목에서 웃을 준비를 할 수 있다. 장첸과 강해상 둘 중에서 누가 더 악한인지, 조직 두목에서 불법 브로커로 업종을 바꾼 장이수의 짠내 나는 활약에 공감할 수 있으려면 1편 관람은 필수다. 15세 관람가여도 폭력 수위는 전편 못지않게 높은 편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1편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살린 2편은 범죄 액션 오락 영화의 소임을 다한다. 

이로써 ‘범죄도시’는 한국 형사 영화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영화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1990년대에 ‘투캅스’가, 2000년대에 ‘공공의 적’ 시리즈가 있었다면, 2010년대부턴 ‘범죄도시’의 시대다. 기획 단계부터 8편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범죄도시’는 오는 6월부터 3편 촬영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알렸다. 새로운 악역에는 이준혁이 캐스팅되었고, 인천을 배경으로 국제적인 마약 범죄를 다루며 마형사와 금천서 강력반의 활약이 다시금 펼쳐질 예정이다. 대체불가한 배우 마동석과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대체가 기대되는 악당의 대결은 ‘범죄도시’를 이끄는 동력이 되어 앞으로도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마형사의 주먹에 얻어터지는 나쁜 놈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진실의 방’이 열리는 극장으로 걸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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