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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선 필승의 필모그래피①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잘 될 수밖에 없을 것."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감독 이명우)의 김수현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한 업계 관계자가 이 작품은 절대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말이다. 200억 원을 쏟아부은 대작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데다 김수현은 가수들 사이에서 홀로 고군분투한 학원물로도 망하지 않은 배우라는 게 근거였다. 실제로 김수현 주연의 KBS2 '드림하이1', MBC '해를 품은 달', SBS '별에서 온 그대',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주연을 맡은 드라마에 있어 김수현은 한번도 실패하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도 마찬가지다. 단 2회만 공개됐을 뿐인데 반응이 심상치 않다. 김수현의 연기는 실패하지 않는다.

'어느 날'의 현수는 김수현이 그간 연기해왔던 인물들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드림하이'에서 한 여자에게 반해 가수가 되기로 결심하는 순애보 '송삼동'과는 달리 택시에서 우연히 만난 미모의 여성과 원나잇을 하고, '별에서 온 그대'의 엄친아 외계인 완벽주의자 도민준과 달리 어수룩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대학생이며,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강태처럼 힘든 집안사정에도 희생정신이 투철한 정의로운 인물도 아니다. 송삼동의 순애보, 도민준의 완벽함, 문강태의 희생적인 모습들은 결은 달라도 방향은 같았다. 여성 시청자들의 설렘 포인트를 자극하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하지만 첫 OTT 진출작에서 김수현은 이러한 조건이 전부 배제된 인물에 도전했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김수현은 그간 클리셰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늘 화제성도 놓치지 않았다. 그 힘은 김수현의 연기, 얼굴, 피지컬의 균형감에서 온다. 2009년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올까요'의 고수 아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김수현은, 당대 최고 미남배우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면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수와 닮은 구석 하나 없었지만 연기 하나만으로 그 간극을 메웠다. 닮은 게 있다면 눈빛. 일명 '멜로눈깔'로 불리는 빠져드는 눈빛을 소유했다. 여기에 키 180cm에 10등신인 그는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비주얼로 무장하고는, 전지현과 투샷이 잡혀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아우라로 자신에게 모든 시선을 주목하게 했다.

김수현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골내기이건 외계인이건 왕이건 간에 신분 상관없이 '다단한 내면이 있는가?'이다. 지위의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갈등과 부침을 겪으며 여러 감정의 굴레에서 표출할 수 있는 다단한 얼굴들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 여기에 그는 영특하게 여자에게 사랑 받는 남성상을 교묘히 동반하며 최정상 톱배우로서 10여 년을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의 현수는 좀 다르다. 모성애를 자극하거나 워너비 남성의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이 캐릭터는, 섹스어필 요소가 전혀 없다. 그간 연기한 캐릭터들에서 김수현은 여성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곤, 이를 동력 삼아 화제를 유인하곤 했다. 허나 그와 이름도 비슷한 현수를 연기할 때는 오로지 인물의 혼란과 갈등에만 집중한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루아침에 강간살임범으로 몰린 현수의 격변하는 상황을, 김수현은 거친 호흡과 불안의 표정만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김수현은 그렇게 클리셰를 벗어난 '어느 날'의 현수로 '배우'라는 두 글자를 자신의 이름 앞으로 옮긴다.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아닌, 배우 김수현으로 말이다. 자신이 잘하던 것을 택하는 안주가 아닌, 도전하는 김수현은 왜 스스로가 톱인지를 증명한다. '어느 날' 속 현수의 울음은 그 억울함이 화면 밖으로까지 흘러나와 살에 닿는 몰입의 경지를 안긴다. 김수현이 아닌, 김현수의 억울함만이 느껴진다. 그는 '어느 날'에서 자신의 잔재를 모조리 지운 채 현수로만 살아숨쉰다. 연기로는 한번도 까인 적 없지만, 그렇다고 연기파 부류보다 '워너비 스타'로 분류됐던 김수현. '어느 날' 중반부 즈음, 그는 아마 이 두 타이틀을 모두 소유한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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