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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1.11.30 10:36
  • 수정 2021.11.30 10:37
  • 댓글 0

김수현│'어느 날' 현수의 시선으로③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쿠팡플레이 '어느 날'의 주인공은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루아침에 강간살인범으로 몰린 김현수, 그리고 그를 돕는 변호사 신중한이다. 드라마는 현수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날 밤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범죄물이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등장인물마다 감정과 입장이 대립하면서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이중에서도 하루 아침에 살인자로 몰린 김현수는 가장 극적인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격변하는 그의 표정만큼이나 작품은 현수라는 인물을 통해 극의 주효한 몰입감을 형성해낸다.

영국 BBC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의 리메이크작인 '어느 날'(연출 이명우)은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룻밤 사이 살인 용의자가 된 대학생 김현수(김수현)와 진실을 묻지 않는 밑바닥 삼류 변호사 신중한(차승원)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다. 드라마는 대학생이던 현수가 친구들과 놀기 위해 밤중에 아버지의 택시를 몰래 끌고 나가면서 시작된다. 현수는 자신이 몰던 차를 운행 중인 택시로 착각한 한 여성을 태운다. 어딘가 반항적인 여성의 모습은 현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성 역시 현수에게 관심을 보이며 결국 함께 여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격정의 밤을 보낸 두 사람, 그러나 정신차려 보니 여자가 칼로 난도질 당한 채 죽어있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현수는 술과 약에 취해 그날 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자의 죽음이 선뜻 자신의 책임이 아닐거라 확신하지 못해 급히 도망쳐 나온다. 하지만 재수없게도 도망치던 길에 음주단속에 걸려 경찰에게 연행된다. 그런데 경찰들이 향한 곳은 경찰서가 아닌, 자신이 도망쳐나왔던 여자의 집. 현수는 극도로 불안하다. 그러다 결국 경찰서로 연행된 현수. 경찰은 그 사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한다. 택시를 운전하는 20대 젊은 남성. 순간 모두의 시선은 현수에게로 향한다. 급히 현수의 몸을 수색하던 경찰은 그의 품에서 과도까지 발견한다. 현수는 자신이 죽인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정황이 그를 가리킨다. 그렇게 긴급체포되어 경찰서에 갇힌 그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변호사 신중한이다. 절박했던 현수에게 다소 껄렁해 보이지만 유일한 자신편인 신중한의 존재는 불안을 조금이나마 잠재운다.

2회만에 풀어낸 이 전개는 사실상 '어느 날'의 핵심 줄거리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빠른 전개로 속도감있게 긴박한 상황들을 보여준다는 거다. 스피드에 압도되고, 소재에 매혹되는 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힘을 받는 부분은 이 속도를 운반하는 살인용의자 김현수의 얼굴이다. 원작에서 현수 역할을 맡은 벤 위쇼는 눈빛 하나로 억울함의 깊이를 곧잘 드러내곤 했다. 자신만이 지닌 희귀한 순수함으로 첫회부터 마지막까지 살인용의자 편에서 이입하도록 말이다. 그렇게 벤 위쇼는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명작'으로 불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범죄물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심리극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을 추적해가며 찾는 진실보다, 진실을 맞이한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더 주효하게 극을 끌어가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초록뱀미디어, 더 스튜디오엠, 골드메달리스트

현수는 일상에 놓인 본능적인 불안을 현실적으로 표출해야하는 인물이다. 멋을 부리거나 과장을 해선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밋밋하거나 평이해서도 안 된다. 경계를 예민하게 두고 있는 이 캐릭터는, 극도의 섬세함이 있어야 관객을 몰입하게 할 수 있다. 시점이 관객들과 밀접하게 닿아야하는 이 인물은 김수현을 만나 더욱 또렷해진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들킬까봐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시선을 흔들고, 그러면서도 살인은 안했다고 확신하는 그의 절박함은 불안의 미지로 보는 이마저 발담그게 한다. 그렇게 김수현은 김현수의 감정을 다단하게 구성해 일관되면서도 다층적인 인물로 만들어낸다. 벤 위쇼의 얼굴에서 피어낸 '크리미널 저스티스'만큼 김수현의 '어느 날' 역시 흥미롭게 관객을 마중한다. 애처롭게 우는 모습을 달래주고 싶을 정도다.

차승원도 장르물의 베테랑답게 '어느 날'에 더한 단단함을 부여한다. 특유의 위트와 진지함을 오가는 밸런스는 자칫 진창으로 어두워질 수 있는 극 분위기까지 환기해준다. 변호사이긴 하나 삼류로 불리는 신중한의 종잡기 어려운 방향성은 차승원 식의 유연함으로 매끄러운 소화력을 보여준다. 두 주연의 균형이 무척이나 중요한 작품에서, 한 프레임 안에서의 둘의 그림은 일단 합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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