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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온, 원슈타인 이을 마미손의 진귀한 보석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울림을 자극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여기엔 노래를 잘한다 못한다는 이분법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 뷰티풀노이즈 소속 시온이 그렇다. 시온은 아직 정식 데뷔조차 하지 않은 생짜 신인이다. 그런 시온은 목소리의 힘만으로 벌써 큰 무대에 여러 번 섰다. 그 시작은 독일 인기 오디션에서, 다음은 SBS '싱포레스트', EBS '공감'에서 그를 찾았다. 그렇게 그는 독일에서 '한국인 최초'와 '최연소 준결승 진출자'라는 타이틀을, 한국에선 거미, 이소정, 원슈타인 등과 함께 큰 무대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기회와 마주했다.  

시온의 노래에는 저변의 감정들을 울림있게 감싸는 힘이 있다. 흑막 아래 한 줄기 빛처럼 내리쬐는 낮고 깊은 목소리는 어느 노래건 첫 소절만으로 듣는 이의 귀를 매료하고 만다. 청자의 마음 속을 헤집고 다니다 끝내는 사방으로 뿌리내린다. 노래를 잘한다는 단적인 표현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목소리다. 최근 딩고 'WING CYPHER'에 빅나티(서동현), 예스코바, 안다영과 함께한 노래 사이퍼 영상을 본다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도입을 부른 시온은 첫 음절을 시작함과 동시에 청자의 온 감각을 그의 목소리에만 집중시킨다.  

1000개에 달한 영상 댓글에는 시온의 이야기가 반할을 차지한다. 댓글에는 시온의 목소리에 감탄하는 이들부터, 그를 발굴한 마미손의 안목에 놀라는 이들, 앨범을 내달라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인상적인 댓글을 꼽아보자면 "독보적이고 황홀. 그저 저의 삶의 낙"이라고까지 하는 이도 있다.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청자에게 커다란 감흥을 주는 시온의 배경은 보다 흥미롭다. 독일 태생인 그는 성악가 부모 아래서 컸다. 독일에서 나고 자랐고, 현재는 자퇴하긴 했지만 대학까지 진학했다. 우등생이라 할 만큼 성적도 좋았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 3개 국어를 할 줄 알고, 덕분에 고교 시절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다. 음악은 성악가인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접했다. "아기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더 어린 시절엔 피아노를 쳐 주요 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시온이 피아노를 그만두려고 했을 때도, 한국으로 건너가 대중 음악을 할까 고심했을 때도 실현할 수 있도록 앞장서 도운 이들이 바로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제가 망설일 때 용기를 주시는 분들이에요.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 결정인데도 믿고 응원해 주세요. 원래 클래식 피아노를 쳤어서 성적도 괜찮았는데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때 계속해야 되나 고민했는데 부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 해주셨어요. 독일 인기 오디션 '더 보이스 오브 저머니'도 부모님이 추천해서 나갔어요. 피아노를 그만두고 팝을 시작한 지 반 년 정도 됐을 때 부모님이 '대중음악을 할 거면 대중한테 비춰져야 하지 않겠냐'면서 오디션을 권유하셨죠.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확신이 없었는데 부모님이 제 손을 잡고 함께 지원해 주셨어요. 마미손 형에게 뷰티풀노이즈 영입을 제안받았을 때도 오히려 부모님이 한국에 가라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시온은 요즘 한국 Z세대들도 잘 쓰지 않는 어려운 국어 단어도 곧잘 구사하고, 말투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깊이도 배어있다. 이는 "모국어를 먼저 배우고 독어를 접하게 한" 부모님 영향이 컸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독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유년기에는 철저하게 한국어만 쓰고 배웠다. 학교에 가면 자연스럽게 독어를 배울 거라는 부모님의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그는 우등생으로 자랐다. 부모님의 남다른 교육 철학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던 자산이었다면, 이를 재능으로 실현시킨 것은 스스로의 노력이다. 자신이 내고 쓰는 목소리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 나름의 고민을 더하며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서양인 사이에서 홀로 동양인 참가자로 '더 보이스 오브 저머니'에 출전해 주눅들지 않은 당당함을 보여준 것도, 인종의 벽을 허물고 현장의 모든 인원을 감탄 시킨 노래를 부른 것도, 머나 먼 땅에서 제 나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도 시온의 역량이었다. 명민함까지 타고난 이 신인은, 무엇보다 자기 일을 즐기되 겸손함을 미덕으로 계속 발전시킬 줄도 안다. "인간으로서 부족하니까 음악으로 채우자는 생각이에요. 그게 저의 유일한 매력점이 될 수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음악을 할 때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나와요. 강박이긴 한데 평소에 트랙을 많이 만들어 놔요. 벌써 1,2집까지도 다 구상해놓긴 했어요. 데모까지 다 나왔어요. 대중에게 잘 들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계속 작업물을 갈아 엎어서 첫 앨범이 늦어지고 있어요. 음악뿐 아니라 영상이나 스타일링 등 전반적인 비주얼 디렉팅도 직접 작업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EP로 5월 말이나 6월 중순 쯤에는 나올 것 같아요. 사람과 삶에 대한 노래로 채웠어요. 가사나 음악적으로 조금 뒤틀린 방식으로 풀어냈어요."

단정하지만 해맑은 얼굴을 보여주는 그에게 초심자의 경직된 자세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즐겁게, 하지만 겸손한 태도로 청자 앞에 나타나 호기심을 이끌던 이 청년의 첫 앨범을 기분 좋은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봐도 좋겠다. 그가 작정하고 나서면 독일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능률을 아낌없이 발휘하니 말이다.

"옛날 같으면 제가 하는 음악에는 장르가 없다고 이야기할 텐데 그것도 요즘엔 아티스트 사이에서 클리셰가 돼버려서 고민이 되네요. 저는 음악과 가사의 주제가 언밸런스한 음악을 하고자 해요. 멜로디와 가사를 매치하지 않는 거죠. 이별 가사에 서정적 멜로디가 아닌, 이별 가사에 힙하고 신나는 멜로디를 조합하는 형식인 거죠. 새로운 시도들이나 조합을 많이 해보는 음악가로 기억이 되고 싶어요. 평소에 듣는 음악 중에서 어딘가 이질감 있는 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런 음악들이 대중성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걸 대중성 있게 풀어낼수 있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그런 걸 많이 시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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