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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2', 무섭고 놀라운 멀티버스의 세계

'호러 가장' 샘 레이미의 연출력에 감탄이 저절로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MCU 사상 가장 무서운 영화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이자 MCU의 28번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앞선 MCU 영화들과 결이 다른 호러 장르를 접목해 새로운 변화의 돌풍을 일으킨다. 마블 최초의 공포 영화든, 혼란에 휩싸인 멀티버스든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에 휘둘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는 2016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 6년 만에 찾아온 솔로 무비다. 그동안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는 마블 영화에 꾸준히 등장하며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기에 이번 솔로 무비에 대한 기대감은 나날이 커졌다. 가깝게는 지난해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스파이더맨의 부탁으로 멀티버스를 열면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멀티버스가 중심인 MCU 페이즈 4를 이끄는 리드 캐릭터가 되었다.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새로운 히어로 캐릭터 ‘아메리카 차베즈’의 첫 등장으로 포문을 연다. 초인적인 신체능력과 차원 간 이동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로 마블 코믹스에선 ‘영 어벤져스’의 주요 멤버이기도 하다. 차원 이동을 통해 뉴욕에 온 차베즈는 괴물 가르간투스에게 쫓기다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는다. 이들이 다 차원의 우주를 이동하는 장면은 초반부터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아메리카 차베즈를 연기한 배우 소치틀 고메즈는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베이비 시터 클럽’으로 낯익은 얼굴이다. MCU 히어로들 중 최연소 캐릭터를 맡은 만큼 처음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다가 가공할 실력을 발휘하는 풋풋한 히어로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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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집중해 보면 멀티버스를 뒤흔든 주범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란 점이 흥미롭다. 마블 멀티버스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닥터 스트레인지와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고 스칼렛 위치로 변모한 완다는 멀티버스를 두고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립각을 세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잘못으로 균형이 깨진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완다는 쌍둥이 아들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힘을 총동원한다. 주인공과 악당의 전형적인 대결구도가 아니라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자신이 최악의 상대가 되기도 하고, 동료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불러일으키는 파국은 마법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의 대결이어서 더욱 위력적이고 위협적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1편을 잇는 볼거리도 등장한다. 에이션트 원이 마법사들을 육성하는 곳인 카마르 타지가 다시 주요 배경지로 등장하고, 스트레인지의 든든한 동료 웡(베네딕트 웡)의 활약도 일정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며 만족감을 준다. 이 외에도 스트레인지의 연인 크리스틴 팔머(레이첼 맥아담스), 스트레인지의 숙적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포) 등 ‘닥터 스트레인지’ 멤버들이 멀티버스 설정에 맞춘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로 등장한다. 

멀티버스 안에서 어벤져스와 같은 히어로 그룹인 ‘일루미나티’의 등장과 구성원은 개봉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았던 부분이다. 출연이 공개된 ‘엑스맨’의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를 비롯해 캡틴 카터(헤일리 엣웰), 캡틴 마블(라샤나 린치), 블랙볼트(앤슨 마운트), 미스터 판타스틱(존 크래신스키)이 최종적으로 영화에 모습을 드러낸 히어로들이다. ‘엑스맨’ 팬들이라면 이들과 함께 등장하는 울트론 군단의 모습도 반가울 터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렇다면 ‘닥터 스트레인지 2’는 과연 어떤 공포 영화일까. 답은 연출을 맡은 샘 레이미 감독에게 있다. 그가 누구인가. 2000년대 이후에는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 감독과 ‘맨 인 더 다크’  제작자로 알려졌지만, 호러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블 데드’ 시리즈를 연출한 1980년대 최고의 호러 감독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영화는 완다가 일루미나티와 대결하는 장면부터 본격적으로 호러에 기반한 장르 영화로 돌변한다. 얼굴에 피를 뒤집어쓴 완다의 모습이나 고어한 수위는 ‘내가 지금 마블 영화를 보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넋을 잃게 한다. 이후에도 이어지는 독특한 장면 구성은 15년 만에 연출을 맡은 샘 레이미 감독의 역량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호러와 코미디의 균형을 잃지 않는 연출도 여전하다. ‘이블 데드’의 주연배우 브루스 캠벨(차베즈에게 피자볼을 파는 노점상 역으로 등장)이 카메오 출연해 호러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 음악의 거장 대니 엘프먼의 음악은 샘 레이미의 연출과 맞붙듯 환상적인 선율 공세를 퍼붓는다. 

이처럼 마블 영화가,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이 공포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충격 요법이자 필연적 선택이다. 이제 MCU 영화는 서른 편 가까이 달하는데다 신구 캐릭터 별로 드라마 시리즈까지 만들어져 새로운 재미를 주는 동시에 피로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인피니티 사가가 끝나고 ‘블랙 위도우’로 출발한 페이즈 4의 영화들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이어지며 여러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2’는 히어로 영화들의 일관된 주제인 히어로의 고뇌와 가족애, 인류 구원을 단골 음식점의 순한 맛으로 버무릴 생각이 전혀 없다. 악당 타노스는 귀여웠다 싶을 정도로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저주 받은 영혼들이 출몰하고 인물들의 번뜩이는 광기가 쌓아올린 아수라장은 마블 영화에선 처음 맛보는 다크한 맛이다. 매운 맛보다 더 얼얼한 맛이어서 정신이 번쩍 든다. 또한 원작 코믹스와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가 호러 영화를 모티프로 탄생했기 때문에 이제야 ‘닥터 스트레인지’ 솔로 무비가 제 그릇을 찾은 모양새다. 깊은 내상을 입은 완다의 광기를 표현하기에도 호러만큼 어울리는 장르도 없어 보인다. 호러 거장 샘 레이미의 손길이 닿은 멀티버스는 원작의 사이키델릭한 세계와 작가적 개성이 뭉쳐져 낯설고 정신없지만 발을 담글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혹적으로 그려졌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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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극 중 닥터 스트레인지가 말하는 것처럼 “또 다른 나를 찾는 여정”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야 이미 정평이 나있고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를 얼마나 새롭게 보여줄까 싶겠지만 이번에도 역시 다르다. 악한 닥터 스트레인지 ‘시니스터 스트레인지’, ‘디펜더 스트레인지’까지 다른 차원의 스트레인지까지 다역을 연기했다. 특히 그가 연기한 좀비 스트레인지는 우스꽝스럽고 소스라칠 정도로 무섭다. 어떤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든 컴버배치의 연기에 새삼 놀라게 된다. 좀비 전문 감독 샘 레이미의 연출작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좀비를 연기한다는 것도 다른 차원의 좀비 영화를 보는 듯 굉장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야말로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수훈감이다. MCU 페이즈 4의 첫 작품이자 MCU의 첫 번째 디즈니+ 드라마 ‘완다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호평받았던 엘리자베스 올슨은 이번 영화에서도 쌍둥이 아들과 평범하게 살기를 소망하는 완다의 모성애와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고 고통과 분노에 휩싸인 스칼렛 위치의 광기를 마법 부리듯 넘나든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면 거침없이 제거해 버리는 잔인무도함은 딱 공포 영화의 ‘악녀’의 형상이다. 

샘 레이미 감독이 자신만의 숨결을 불어 넣은 ‘닥터 스트레인지 2’는 마블 영화에서 유례없는 작품임에 틀림 없다.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지만 기존 마블에서 볼 수 없던 잔인한 표현 수위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디즈니+에서 공개한 MCU 드라마들을 접하지 못했거나 아직까지 멀티버스에 적응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궁금하다. 어찌 됐든 광기로 휘몰아치는 ‘닥터 스트레인지 2’는 다양한 관객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관객 취향과 별개로 마블 영화 스스로와 관객들에 자극을 주는 영화가 탄생한 건 분명하다. 앞으로 마블 영화의 여정은 오는 7월 개봉하는 ‘토르 4: 러브 앤 썬더’, ‘블랙팬서 2’ 캡틴 마블 2’로 이어진다. 호러 거장 샘 레이미 감독이 촉발한 마블 영화의 장르적 실험이 차기작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영향을 끼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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