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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1.10.15 10:54
  • 수정 2021.10.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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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수', 오디션 프로 침체 속 독야청청 "왜 그럴까?"

사진제공=TV조선
사진제공=TV조선

"또 터졌다."

7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국민가수)의 이야기다. 1회가 전국 시청률 16%(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한 ‘국민가수’의 2회 시청률은 15.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방송 시작을 앞두고 기대치가 높았고, 또 1회를 본 시청자들이 실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단순히 시청률 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낼 수 있다. 실질적인 반응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해보자. 현재 방송 중인 MBC 아이돌 오디션 ‘극한데뷔 야생돌’의 전국 시청률은 14일 기준, 0.8%다. 케이블채널 Mnet ‘걸스플래닛999:소녀대전’ 역시 0%대다. 이 엄청난 격차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국민가수’만 독야청청하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디션 끝판왕’들의 참여, 출발선이 다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은 참가자다. 탄탄한 실력과 단단한 인지도를 가진 참가자가 모이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국민가수’에 참여한 오디션 스타로 구성된 ‘타오디션부’를 주목해야 한다.

14일 방송된 ‘국민가수’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일제히 무대에 올랐다. Mnet ‘슈퍼스타K3’ 우승자인 울랄라세션 출신 박광선을 비롯해 ‘슈퍼스타K 2016’ 우승자 김영근도 참여했다. 이 외에도 ‘보컬플레이’의 우승자와 준우승자인 임지수와 김영흠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고, ‘보이스코리아’ 톱4 출신 지세희, ‘프로듀스 101’에 참여했으나 투표수 조작으로 탈락했던 김국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에게 오디션 도전은 ‘잘해야 본전’일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가수’를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절박함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는 연예계에서 오랜 기간 버틴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근이 "우승을 한 이후 이번이 첫 방송"이라면서 "(대중이)계속 관심을 가져주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이유다.

또한 ‘국민가수’에는 보컬그룹 브로맨스 멤버로서 정식 활동했던 박장현과 ‘팬덤싱어’에 참여했던 고은성 등도 참여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런 유명세가 반드시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타 오디션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 가수로서 정식 활동까지 했던 만큼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리고 이런 부담은 ‘독’으로 작용한다.

사진제공=TV 조선
사진제공=TV 조선

박장현은 무대 공포증으로 인해 긴 시간 무대에 서지 못한 트라우마를 밝힌 후 담담하게 ‘꽃이 핀다’를 열창했으나 총 10개의 하트(13개 만점)를 받는 데 그쳤다. 고은성 역시 ‘그 순간’을 불렀으나 "무대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아쉬운 평과 함께 11개의 하트만 획득했다. 올하트를 기대하며 ‘나와 같다면’을 부른 김영근 역시 10개의 하트를 받은 후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런 의외의 출연자들과, 또 예상치 못한 결과는 ‘국민가수’의 초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타 참가자들이 "오디션 도장깨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쟁쟁한 이들의 도전과 반전은 트로트 시리즈를 잠시 접고 K-팝 오디션을 표방하는 ‘국민가수’를 선보인 TV조선이 간직한 비장의 무기였던 셈이다.

 

#왜 ‘국민가수’를 선택했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2010년을 전후해 ‘슈퍼스타K’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론칭됐다. 이를 통해 수많은 스타들이 발굴됐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잊혔다. 그리고 2년 전부터는 트로트 오디션 열풍이 불면서 익숙한 얼굴들을 각종 트로트 오디션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돌고 돌아 지금도 ‘국민가수’를 비롯해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수많은 오디션 스타들이 ‘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국민가수’를 선택했냐’는 것이다.

이는 결국 TV조선이라는 채널이 가진 힘으로 귀결된다. TV조선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거치며 ‘오디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미스트롯1’의 마지막회는 18.1%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고, ‘미스터트롯’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35.7%였다. 올해 초 마친 ‘미스트롯2’의 최고 시청률 역시 30%대였다. 

이는 한때 오디션의 대명사였던 Mnet의 위상과 견줄 법하다. 허각과 존박이 맞붙어 최고 시청률 18%대를 기록한 ‘슈퍼스타K 2’는 케이블채널의 위상을 바꿔놓은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이후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배턴은 TV조선이 이어받았다. 트로트 시리즈 이후 TV조선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해당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보도, 드라마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며 채널 전체 평균 시청률이 크게 올랐고, 후발 주자인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케이블채널의 역학 관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사진제공=Tv조선
사진제공=Tv조선

‘국민가수’의 방송을 앞두고는 우려도 많았다. TV조선의 인기가 중장년층에 국한되며, 소위 ‘트로트 코인’에 따른 착시 효과라고 폄훼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니, 트로트를 배제하고 "K-팝 가수를 뽑겠다"는 ‘국민 가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후 평가는 뒤집혔다. 젊은 시청층이 대거 몰렸고, 오디션에 재도전하는 스타 외에도 숨은 실력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TV조선을 선택한 양질의 지원자들의 무대가 거듭되며 ‘국민가수’는 불과 2회 만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 오디션 참가를 꿈꾸는 이들이 Mnet으로 몰렸듯, 지금은 TV조선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앞선 오디션 프로그램의 큰 성공을 통해 숨은 실력자들의 TV조선을 선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것"이라면서  "한 때 ‘나올 지원자는 다 나왔다’는 반응과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은 끝났다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슈퍼스타K 1’ 이후 또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며 그 사이 성장한 새싹들이 ‘국민가수’를 스타의 등용문으로 활용하며 새 장을 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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