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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조이음(칼럼니스트)
  • 입력 2024.03.27 11:30
  • 수정 2024.03.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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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는 역시 믿음에 응답했다, '원더풀 월드'

6년만의 컴백작서 명불허전 연기

사진=MBC
사진=MBC

그의 삶은 말 그대로 ‘원더풀’했다. 심리학 교수이자 저서 ‘시절인연’을 통해 한국인 최초로 로잘린상을 수상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진짜 원더풀은 따로 있었다. 가정적이고 믿음직한 남편과 이룬 가정, 네 번의 유산 끝에 기적처럼 품에 안은 아이까지.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이었다. 흠집 하나 없는 보석 같은 제 삶을 감사히 여기며, 그는 “이 이상의 행복은 감히 바라지도 않겠다고, 그 어떤 행운도 욕심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MBC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극본 김지은, 연출 이승영 정상희) 속 은수현(김남주)이다.

‘원더풀 월드’는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직접 처단한 은수현이 그날에 얽힌 미스터리한 비밀을 파헤쳐 가는 휴먼 미스터리 드라마다. 김남주가 연기한 은수현은 소중했던 아이를 잃고, 아이를 살해한 범인을 직접 응징한 이후 달라진 삶을 버텨나가는 인물이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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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은수현의 삶은 짐작 가능하겠지만 ‘전혀 원더풀 하지 않’다. 유력 정치인이란 배경을 뒤에 업은 가해자는 악어의 눈물로 법정에서 호소한 덕에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오히려 아이의 사망 원인에 은수현의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죄책감을 건드린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 한마디를 바랐던 은수현에게 돌아온 건 냉대. 분노에 찬 그는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고 죗값을 받는다. 아이의 죽음과 함께 삶을 정리하려는 듯했던 은수현은 그러나 여느 드라마 속 주인공이 그러하듯 삶의 이유를 다시 찾는다.

극 초반 ‘원더풀’했던 은수현의 서사는 빠른 전개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 은수현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한 권의 책을 낸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으며 저자 사인회가 개최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라는 건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은수현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심리학 교수라는 설정 또한 복역 이후 연이어 벌어지는 모종의 상황들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 은수현을 이해할 수 없다가도, 언젠가는 그가 시원하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장면이 준비돼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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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눈물의 경계에서 빚어낸 듯한 은수현은, 여러모로 김남주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살아 숨 쉬는 인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사람’ ‘자신의 복수를 후회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캐릭터 설명처럼, 김남주는 극 중 제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은수현의 서사를 깊이 있는 연기로 매 순간 시청자를 설득한다. 아들을 잃은 절망과 지키기 못했다는 죄책감은 텅 비어버린 눈으로 멈추지 않는 눈물로 아픔을 보여주고, 사적 복수마저도 이해의 영역으로 넘겨버린다.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배신당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버티는 은수현의 모습은, 그를 향한 시청자의 응원을 자아내는 건 모두 김남주의 내공이다.

사실 김남주의 연기 인생이야말로 ‘원더풀 월드’였다. 그가 실제로 걸어온 길이야 시청자로서 알 수 없지만, ‘모델’(1997) ‘그 여자네 집’(2001) ‘내조의 여왕’(2009) ‘역전의 여왕’(2010) ‘넝굴째 굴러온 당신’(2012) ‘미스티’(2018)까지, 그가 써내려 온 출연작들의 시청률이 그랬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를 아는 배우, 어쩌면 잘 될 작품을 선택할 줄 아는 배우. 어떤 배우든지 똑똑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를 ‘믿고 본다’고 말하지 않나.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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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당시부터 세련되고 지적인 도시의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김남주는 ‘내조의 여왕’을 통해 180도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물론 그의 ‘완판’ 이미지는 공고했지만, 도도하고 깐깐한 줄만 알았던 ‘도시여자’에서 생활력까지 갖춘 캐릭터로 레벨업 됐다고나 할까. 여기에 ‘미스티’로 또 한 번의 도전에 성공한 김남주는 6년 만에 ‘원더풀 월드로’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기에, 모든 결과는 알 수 없다. 다만 머물러도 자신의 것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자리임을 알기에, ‘원더풀 월드’라는 도전이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단순히 전작과 비슷한 분위기에 이끌린 것이 아닌(심지어 비슷해 보이지도 않는다), “모성애와 상처, 치유”란 코드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의 선택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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