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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덕행 기자
  • 입력 2024.03.28 08:00
  • 수정 2024.03.28 09:17
  • 댓글 0

'개그 콘서트'는 어떻게 살아날 수 있었을까

/사진=KBS

지난해 11월 KBS '개그콘서트'가 부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와 의심이 섞인 시선을 보였다. tvN '코미디 빅리그'가 종영하며 공개 코미디가 사라질 뻔한 위기에서 '개그 콘서트'가 그 명맥을 잇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OTT와 유튜브 등 대체 수단이 많은 상황에서 제약이 많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지금까지의 결과물은 긍정적이다. 새롭게 태어난 '개그콘서트'는 조금씩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KBS

돌아온 '개그콘서트'의 초반 화제성을 담당한 건 '데프콘 어때요'와 '봉숭아 학당'의 개그맨 신윤승이었다. 신윤승과 조수연이 개인 유튜브에서 활용했더 콩트를 다듬어서 만들어낸 '데프콘 어때요'는 적극적인 소개팅녀 조수연과 이를 철벽방어하는 소개팅남 신윤승의 케미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두 사람은 이를 통해 2023년 KBS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아이디어 상을 타기도 했다.

신윤승은 '봉숭아학당'에서는 항상 "이상해"를 외치는 이상해 역할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명을 노출할 수 없는 KBS의 정책에 딴죽를 거는 이상해 캐릭터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답답해했던 부분을 속시원하게 꼬집으며 첫 등장부터 강한 호응을 받았다. 특히 브랜드명을 말하고 화면에 노출시키려는 신윤승와 이를 음소거하거나 편집하려는 제작진의 맞대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신윤승은 2012년 KBS 2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 시즌1에도 출연했지만 당시에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개그콘서트'의 종영 이후 유튜브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뉴페이스'는 아니지만, 신선한 얼굴임에는 분명한 신윤승은 '개그콘서트' 시즌2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며 부활을 이끌었다.

 

/사진=KBS

새로운 얼굴이 힘을 내자 '개그콘서트'의 터줏대감들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개그콘서트2'의 최고참 박성호와 박성광, 송준근, 이원구, 정범균 등 KBS 22기 동기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챗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다섯 명의 개그맨은 현재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 중 최선임 기수 개그맨이다. 

'챗플릭스'는 카카오톡의 오픈채팅을 활용하여 관객들의 애드리브를 받고 이를 통해 코너를 이어가는 방식의 코너다. 과거에도 '애드리브라더스', '쓴대로 간다' 등의 애드리브 코너가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애드리브를 쓴다면 코너 진행이 막힐 수 있는 앞선 코너와 달리 '챗플릭스'는 연달아 올라오는 채팅 중에서 상황에 적절한 문구를 고를 수 있기에 더욱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렇게 적절한 문구를 고른다고 하더라도 이를 살리는 것은 오롯이 출연진의 몫이다. 재치 있는 문구가 등장해도 출연진이 이를 살리지 못한다면 분위기는 오히려 더 가라앉을 수 있다.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포인트를 미리 정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코너다. '챗플릭스'에 출연 중인 다섯 명의 출연진들은 어떠한 문구가 주어져도 이를 살려내며 경력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증명했다. 

 

/사진=KBS

이밖에도 다양한 코너와 캐릭터가 꾸준하게 등장하며 계속해서 활기를 불어넣고있다. 또 하나 고무적인 부분은 출연진뿐만 아니라 제작진 역시 코너의 성공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봉숭아 학당'의 이상해나 '챗플릭스'는 그 구조상 제작진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지금껏 공개 코미디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제작진의 적극적인 개입은 오히려 라이브한 매력을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이 원했던 '날 것'의 재미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기술적인 호흡도 신선하지만 출연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개그콘서트' 연출을 맡고 있는 이재현 PD는 "이번 제작진은 시작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 뒤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신인들도 있고 대본에 익숙한 개그맨들도 많은데 기존의 문법보다는 다양한 패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 기존에는 쉽사리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건 확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매주 수요일 녹화가 진행되는 '개그콘서트'는 그 주 일요일이 아닌 그 다음주 일요일에 방송된다.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는 없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편집 시간을 확보해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느껴진다. 

 

/사진=개그콘서트 유튜브
/사진=개그콘서트 유튜브

출연진들에게 과감한 도전을 강조한 제작진 스스로도 유튜브 진출이라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전체이용가로 다듬어진 편집본은 TV를 통해 방송하고 방송에 담기 어려운 부분이나 아쉽게 편집된 코너 등은 유튜브에 무삭제 버전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유튜브 구독자는 꾸준히 상승하며 어느덧 30만을 넘겼고 영상의 조회수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재현 PD는 "폐지 직전에는 '스킵'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사칭 계정이 생길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신구 개그맨들의 조화에 제작진의 노력까지 더해진 '개그콘서트'는 공개 코미디의 원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모습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저조한 TV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려야 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코너와 캐릭터를 발굴해야 한다는 숙제는 남아있다. 

이재현 PD는 "지금 가능성이 보이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사랑도 표현해야 알 수 있듯 재미있는 코너에는 조금 더 많은 사랑을 주시고 문제가 있어 보일 때에는 가차 없이 욕을 해달라. 저희는 높은 시청률과 더 성장하는 유튜브로 보답하겠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상미 PD 역시 "여러 채널을 통해 젊은 시청층부터 중장년 시청층 모두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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