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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현진인가!" 이름 석자로 증명한 '배우의 품격'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왜 서현진인가. 지난 3일 시작한 SBS 금토극 ‘왜 오수재인가’(극본 김지은, 연출 박수진)에서 타이틀롤 오수재 역을 맡은 서현진이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을 압도하고 나섰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서현진에게 흠뻑 빠져든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왜 서현진일 수밖에 없는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다부진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준 서현진이지만, 이번처럼 독기 서린 오수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오수재는 ‘살기 위해, 가장 위에서, 더 독하게 성공을 좇은’ 인물이다. 특히 1회는 오수재가 얼마나 독한지, 얼마나 모질게 살아왔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오수재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변호사로 굴지의 TK로펌에 들어갔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로펌의 선배 변호사들로부터 온갖 멸시를 다 받았다. 그래서 남다른 승부욕으로 승률 높은 스타 변호사가 됐다. 누구도 자신을 무시할 수 없도록 뛰어난 실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어엿한 파트너 변호사가 됐고, TK의 대표 변호사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독을 품었고 물불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누구건 독선적인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보호받아야 할 약자에게조차 상처가 될 날 선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대표 변호사 취임식을 앞두고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며 로펌 안팎에서 원성이 거세지자 자신의 실적을 강조하며 “내가 TK고, TK가 곧 나”라는 오만방자한 발언도 TK로펌 회장 최태국(허준호) 앞에서 서슴지 않았다. 그만큼 오수재는 자신만만하고, 두려울 게 없는 인물이다.

이렇듯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오수재를 서현진이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차가운 눈빛과 도도한 표정, 앙칼진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세련된 패션과 절도 있는 몸짓까지 시너지를 일으키며 가공할 수준의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독기가 화면 밖까지 전달되며 전율을 느끼게 한다.

오수재가, 또는 서현진이 독하디독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또 있다. 1~2회에는 유독 성범죄 혹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더 구체적으로는 법조계의 인식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자주 등장하며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했다. 그때마다 오수재는 참담한 현실을 냉정하게 꼬집어주는 것도 모자라 그 상대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물론 오수재가 그러한 냉혈한이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그 서사가 완벽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10년 전 국선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을 패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의붓여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으로 재판에 선 김동구(이유진)가 10년형을 선고받자 오수재는 김동구의 손을 꼭 잡으며 “힘을 기르고, 내용을 갖춰야 해. 너도, 나도. 주변에서 헤매지 않으려면”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독기를 품고 달라진 건 오수재만이 아니었다. 김동구는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공찬(황인엽)으로 변신해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의 사연 또한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다 바뀐 이유가 있을 것이다. 2회에는 김동구가 살인자로 수감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진범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이어지며 궁금증이 더욱 고조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우연히도 로스쿨 겸임교수로 온 오수재와 다시 만났다. 아직 오수재는 공찬이 김동구인 줄 모르지만, 이 둘이 앞으로 그려나갈 이야기가 자못 기대된다. 일단 독기로 10년을 산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을까 싶다. 

게다가 공찬은 10년 전 자신을 유일하게 믿어준 오수재이기에 오수재에게 무조건 직진하기로 했다. 이미 2회 엔딩에서 “교수님을 좋아한다”며 손을 잡았다. 난데없는 로맨스다! 

두 눈에 있는 힘, 없는 힘 다 주고 드라마를 이끌던 서현진,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일순간에 맥이 탁 풀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미스터리 법정 로맨스를 표방한 ‘왜 오수재인가’이니 굳이 딴지를 걸 일은 아니다. 이제 겨우 스타트를 끊었으니 충분히 로맨스에 힘을 불어넣을 시간이 있으리라.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사진제공=스튜디오S·보미디어

김동구를 국민적 살인자로 내몰았던 담당 검사 서준명(김영필)이 같은 로스쿨 교수가 돼 세 사람이 다같이 재회한 것도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보다 더 충격적인 일들이 얼마나 더 펼쳐질지 미리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최태국 역의 허준호를 비롯해 이경영 등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굵직한 배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연기파 배우들을 곳곳에 배치했다면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허준호와 이경영이 서현진과 황인엽의 대척점이 돼 얼마나 더 휘몰아치는 드라마가 될지, 서현진은 얼마나 더 독한 오수재가 돼 자신을 막아서는 자들을 일망타진할지 상상만으로도 숨이 멎고 긴장하게 된다. ‘왜 오수재인가’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라도, ‘왜 서현진인가’는 알기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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