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자극에 자극을 더한 도발의 드라마 '이브'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자극적인 조미료를 때려 부은 맛이다. 적잖게 논란은 있지만 관심 끌기도 성공했다.

이번주 시작한 tvN 새 수목드라마 '이브'(극본 윤영미, 연출 박봉섭)는 주인공 서예지가 펼치는 복수극이다. 인생을 걸고 13년에 걸쳐 복수를 설계한 한 여자의 강렬하고 치명적인 이야기다. 원작은 따로 없지만 캐릭터들 사이로 실제 인물이 겹쳐져 흥미롭다.  

'이브'에는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자극적인 요소가 빼곡하다. 폭행, 불륜, 갑질로 이야기의 큰 줄기를 꾸려가고, 다분히 외설적이다. 2회 만에 정사신만 네 차례가 나온다. 하지만 덕분에 몰입감은 높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도발이 드라마 도처에 깔려있다. 19금 미드에서 볼 법한 연출이다.

빠른 속도로 치고 빠지는 전개 위로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감싼다. 극중 유선의 광기 어린 히스테릭함을 보며 이래도 되나 싶게 자극적이지만 묘하게도 그게 '이브'의 매력이다. 논란을 겪은 배우의 복귀작이니 작정하고 논란을 더한 듯도 보인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서예지가 맡은 캐릭터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여주다. 빼어난 미모에 비극적인 사연이 있으며, 말간 얼굴로 주변에 호감을 산 후 뒤돌아선 음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극중 라헬이라는 이름은 흥미롭다. 성경 속 인물인 라헬은 야곱의 두 번째 부인이다. 야곱과 라헬의 이야기는 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야곱은 아름다운 미모의 라헬에게 첫눈에 반해 14년을 그의 아버지 밑에서 일했다. 라헬은 야곱의 극진한 사랑을 받는 부인이었지만, 오랜 기간 아이를 낳지 못해 불행을 겪기도 했다. 끝내는 요셉을 얻었으나 베냐민을 낳고 앓다가 죽는다. '이브'의 남주인 윤겸(박병은)도 첫눈에 라헬에게 반한다. 아내인 소라(유선)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성경과 서사가 비슷하다.

드라마에서 제일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건 유선이 연기한 소라다. 완벽에 대한 강박, 우월감에서 나오는 거만, 사랑의 결핍이 부른 히스테릭한 집착. 못됐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인물이다. 아무렇지 않게 거느리는 부하 직원과 잠자리를 하고,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에게 막말과 함께 뺨을 날린다. 외도를 하면서도 상대에게 남편인 윤겸을 연기하도록 하는 집착은 무섭기까지 하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때문에 서예지의 복수극이 녹록지 않을 것을 암시하며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상당한 내공이 담긴 유선의 연기는 기 센 캐릭터에 특화된 서예지와 좋은 밸런스를 이룬다. 센언니들의 싸움 구경은 언제 봐도 재밌다. 라헬이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낼 때 어떤 시너지를 이뤄낼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허나 초반부터 때려 부은 자극적인 요소가 훗날의 역치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조금 우려스럽다. 다소 보기 민망한 외설적인 장면도 19금이라는 시청 제한으로도 여러 말을 낳는 상황을 막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출연배우에 이어 내용까지 파격이니 '문제작'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아직까진 TV 드라마가 보수적인 만큼 OTT에 더 어울릴 작품이다.

아직 14회나 남겨둔 '이브'가 논란을 뚫고 어떻게 이 대장정을 완수할지 궁금하다. 매운맛이 과하면 속이 쓰린 법이다. 게다가 매운맛은 통각이다. 그럼에도 적당히 구미를 당긴 초반 러닝은 좀 더 두고 봐도 좋겠다 싶다. 이 작품의 성패에 서예지의 재기까지 달렸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아이즈(iz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