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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맨션' 욕망 전차에 단체로 올라탄 무서운 이웃들

사진제공=티빙
사진제공=티빙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장미맨션'(연출 창감독, 극본 유갑열)은 재개발을 앞둔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일상적이고 친숙한 배경을 스릴러 공간으로 삼은 이 드라마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면서부터 시청자들의 안방까지 서늘한 기운을 맴돌게 한다. 집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는 순간 인간이 내몰리는 공포는 깊고 어두운 수심에서의 숨막히는 표류다.

'장미맨션'은 사라진 언니를 찾기 위해 돌아오고 싶지 않던 집에 온 지나(임지연)가 형사 민수(윤균상)와 함께 수상한 이웃들을 추적하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평범한 겉모습 뒤에 탐욕스러운 속내를 숨기고 사는 수상한 이웃들,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비밀들이 극한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집을 주 배경으로 하는 '장미맨션'은 스릴러가 주는 서스펜스의 극대화를 위해 조금은 과장되지만 현실적인 공포를 담아낸 드라마다. 지나의 윗집에서 내는 불쾌한 층간소음은 보는 이의 신경마저 곤두서게 만들고, 이웃의 죽음에 아파트 값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이기(利己)는 씁쓸한 공감을 안긴다. 

한국 작품에서 아파트를 주 무대로 한 스릴러물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단골 소재다.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던 티빙 '해피니스'와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비롯해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영화 '아파트', '이웃사람', '숨바꼭질' 등이 있다. 집이 주는 공포는 그 잦은 소재 쓰임만큼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의 공포심을 유발한다. 미국 공포물의 고전적 클리셰도 다름아닌 '새 집으로 이사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 것이다. 한국은 아파트형 거주가 많다보니 보다 밀집된 공간에서 여러 인물을 등장시켜 엮어낼 수 있는 서사가 더욱 다채롭다.

사진제공=티빙
사진제공=티빙

'좋은 이웃을 만나는 건 로또'나 다름없는 현 한국 사회에서 '이웃' 앞에 더 이상 '사촌'이린 호칭을 붙이기엔 꽤 어색한 상황이 됐다.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던 시절은 이미 판타지가 됐고,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칼부림이나 나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날에 이웃이 내 집의 숟가락 개수를 알고 있다면 그것이 도리어 공포가 된다. 그래서 '장미맨션' 속 칼부림과 납치를 행하는 주민들의 광기어린 모습은 분명 과장되지만 전혀 현실감없는 일처럼도 보이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지나는 장미맨션으로 처음 이사를 갔을 때부터 그곳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머문 동안에도 그리 행복한 추억은 없었다. 언니와 자신을 차별하는 부모, 그런 자신을 압박하는 언니는 그를 늘 숨막히게 했다. 그래서 부모와 형제를 등지고 홀로 지방으로 내려갔고, 언니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1년 만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낡고 허름한 아파트가 주는 분위기는 지나가 떠나온 세월만큼이나 더한 음산함을 풍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건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목이 졸린 채 베란다에 묶여있는 섬뜩한 마네킹. 바닥에 고양이 피로 얼룩져 있다. 

언니를 추적할수록 지나 자신도 갖은 위험에 처한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내 집과 내 방에 괴한이 침입하는 상황까지 치달으며 극한의 상황에 처한다. 더욱 무서운 건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이웃일 거라는 의심 속 불안이다. 언니가 납치된 흔적은 있지만,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언니도, 언니를 납치한 범인도 바로 아파트 내부에 있다. 음흉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는 마트 사장도, 의뭉스러운 눈빛을 지닌 부녀회장도, 의부증을 앓는 윗집 여자까지 수상하지 않은 이 하나 없는 공간에서 숨막히는 추적을 이어간다. 그러다 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집에서 발견한 섬뜩한 모습의 마네킹처럼 목이 매달린 채. 언니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장미맨션' 속 모든 인간 군상들은 집착을 향해 달려간다.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욕망은 아파트 값을 걱정하는 돈이기도 하고, 변태적 욕구를 충족해 줄 더러운 애욕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묘하게 움직이는 앵글들, 그리고 인물마다 시그니처가 되는 컬러를 덧입히면서 더한 입체감으로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비록 자극적인 설정을 과하게 입혔다고 하나 그다지 동떨어지지 않은 현실감으로 살에 닿는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그런 까닭에 보는 내내 불쾌한 감상을 들게 하지만, 일단 한 번 시청을 시작하면 TV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할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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