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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신윤재(칼럼니스트)
  • 입력 2022.05.19 09:48
  • 수정 2022.05.19 09:58
  • 댓글 0

엔데믹 시대, 우회전략으로 살길 찾는 토종 OTT

왓챠, '지혜를 빼앗은 도깨비' '노키득존' 잇단 편성

'노키득존', 사진출처=예고편 화면 캡처
'노키득존', 사진출처=예고편 화면 캡처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수혜를 얻었지만, 그래도 OTT 시장은 성장의 혼돈에 한창이다. 모두가 ‘집콕’ 생활을 해야 했던 팬데믹의 와중에 가장 많이 성장했지만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타격도 가장 먼저 입었다. 지배적 사업자로 불리는 넷플릭스마저 주가하락을 경험했고 최근에는 15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쩌면 극장이나 공연장, 놀이공원 등 오프라인 플랫폼과 경쟁하는 OTT 진정한 경쟁의 시험대는 이제 시작됐는지 모른다.

넷플릭스도 그럴진데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와 좁은 저변을 갖고 있는 다른 OTT들은 어떨까. 그래서 그런지 최근 OTT들의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 한창 계발되고 있다. 더 좋고, 더 많은 작품을 좀 더 촘촘하게 늘어놓는 작전에 골몰 중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작품이 사용자를 유지하고 유입시키는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넷플릭스가 영화 ‘야차’에 이어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를 연이어 공개했고, 티빙 역시 예능 ‘서울체크인’에 이어 드라마 ‘괴이’ 그리고 ‘장미맨션’을 공개했다.

2016년 론칭한 ‘왓챠(WATCHA)’ 역시 이러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원래 영화평 기록 및 추천서비스를 시작으로 했던 왓챠는 2016년 본격적으로 OTT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웨이브’나 ‘티빙’ ‘쿠팡플레이’ 등 후진주자지만 거대한 경쟁자들과 맞서 자신의 콘텐츠를 확충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사진제공=왓챠
'클럽하우스', 사진제공=왓챠

어떤 분야든 경쟁을 위해서는 대자본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틈새를 파고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왓챠가 최근 OTT 무한경쟁에서 쓰고 있는 전략이다. 비록 캐스팅이나 오리지널 콘텐츠의 방대함 등은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과감한 혁신과 아이디어를 통해 ‘제3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요즘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예능 콘텐츠를 통한 ‘우회전략’이다. 일반적으로 OTT 서비스들은 초반 히트작의 흥행에 부흥됐는데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오징어게임’이나 ‘D.P.’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주로 드라마 콘텐츠였다. 티빙 역시 ‘술꾼도시여자들’을 위시한 드라마 콘텐츠에 집중했다. 하지만 왓챠의 경우 예능을 타깃으로 삼았다.

지난 3일 첫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예능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는 강호동, 이용진, 양세찬 등 세 MC가 도깨비 분장을 하고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게스트를 초청해 토크를 나누는 스튜디오 예능이다. 예능에서는 우리나라 정상급 MC로 꼽히는 강호동을 과감히 캐스팅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택했다. 이들은 세 명 나름으로 도깨비 설정의 토크를 하다가도 막판에는 게스트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토크쇼의 형식으로 흘러간다. 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방식에 익숙한 강호동의 리드를 통해 이뤄질 수 있었다.

28일 첫 공개되는 ‘노키득존’ 역시 왓챠의 예능 콘텐츠다.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에도 등장하는 이용진과 이진호를 비롯해 강재준, 이은형, 곽범, 이창호, 이은지, 김해준, 양배차, 최우선 등 희극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여기에 전 농구선수 겸 유튜버 하승진과 가수 강남, 댄서 가비, 유튜버 랄랄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얻은 이들이 합류했다. 

'지혜를 빼앗은 도깨비', 사진제공=왓챠
'지혜를 빼앗은 도깨비', 사진제공=왓챠

프로그램은 14명의 출연진이 5000만원의 상금을 놓고 웃음참기 대결을 하는 모습을 담는다. 이들은 이미 시청자를 대상으로 출연자를 모집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가 강호동의 리드라면, ‘노키득존’은 14명의 출연자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오리지널 드라마로는 배우 한석규에게 베팅했다. 한석규는 강창래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출연을 확정했다. 한석규 경력 최초의 OTT 드라마다. 이혼 후 대장암 선고를 받은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를 그리는 휴먼 드라마다. 배우 김서형이 아내로 캐스팅돼 연기 앙상블을 이룬다.

이러한 야심작도 있지만 왓챠의 전략은 틈새공략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의 방송 문법, 어쩌면 TV가 아닌 OTT에도 잡혀있는 그러한 틀을 계속 깨려는 시도를 한다. 토종 OTT 최초로 본격적인 스포츠 다큐멘터리에 집중해 올 초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 과정을 다룬 ‘클럽하우스’를 공개했고, 젊은 층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성 동성애 코드의 작품 ‘BL’물인 ‘시멘틱 에러’도 론칭했다. 벌써 시즌 4가 된 오피스물 ‘좋좋소’를 통해서는 여느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극한의 사실주의로 직장생활의 애환을 전하기도 했다.

'시멘틱 에러', 사진제공=왓챠
'시멘틱 에러', 사진제공=왓챠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코미디쇼, 자연이나 휴먼 또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으로 세분화된 해외의 OTT 플랫폼과 다르게 토종 OTT의 콘텐츠 체계는 아직도 드라마에 많이 몰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작법 또한 몇 개 작품의 큰 성공 이후 CG(컴퓨터 그래픽)를 대거 사용하는 장르물이나 크리쳐물 또는 좀비물 등으로 편중되는 경향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록 덩치는 작지만 영민한 아이디어로 움직이는 왓챠의 성공사례가 계속될 경우 토종 OTT 판도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낼 가능성이 높다. 과연 왓챠는 자신만의 무기로 이 거대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들의 싸움에 자꾸만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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