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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조이음(칼럼니스트)
  • 입력 2022.01.26 09:54
  • 수정 2022.01.26 10:20
  • 댓글 0

'차린건 없지만', 영지와 함께여서 늘 즐거운

매주 초대한 게스트와 함께하는 먹방수다파티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차린건 없지만’이란 제목과 함께 상다리가 부러질 듯 음식이 가득 차려진 잔칫상이 연상됐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들라”며 손님에게 식사를 권하는 잔칫집 주인의 겸손한 인사말처럼 들린 탓이다. 웹 콘텐츠 제목이 ‘차린건 없지만’이라니. 대체 어느 누가, 잔칫상 차리기라도 한다는 건지. 제목만 듣고 단단한 오해가 쌓였다. 

웹 콘텐츠 ‘차린건 없지만’은 Mnet ‘고등래퍼3’ 최초의 여성 우승자이자 최연소 우승자 영지가 호스트로, 매주 새로운 게스트에 맞춰 식사를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게스트 맞춤 식사 대접을 위해 진행된 시뮬레이션에서 영지는 인터뷰와 요리(혹은 조리)를 동시에 하는 게, 동시에 여러 음식을 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몸으로 깨닫는다. 또한 영지는 카디비, 저스틴비버 등 해외 스타들을 이 프로그램에 초대하고 싶다며 이를 이루기 위해 되도록 영어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한다. 모든 과정이 담긴 티저 영상 말미에 영지는 “차린 건 없지만 행복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다음을 약속한다.

일주일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진다. 정돈되지 않은 공간이 동선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조리에도 영향을 미쳤던 주방은 깔끔해진다. ‘과연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던 짙은 불안의 농도는 한 회 만에 급속도로 옅어진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영지는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먼저 매주 출연하는 손님의 입맛을 겨냥해 음식을 준비한다. 요리는커녕 조리에도 익숙하지 않은 그이지만, 최선을 다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고, 상황에 따라 배달앱을 이용하기도 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손님을 위해 냄새만으로도 눈물을 흐르게 하는 핵폭탄 맛 떡볶이를 끓이는가 하면, 고된 활동으로 살이 빠진 아이돌 멤버를 위해 ‘차린건 없지만’ 촬영 중 3kg 찌우기 계획을 세우고 치즈 덩어리로 만든 그릇에 불닭볶음면을 넣어주는가 하면, 후식으로 마시멜로우를 구워주기도 한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원하는 손님을 위해 1인용 그릇에 손님 도착시간에 맞춰 준비하고, 족발 주문까지 잊지 않는다. 다만 체중 관리 탓에 샐러드만 먹어야 한다는 손님에게 피자 냄새로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사악한(?) 면모를 보이기도, 게스트의 가족 맞춤 선물까지 준비하는 센스를 드러내기도 한다.

‘차린건 없지만’ 속 호스트의 게스트 맞춤 서비스에는 ‘취향’도 포함된다.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출연진을 위해 해바라기 가면을 얼굴에 두르고 손님을 맞이하는 영지의 모습은 ‘차린건 없지만’ 첫 화 공개 이후 브리지 영상으로 매 회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올라프 분장을 한 영지의 모습이 시즌까지 겨냥해 웃음을 안긴다. 할머니 분장으로 뭉클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안겼는가 하면, 특별한 설정이 필요치 않을 때엔 모자에 편안한 복장으로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익숙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마저 ‘차린건 없지만’에 빠져들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영지의 태도에 있다. 영지는 지금까지 공개된 12명의 손님 가운데 누구 하나 불편해하지 않도록 특유의 씩씩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간다. 시원한 웃음과 몸을 아끼지 않는 리액션까지 보여주는 그와의 대화는 이보다 더 화기애애할 수 없다. 특히 화면 밖의 시청자까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챙기는 소통 능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사진출처=방송화면 캡처

최근 영지가 영어로 진행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있었고, 이에 영지는 “영어를 사용할 때마다 5만 원씩 기부”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날 2시간 만에 128회를 말해 총 64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청자의 반응까지 영상 피드백으로 담아주니, 소외감이란 있을 수 없다. (영지는 앞선 유튜브 콘텐츠 ‘영지발굴단’을 통해 만난 리포터 박슬기의 ‘족집게 과외’ 효과인지, 여러 직업 체험으로 쌓인 사회 경험 덕분인지 분위기를 주도하는 능력이 만랩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웹 콘텐츠지만 이처럼 열정적인  영지에게 손님들은 마음을 표현한다. 첫 손님이었던 헤이즈가 영지에게 선사한 선물(폴라로이드)은 ‘차린건 없지만’을 찾은 손님들이 떠나기 전 영지와의 추억을 남기고 가는 관문이 됐다. ‘차린건 없지만’으로 데뷔 이래 첫 단독 스케줄을 경험했다는 트와이스 채영은 손재주를 살려 프로그램 로고 디자인을 즉석에서 완성, 선물했다. 최강창민은 영지의 목 상태를 걱정하며 ‘목에 좋은 것들을 챙겨왔다’고 종이가방을 안겼고, 세븐틴 승관은 영지의 요청으로 아이유의 ‘러브 포엠’을 불러주기도 했다.

‘차린건 없지만’에 기대했던 잔칫상은 없었다. 하지만 클릭 한 번에 확인한 건 잔칫상 이상의 갖가지 매력을 지닌 호스트가 있다는 것. ‘차린건 없지만’으로 만날 다음 손님은 누굴까. 벌써부터 호스트 이영지와 마주할 다음 손님의 호흡이 기대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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