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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2.01.24 14:40
  • 수정 2022.01.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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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선과 악의 이상야릇한 경계

김남길, 사진제공=스튜디오S
김남길, 사진제공=스튜디오S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극본 설이나, 연출 박보람)의 주인공 경찰 송하영(김남길)은 모두가 "네"라고 외칠 때 "아니요"라 말하는 인물이다. 상관이 주먹구구 식으로 범인을 특정해도 홀로 추가 증거를 찾아내 끝까지 진짜 범인을 찾아낼 정도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곧잘 눈총을 받는, 어딘가 재수없고 튀는 놈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이 남자의 온 마음은 동료들의 눈총보다 피해자의 눈동자를 향해 있다. 그러나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어 도통 속내를 쉽게 읽을 수 없는 남자. 하영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의협심을 책임지는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뭔가 모를 스릴러적인 불안함을 품은 독특한 캐릭터다.

"사건을 포기하지 않는 것, 열린 마음, 직관, 상식, 논리적 분석력, 사적 감정 분리, 타인에 대한 감수성, 심중을 못읽겠는 표정." 하영을 신설팀인 범죄행동분석팀에 데려가려는 국영수(진선규) 팀장이 그를 설득하며 한 말이다. 영수의 말들은 경찰 내에서 그저 별종으로만 치부되던 하영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오랜 감식계 생활로 상대의 습성을 잘 읽어내는 영수만이 그의 참모습을 읽어낸 것이다.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하며 마주한 흉악범죄자 한 명은 하영에게 "눈동자가 텅 비었어. 형사님도 여차하면 괴물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영수가 본 하영도, 범죄자가 본 하영도 모두 일리있게 수긍하게 된다. 눈동자가 텅빈 것 같으면서도, 말의 온도와 분위기를 통해 타인에 대한 엄청난 공감력을 보여주는 사람. 김남길이 연기한 하영은 오묘함의 경계에 서 있어 닿을 듯 닿지 않는 영역을 보여준다.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똑 떨어지는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 그런데 그 얼굴로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아닌 대체로 스릴러나 코믹을 연기한다. 때론 감정을 상실한 것처럼 차가운 눈의 사이코패스처럼 보이지만, 일순간 천진하게 얼굴색을 바꿔 능청맞은 웃음을 선사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명불허전' '열혈사제'를 잇는 드라마라는 점을 생각하면 배역마다 성격의 널뛰기가 엄청나다. 그러나 그가 애초에 대중에게 주목을 받았던 작품 '선덕여왕'의 비담을 떠올리자면 그에게 있어 충분히 수행가능한 영역들이다. 천진한듯 하나 속은 시커멓던  사내, 허나 선역과 악역으로 구분지을 수 없는 애증을 갖게 만든 캐릭터. 김남길은 이미 묘하고도 의뭉스러운 얼굴로 진한 매력을 이끌 줄 알았던 배우였다. 그렇게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와 '무뢰한'에서 보여준 이질적 캐릭터처럼, 종잡을 수 없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김남길, 사진제공=스튜디오S
김남길, 사진제공=스튜디오S

"'한국의 주성치'가 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고 잊혀도 도전하고 또 새로운 작품을 택하고 또 연기하다보니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한 과거 인터뷰처럼 유쾌한 일면을 가진 자신의 성격을 연기에서 좀더 세밀하게 끄집어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김남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한국 드라마 캐릭터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준다. 섬뜩하면서도 어딘가 동정하게 되는 여지를 쥐어 주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하영은 수사물의 의협심 가득한 주인공의 열정을 담고있으면서, 비어있는 시선으로 종종 불길한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무표정을 유지하다 아주 조금의 표정 변화를 일으키는 것만으로 작품에 서늘함을 불어넣는다. 코미디, 수사물,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한 작품에서 섞이는 요즘, 김남길의 얼굴은 그 자체로 복합장르적인 성격을 띤다.

김남길은 SNS를 하지 않는다. 그가 평소 개인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렵고, 흔한 셀카도 찾기 어렵다. 연기 외적으로 좀처럼 대중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예능에서 종종 드러낸 유쾌한 얼굴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기에 미스터리한 영역에 놓여있는 하영을 연기함에 있어 그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전적으로 믿음을 주는 친근한 남자가 아니라 특정 핀트에서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내는 남자주인공. 그러면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며, 속내를 계속 들여다 보고 싶게 만드는 궁금증까지. 김남길의 하영은, 여러모로 헷갈리지만 사랑하고 싶은 남자 주인공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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