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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재웅, 카메라 앞에 선 빙판 위의 소년

오재웅,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오재웅,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삶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 사람, 끊임없이 꿈을 꾸는 사람, 꿈을 좇아 바로 행동하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이 있지만, 대개는 실패를 겪으면 주저 앉고 만다. 그래서 우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고 동경한다. 이와 같은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눈빛과 아우라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두 눈에는 생기가 넘치고,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다.

배우 오재웅을 마주했을 때 마찬가지의 분위기를 느꼈다. 훤칠한 외모에서 나오는 단순한 잘생김이 아니라, 온몸에서 매력적인 생기가 흘러넘쳤다. 선하지만 선명한 눈빛, 겸손하지만 확신이 깃든 말투, 무엇보다 태(態)가 남달랐다. 천생 연예인 비주얼에다가, 입을 열수록 깊은 속내에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1999년생인 그는 올해 24살로, 필모그래피는 아직 여백이 많다. 허나 단 두 작품만에 빠르게 역할을 키워가며 남다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작인 tvN '나빌레라'(2021)에서 송강의 대학교 친구로 잠시 등장했던 그는, 차기작 EBS '하트가 빛나는 순간'에서 서준영 역으로 단숨에 주연을 꿰찼다.

오재웅의 인생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는 점이다. 2012년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랭킹대회 아이스댄스 주니어부문 1위, 2013년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아이스댄스 주니어부문 1위를 했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그러나 부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좌절을 겪으며 빙판에 더이상 오를 수 없게 됐다. 무려 9년이나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 꿈을 키워온 그로선 충분히 좌절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허나 위기는 그에게 새로운 꿈의 계기를 피워냈다. 

"피겨는 부상을 당해서 그만두게 됐어요. 훈련을 하던 중에 스케이트 발목 쪽에 피팅이 잘못되어 있던 게 부상으로 이어졌어요.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죠. 일단 부상때문에 쉬면서 회복한 다음에 다시 하려고 했었어요. 그리고 피겨를 쉬는 동안 기술이 아닌 연기적인 부분을 향상시키려 연기 학원을 다녔죠. 연기 학원은 아버지가 처음 권유하셨는데 처음엔 어떻게 연기해야할 지 부담이 돼서 미루고 미루다가 학원을 갔는데 첫 수업을 받고 '나도 할 수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처음해보는 연기가 참 재밌었고 자연스럽게 연기자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어요. 물론 피겨를 못하게 되면서 아쉬움도 컸어요. 학창시절까지 다 포기하면서 9년이라는 시간을 빙판 위에서 보냈으니까요. 지금도 아쉽긴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더 큰 열망을 느끼고 있어요."

오재웅,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오재웅,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피겨스케이팅을 했던 경력이 데뷔작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발레리노로 등장했던 '나빌레라'에서 그는 발레를 포기하고 입대를 한다. 그의 실제와도 상황이 비슷하다. 오재웅은 "극중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발레에 대한 꿈을 접고 군대에 간다. 피겨 선수로 활동 했을 때 발레도 꾸준히 했다. 감독님도 그 점을 높게 봐주셨다. 간만에 발레 연습을 엄청 열심히 해서 찍었다"며 웃으며 회상했다.

지난달 종영한 첫 주연작 '하트가 빛나는 순간'에선 오랜만에 교복을 입었다. '하트가 빛나는 순간'은 10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드라마이자, 디지털 세상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이 시대의 10대를 응원하는 청춘 성장물이다. 오재웅이 극중에서 연기한 준영은 딩동고 최고 인기남이자 성격까지 좋은 '엄친아'였다. 밝고 긍정적인 면에서 실제 그와 닮은 부분도 적지 않았지만, 제 잘난 맛에 사는 캐릭터인지라 약간의 고충도 있었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준영이는 학교에서 항상 밝게 웃고 늘 친절한 친구예요. 그래서 인기가 많고 딩동고 최고 아이돌로 불렸죠. 처음엔 마냥 밝게만 보이지만 점차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면서 상처가 있는 인물이라는 게 그려져요. 저도 웃음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항상 친구들한테 웃어주고 밝게 다가가려고 하는데 그런 모습이 비슷했어요. 그런데 준영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줄 알고 있고 자뻑이 심한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죠. 촬영 하면서 오랜만에 교복을 입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 피겨 때문에 1교시만 하고 늘 조퇴했다 보니까 친구들과 추억이 별로 없었는데 그때 드라마에서처럼 학교를 다녔음 어땠을까 싶었어요."

오재웅,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오재웅, 사진제공=얼반웍스이엔티

이 작품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오재웅은 벌써 차기작도 정해졌다. 쇼호스트들의 치열한 경쟁을 그린 올 상반기 기대작 tvN '킬힐'(극본 신광호 이춘우, 연출 노도철)이다. 극중 김성령과 전노민의 아들인 최정현 역으로 분한다. 이번엔 교복을 갓 벗은 대학생으로 출연해 발랄하면서도 통통 튀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정현 역은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애교도 많고 항상 웃음을 주는 캐릭터예요. 엄마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아들 역할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엔 대학생으로 진학했어요. 고등학생의 어린 발랄함보다는 대학생에 어울리는 발전된 발랄함과 통통 튀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그에게 2022년은 활약이 큰 해가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앞서 MBC '극한데뷔 야생돌'에도 출연했던 그는, 올해 멀티테이너로서의 도전보다는 배우의 길에 정진할 계획이다. 모든 기회가 멋진 자양분이 돼줬다는 그는 과거의 경험을 양분 삼고 뿌리 깊은 배우가 될 준비를 마쳤다. 

"차근차근 제 색깔을 찾아가고 만들어 나가면서 많은 시청자분들께 익숙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항상 새롭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롤모델이 박서준 선배님인데, 작품마다 자연스럽게 물흐르는 듯이 녹아있는 연기를 보여주셔서 늘 감탄해요. 저도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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