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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최영균(칼럼니스트)
  • 입력 2021.11.16 08:56
  • 수정 2021.11.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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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승자', 공개 코미디 부활의 성공적인 첫발 되나?

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KBS2 ‘개승자’가 13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5%(이하 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개승자’ 첫 회와 5%라는 시청률은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조합이다. ‘개승자’는 21년을 이어오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해 폐지되면서 지상파에서는 사라진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다시 이어보려는 예능계의 의미있는 시도다. 

공개 코미디는 콩트 형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희극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장착한 예능인들을 키워낸다는 점에서 모든 예능의 뿌리로 불리지만 2000년대 들어 버라이어티의 강세로 인해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왔다. 그러다 지상파 방송 최후의 보루였던 ‘개콘’이 사라지면서 케이블 채널인 tvN의 ‘코미디 빅리그’ 정도만 남게 됐다. 

이날 ‘개승자’ 첫 회 시작을 내레이션으로 힘을 보탠 국민 MC 유재석을 비롯해 수많은 희극인과 예능 관계자들이 공개 코미디 부활을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개콘’ 종영 이후 공개는 아니지만 콩트 코미디의 명맥을 계승하려 했던 JTBC ‘장르만 코미디’가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다 막 내리는 등 좀처럼 공개 코미디와 콩트의 방송 무대는 마련되지 못했다.  

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시청률 측면에서 보면 첫 방송 5%는 프로그램 출연자나 제작진들에게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수치다. 채널과 플랫폼 다변화가 된 요즘은 드라마나 예능 모두 5%만 넘으면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거기다 ‘개승자’가 방송하는 토요일 늦은 저녁은 KBS 예능에 있어 그다지 재미를 못 본 늪같은 시간대여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앞서 이순재 주현 김갑수와 허재 문세윤 장민호가 유사 부자 관계로 생활하는 ‘갓파더’는 3%대에서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유재석의 KBS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컴백홈’도 이 시간대 방송했지만 최고 시청률이 5%를 넘지 못하고 2~3%대에서 오가다 종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승자’가 시작부터 5%를 찍은 것은. 앞으로 이를 유지하고 상승시켜야 의미가 있겠지만 일단은 KBS와 공개 코미디의 부활을 바라는 모든 예능 관계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같은 경사가 됐다.

‘개승자’는 기존의 공개 코미디와 달리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한다. 박준형 김준호 김대희 이수근 변기수 윤형빈 유민상 김원효 박성광 이승윤 김민경 오나미 등 12명의 기존 ‘개콘’ 출신 유명 개그맨들이 각각 팀을 꾸리고 여기에 ‘개콘’ 후배 한 팀 등 총 13팀이 코너를 만들어 경연을 벌인다. 

시청자 개그 판정단의 투표로 다음 라운드 진출팀과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프로그램명인 ‘개승자’도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의 줄임말이다. 각 팀에는 기존 KBS 개그맨들만이 아니라 MBC와 SBS, 그리고 ‘코미디 빅리그’ 출신들중 무대가 없어 방황했던 개그맨들이 모두 참가했다. ‘개승자’는 공개 코미디 부활을 위해 예능계가 통합해 나선 느낌이라 더 절실하다.

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경연마다 팀이 탈락하는 방식이 우선 흥미롭고, 첫 회 박성광 팀과 이수근 팀이 보여준 무대도 과거의 공개 코미디 절정기의 향수를 자극하며 웃음을 자아내더니 결국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날 방송분에서 경연은 일부였고 대부분이 팀장 소개와 팀 구성 관련 토크 및 근황 인터뷰였는데 과연 이날 높은 시청률은 그 중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래서 경연 비중이 크게 높아질 2회부터는 시청률이 어떤 추세를 보일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이날 토크와 인터뷰에서 자주 등장한 눈물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도 관심사다. 이날 출연자들은 공개 코미디 부활이 반가워 방송 시간 내내 들떴지만 이따금 ‘개콘’ 종영 이후  시간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지었다. 

예능인으로 자리도 잡기 전에 콩트를 할 방송 프로그램이 없어져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후배들이 안쓰러워 눈물을 짓는 팀장이 있었다. 자신의 희극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던 고난의 시간을 떠올리며 울컥하는 타 방송사 출신의 팀원도 있었다.        

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인간적 연민이 불러일으켜지는 순간들이었지만 예능에서 눈물은 때로 부정적인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울리려는 에피소드를 꼭 배치했던 한국의 오래된 코미디 영화들로 인해 언젠가부터 코미디와 눈물의 결합은 구시대의 희극 정서로 취급받아오기도 했다. 

공개 코미디를 올드하게 보는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도 ‘개승자’의 중요 과제인 상황에서 눈물은 이를 방해할 수 있다. 토크와 인터뷰에서 진솔해져 눈물을 보인 개그맨들은 이해가 되지만 이를 방송에 내보낼 결정을 한 제작진들의 결정은 도박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찌됐든 앞으로 ‘개승자’가 승승장구해 코미디에 눈물이 사라지는 상황이 되면 왈가왈부할 일이 없어진다. 웃음만 가득찬 ‘개승자’의 앞날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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