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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 위기? 마침내 '봉준호·박찬욱 키드'들, 세대교체 바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콘크리트 유토피아·잠), CJ ENM(천박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콘크리트 유토피아·잠), CJ ENM(천박사)

한국영화계가 최대 성수기 여름 시장에서도 좀처럼 힘을 못 쓰며 위기에 놓였지만, 그렇다고 충무로의 미래가 마냥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박찬욱·봉준호 키드'들이 세계적 거장 감독의 제자다운 독창적인 연출작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올여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 충무로의 믿고 보는 스타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은 한국영화 대작들이 풍성하게 쏟아졌지만  그럼에도 현재 극장가는 여전히 위축된 분위기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여름 텐트폴 영화 4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밀수'(감독 류승완) 겨우 한 편뿐. 여전히 침체기는 지속 중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들의 달라진 극장 관람 문화, 티켓값 상승 여파가 최대 요인으로 꼽히지만, 한국영화가 OTT 콘텐츠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굳혀진 게 더 치명적인 문제다.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약점인 '억지 신파', 이름값에만 기댄 자가 복제식 작품성에 지친 관객들이 결국 무조건 외면하는 지경에 이른 것. 분위기를 뒤바꿀 세대교체가 절실한 시점인데, 다행히도 구원투수들이 속속 존재감을 나타내며 극장가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잠' 유재선 감독, 그리고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 김성식 감독까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박찬욱·봉준호 키드'들이라는 막강한 수식어에 걸맞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의 작품이 높은 흥행 성적으로까지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전형적인 상업영화 틀에서 탈피한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이야깃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잃어버린 흥미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엄태화 감독.(오른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화 감독.(오른쪽)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엄태화 감독 '콘크리트 유토피아', '깐느박'도 인정!

엄태화 감독은 영화 '쓰리, 몬스터'(2004)와 '친절한 금자씨'(2005) 등 연출부 출신으로 박찬욱 감독의 '애제자'로 유명하다. 첫 상업영화 연출작인 '가려진 시간'(2016) 시나리오를 박찬욱 감독이 감수해줄 만큼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달 9일 개봉한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각본도 읽었고 가편집본도 봤기 때문에 다 아는 내용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라고 극찬을 들은 바. 박찬욱 감독은 '가려진 시간'에 이어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 든든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박 감독은 엄태화 감독에 대해 "상상력은 활발하고, 어떤 극단에 가하려는 그런 대담함도 잃지 않고 있다. 이런 좋은 감독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상황에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한국인으로서 생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상황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을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밀도 있게 그리며 지금의 세태를 꼬집고 수준 높은 블랙코미디로 풀어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묵직한 메시지에 장르적인 쾌감 또한 놓치지 않으며 세대불문 남녀노소 공감을 자극, 누적 관객 수 3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며 꾸준하게 관객 몰이 중이다.

유재선 감독(가운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유재선 감독(가운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유재선 감독, 봉준호 응원 속 '핫 데뷔'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연출부 출신이자, 이창동 감독 '버닝'(2018)에 영어 자막 번역 담당으로 참여했던 실력자다. 유감독의 입봉작 '잠'은 일치감치 칸 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외신은 "유재선 감독이 봉준호, 이창동 등 최고 감독의 지도 아래 자신의 기술을 연마했다. '잠'은 그 영향의 흔적을 담은 매끄럽게 실현된 장르 영화"라고 또 한 명의 스타 감독 탄생을 예견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유재선 감독의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평했다. 봉 감독은 이달 26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되는 '잠' GV에도 참석한다.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이자 롤 모델"이라고 밝혔듯이 이미 스승의 뒤를 따라 남다른 작품 세계를 입증했다.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도 베일을 벗은 '잠'은 호평일색이다. 수면 중 이상행동, '몽유병'을 소재로 부부가 함께 공포에 정면 돌파하는 고군분투기를 펼친다는 내용. 유재선 감독은 우리 삶의 질과  직관되는 '잠'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접근으로 캐릭터의 극단적 변화에 설득력을 높이며 서스펜스를 구현해, 쫄깃한 재미와 극강의 현실 공포를 유발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터치, 한 가지 장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장르를 담아내며 웰메이드 작품성을 자랑한다.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김성식 감독(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스타뉴스 DB
김성식 감독(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스타뉴스 DB

# '천박사' 김성식 감독, 봉준호·박찬욱의 조감독 출신

'천박사' 또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19) 등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했던 김성식 감독의 입봉작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오는 9월 개봉 예정, 여름에 이은 극장가 대목인 올 추석을 야심 차게 겨냥하며 또 한 명의 괴물 신인 감독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김성식 감독은 데뷔작을 믿고 보는 제작사 외유내강(류승완·강혜정 공동 대표)과 의기투합해 흥미로운 볼거리를 보장했다. 외유내강은 1000만 흥행작 '베테랑'(2015), '엑시트'(2019), '모가디슈'(2021) 그리고 올여름을 강타한 '밀수'까지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작품들을 다수 만들어온 상업영화의 명가.  이에 명감독들 밑에서 실력을 쌓아온 김성식 감독의 신선한 연출력이 외유내강의 탁월한 기획력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22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성식 감독은 "'천박사'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장르들의 파티"라며 "코미디, 미스터리, 액션, 판타지, 활극이 다 들어 있다.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타이틀롤 강동원 역시 "굉장히 요즘 시대에 맞는 신선한 영화다. 퇴마를 보통 호러물로 푸는 것과 다르게 경쾌하고 현대적이고, 액션도 많다"라고 '천박사'의 차별화된 매력을 자부했다.

'천박사'는 네이버 인기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했다.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과 함께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박소이 등 개성 만점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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