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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 ‘업’를 뒤이어 픽사의 대표작이 될 '엘리멘탈'

기발한 상상력과 노련한 기술력으로 완성한 수작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이 6월 극장가를 찾아온다. 지난해 6월 개봉한 ‘토이 스토리’ 외전 ‘버즈 라이트 이어’(2022)에 이어 꼬박 1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불, 물, 흙, 공기 4원소를 의인화한 캐릭터와 이들이 모여 사는 도시를 선보이는 ‘엘리멘탈’은 그중 불과 물의 로맨스를 내세운다. 이처럼 기발하고 흥미로운 설정에 픽사의 첫 공룡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노’(2016)의 피터 손 감독 연출, 올해 5월에 열린 76회 칸영화제 폐막작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픽사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7번째 장편 영화 ‘엘리멘탈’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영화는 ‘월-E’(2007)와 ‘업’(2009)과 함께 픽사의 러브스토리 애니메이션 대표작으로 꼽힐 만하다.

‘엘리멘트 시티’의 ‘파이어 타운’에 거주하는 불 앰버(레아 루이스)는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료품점 일을 도우면서 가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불같은 성미를 참지 못해 가게 손님들 앞에서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 지하실 수도관이 터져 물이 새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때 수도관으로 빨려 들어온 물 웨이드(마무두 아티)와 처음 만난다. 운명적 만남인가, 악연인가. 시청공무원 웨이드의 업무 보고로 아버지의 가게가 폐업 위기에 처하자 앰버는 도시의 누수 해결 임무를 맡는다. 자신의 화를 돋구는 유한 성격의 웨이드와 함께.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예상대로 앰버와 웨이드는 누수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다가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불과 물, 서로 닿을 수도 섞일 수도 없는 두 원소의 러브스토리라니 과연 가능할까 싶다. 처음엔 둘이 닿을까 봐, 닿으면 어떻게 될까 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다가 나중엔 불 보듯 뻔한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좋으니 둘이 제발 맞닿았으면, 손이라도 잠깐 잡으면 좋겠다며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불과 물의 로맨스가 어떻게 이뤄질까? 호기심을 던지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해 내는 능력에 ‘역시 픽사답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불과 물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 덕분에 주인공 앰버와 웨이드가 픽사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커플로 탄생했다. '월-E'의 로봇 월이와 이브, '업'의 칼 할아버지와 엘리 할머니 커플을 잇는 아름다운 로맨스의 주인공들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물 표현은 여러 작품에서 기술적 성취를 거듭하면서 익숙한 인상을 주는 반면에 불 표현은 아직 도전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엘리멘탈’에 등장하는 불 앰버 캐릭터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감정에 따라 색깔과 형태, 크기가 변하면서 불의 성질까지 캐릭터에 반영한 제작진의 노력이 역력하다. 물풍선을 모티프로 한 웨이드 역시 물 표현의 노련한 기술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엘리멘탈’의 불과 물 커플의 매력은 원소 고유의 성질을 살린 외양뿐만이 아니다. 성향도 크게 한몫한다. 앰버는 다혈질 성격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충을 헤아리는 속 깊은 딸이다. 예술가적 자질도 갖췄다. 웨이드는 감성이 풍부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는 섬세한 안목을 지녔다. 열정적인 앰버는 화끈해서 마음에 들고, 웨이드는 특유의 유쾌한 기운으로 보는 이들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원소 세계에서 탄생한 커플은 잘 만든 캐릭터가 있다면 열 이야기 안 부럽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들의 캐릭터의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반대에 끌리는 커플을 통해 ‘엘리멘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양성이다. 공룡과 아이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굿 다이노’에 이어 7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은 뉴욕에서 태어나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경험을 영화에 녹여냈다. 영화에서 이민자 구역인 ‘파이어타운’에 거주하는 앰버 가족의 사연과 에피소드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앰버가 웨이드를 만나면서 겪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 자아실현과 가업 사이에서 고민하며 책임 의식을 느끼는 모습 등 모국에서 이방인으로 차별 받는 이민자 자녀가 겪는 문제를 보편적 시선으로 담아낸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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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사는 환경, 성격, 성향, 가치관, 생김새 등 전혀 다른 존재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유쾌한 방식으로 납득시킨다. 픽사다운 스토리라고 하기에는 창의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엘리멘탈’은 시각적 즐거움과 다름을 인정하고 성장하며 우정과 사랑을 키워 나가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기조를 거뜬히 지켜낸다. 한편으로는 주제와 이야기 구조 면에서 앞서 개봉한 한 집안 영화,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인어공주’와 닮았다. ‘엘리멘탈’이 판타지 로맨스의 원형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지, 애니메이션 고유 영역 안에서 얼마나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상상력을 펼치는지 비교 확인이 확실하다. 명백히 후자에게 끌린다. 결국 보여주는 방식과 태도의 차이에서 판가름 난다. ‘엘리멘탈’은 굳이 설득하려 들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양성의 가치를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흐뭇한 작품이다. 6월 14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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