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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하지만 러블리한 톰 행크스 할배가 주는 힐링, '오토라는 남자'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까칠하고 괴팍하고 강퍅한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가 온다.

'미국의 얼굴'이라 불리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오토라는 남자’다. 흔히 ‘꼰대’라 부르고, 더한 멸칭으로 ‘틀딱’이라고도 불리는 할아버지가 극장가의 젊은 관객들을 매료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멜빈, ‘그랜 토리노’의 월트, ‘업’의 칼을 만나 한껏 매료된 경험이 있다. 게다가 그 까칠한 할배가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톰 행크스라면, 믿음을 던져볼 만하다. 

‘O-T-T-O’, 거꾸로 읽어도 오토라는 이름을 지닌 60대 노인 오토 앤더슨. 매일 오전 5시 30분에 눈을 뜨고, 자신이 사는 주택단지의 잘못된 분리수거 및 주차 등을 강박적으로 순찰하며 젊은 이웃으로부터 ‘꼰대 할아버지’라 불리는 남자다. 6개월 전 사랑했던 아내 소냐를 떠나보냈고, 평생 다녔던 회사에서 자신의 후임을 상사로 앉히자 사표를 내며 이미 삶의 의지를 잃은 상태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그가 자살을 위해 밧줄을 구입하며 5피트(약 1.67야드)를 측정했으나 2야드(6피트)의 값을 내라는 철물점 직원의 말에 깐깐하게 따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토라는 남자의 성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자살을 위해 오토는 전화와 집안의 가스까지 끊으며 모든 일련의 준비를 마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방해하는 이들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처음엔 맞은편에 이사 온 이웃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평행주차 솜씨 때문이었고, 다시 목을 매려 했을 때는 그 이웃이 감사의 표시로 음식을 들고 찾아와 끈질기게 초인종을 누른다. 이후에도 공구를 빌리려고, 사다리를 빌리려고, 사다리에서 떨어진 남편을 병원으로 옮기게 도와달라고 끊임없이 이웃은 찾아온다. 사람은 좋으나 어수룩한 남편과 귀여운 두 딸을 지닌 임산부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노)과 그의 가족은 그렇게 고립을 자처하던 오토의 삶에 훅 들어와 버린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사실 오토는 처음부터 까칠하고 괴팍하고 강퍅한 사람은 아니었다. 이웃과도 곧잘 어울렸고, ‘흑백이던 자신의 삶에 컬러였던’ 아내 소냐와 인연을 맺게 해준 동전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로맨티시스트였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로 이웃들과 멀어졌고, 결정적으로 아내가 떠나면서 다시 흑백이 된 세상을 살아갈 의미를 잃었던 것. 소냐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었던 이웃의 지미(카메론 브리튼)가 항상 오토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젊은 시절 오토와 가까웠으나 멀어진 뒤 뇌졸중으로 쓰러진 루벤(피터 로슨 존스)과 남편 루벤을 돌보는 아니타(주아니타 제닝스)가 창문 너머 오토에게 눈짓을 보내는 것도, 오토의 따스한 내면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고립하며 세상을 떠나려던 오토를 붙드는 데는, 마리솔 가족의 ‘오지랖’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그것을 과연 오지랖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이웃과의 거리감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이질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도움을 받은 이웃이 다시 감사의 표시로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예전에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었다. 무인도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물론 톰 행크스는 ‘캐스트 어웨이’로 무인도에서 살아봤지만), 세상에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모든 것을 나 혼자의 힘으로 이룰 순 없다. 그 당연한 사실을, 마리솔은 오토에게 절절히 알려주며 그를 삶으로 붙든다. 

다양한 이웃의 존재들도 눈에 띈다. 멕시코 출신으로 이민자인 마리솔 가족을 비롯해 흑인이자 뇌졸증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루벤과 아니타 부부, 성전환자인 말콤, 비만에 솔로인 지미 등 세상의 편견을 받기 쉬운 약자의 처지인 이웃들은 마찬가지로 ‘독거노인’으로 세상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토와 함께 어우러진다. 시대의 흐름에 동떨어진 노인인 오토가 젊은 세대의 특징을 활용해 소셜 미디어 기자의 도움을 받는 장면도 인상적.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보다는 촬영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모습으로 젊은 세대를 질타하기도 하지만, 소셜 미디어 기자의 활용으로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가 반목의 대상이 아니라 융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달까.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오토라는 남자’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원작 소설은 스웨덴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미국 배경으로 바뀌면서 등장인물의 이름과 주요 사건 등이 각색되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필라델피아’ ‘포레스트 검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2회 연속으로 수상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린 마일’ ‘캐스트 어웨이’ ‘터미널’ ‘다빈치 코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등 수많은 작품을 거치면서도 실망을 안긴 적이 없는 명배우 톰 행크스의 출연으로 많은 것이 설명되는 영화다. 까칠한 원칙주의자로 보이지만 사실 따스한 마음을 지닌 성실한 미국인의 모습으로 톰 행크스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다. 여기에 마리솔로 분한 마리아나 트레비노의 열연도 영화의 매력 포인트. 이따금 무례에 가까운 오지랖에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되는 건 그의 디테일한 연기 덕분으로 보인다. 

까칠하고 괴팍하고 강퍅한 할아버지에 빠지면 답도 없다. 말을 내뱉는 순간마다 상대의 화를 돋우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멜빈이 강아지 베델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캐롤에게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라는 명대사를 읊었을 때 우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숨쉬듯 자연스럽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구사하던 ‘그랜 노리노’의 월트가 아시아 소수민족인 이웃 타오와 수에게 닥친 불행을 보고 결심하고 자행한 행위에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토라는 남자’의 오토도 스며들기 딱 좋은 노인이다. 따스한 봄날, 우리의 온도를 한 움큼 올려줄 이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보자. 

PS.  ‘오토라는 남자’는 톰 행크스의 아내 리타 윌슨이 제작했고, 톰 행크스의 아들 트루먼 행크스가 배우로 참여했다. 젊은 오토를 연기하는 트루먼 행크스가 아버지와 얼마나 유사한지 눈여겨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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