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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3.02.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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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과 DREAM으로 쌓은 거대 성벽, 'NCT'의 진격

NCT 127,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2016년 1월, 당시 SM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은 프레젠테이션 쇼에 직접 등장해 SM의 미래를 책임질 보이그룹 'NCT'를 소개했다. 'Neo Culture Technology’를 뜻하는 'NCT'에 대해 전 이 총괄 프로듀서는 "세계 주요 도시에 기반을 두고 현지 활동과 상호 협력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개념의 팀"이라고 설명했다. 'NCT'의 핵심 키워드는 무한개방과 무한확장이다. 새 멤버의 자유로운 영입, 도시마다 다양한 구성으로 활동하는 것이 'NCT'가 내세운 새 문화 기술의 핵심이다. 

같은해 4월 연합 유닛을 의미하는 NCT U가 데뷔했고, 서울 경도에서 팀명을 딴 NCT 127이 7월, 10대 멤버로 구성한 NCT DREAM이 8월, 중국 현지 팀 WayV가 2019년 베일을 벗었다. WayV는 'NCT'이지만 그 이름을 가져다 쓰진 않았다. 중화권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지 팀이기에 국내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기도 하다.

아이돌에게 관심없는 이들이라 할 지라도 'NCT'라는 보이그룹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팀은 아마 NCT 127과 NCT DREAM으로 대표될 것이다. 두 팀은 'NCT'라는 이름을 공유하면서 마크, 해찬이라는 멤버까지 공유한다. 하지만 방향성과 음악성은 공유하지 않는다. 마치 SM 걸그룹 레드벨벳의 레드와 벨벳처럼, 뿌리는 같되 축이 양분한다. NCT 127이 'NCT'의 첫 고정 그룹이자 맏이로써 '실험 정신'을 책임진다면, 애초 10대들로 구성해 "10대들에게 꿈과 희망을"주겠다는 포부로 태동한 NCT DREAM은 '대중적인 정서'를 책임진다. 

NCT DREAM,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DREAM,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은 네오(새로운)한 사운드에 주력한 거친 힙합을 베이스로 하고, NCT DREAM은 말랑말랑한 멜로디 중심 팝 원형의 댄스곡에 주력해왔다. 이들의 데뷔곡 '소방차'-'츄잉검'과 가장 최근작 '에이요'-'캔디'를 비교해봐도 두 그룹의 색깔은 분명하게 대조된다. 그리고 대비를 이룬 두 그룹은 각자의 위치에서 'NCT'의 벨류를 높인다.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를 품으면서, 마크와 해찬이라는 공통의 멤버로 두 팀 사이를 더 끈끈하게 교착한다. 

총 70만 관객 동원하며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투어를 돈 NCT 127는 그해 발매 앨범이 '질주' 한 장뿐이지만 단일 앨범으로 182만 5천여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는 3위라는 기록도 썼다. 미국 ABC 뉴스는 최근에 발매한 정규 4집 리패키지 '에이요'에 대해 "NCT 127은 새 장르 발명가"라고도 평했다. 

NCT DREAM은 지난해 세 장의 앨범으로 561만 6천여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정규 2집 '글리치 모드'로 209만 5000여 장, 리패키지 앨범 '비트박스'로 151만 7000여 장, 겨울 스페셜 앨범 '캔디'로 200만 4000여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각종 연말 시상식에선 귀한 대접을 받으며 '대상'도 휩쓸었다. 최근 발매한 '캔디'는 대중 인기의 지표인 멜론 차트 TOP 100 1위에도 올랐다. 

8년 전 SM이 야심차게 'NCT'를 발표하던 당시에 세계관은 분명 무언가 있는 것 같았지만, 명확한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NCT'의 첫 곡 NCT U의 '일곱번째 감각'이 표류한 감성도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감각에 의존했다. 'Neo Culture Technology'라는 한글 풀이는 '새로운 문화 기술'이기에 살결에 붙이기엔 다소 어렵게 다가왔다. 'Technology'라는 단어 자체는 차가웠고, 무언가 삭막한 그림을 연상시켰다. 멤버 간 결속력이 주요 '덕질' 포인트가 되는 팬덤의 정서 상 'NCT'는 소속감과 응집력에 대한 우려를 샀다.

NCT 127(위) NCT DREAM(아래),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위) NCT DREAM(아래),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두 팀의 첫 앨범 판매량은 8만여 장에서 시작했다. 이듬해 12만장과 20만장, 또 다음해에는 29만장과 63만장, 그리고 6년차가 되던 2021년 NCT 127은 정규 3집 '스티커'로 242만 7000여장, NCT DREAM은 정규 1집 '맛'으로 209만 7000여장의 앨범 판매 기록을 썼다. 

더블 밀리언셀러인 지금과 비교할 때 이들의 시작은 미미했다. 'NCT'의 초년은 낯선 개념을 표류하며 국내 팬덤의 살가운 환대를 받지 못했다. 오늘날까지 NCT 127과 NCT DREAM이 불완전한 상태였더라면 SM의 'NCT'라는 개념 도입은 실패로 기록됐을 것이다. 수치로 증명된 두 팀의 가치가, 결국 SM에 'NCT'라는 정체성을 남겼다.

활동 근간을 글로벌에 두고 있다고 해도 'NCT'의 중심부는 SM 본사가 있는 한국이다. 2016년 'NCT' 개념을 도입해 놓고 한국과 중국 이 외에 팀을 꾸리지 않았던 건, NCT 127과 NCT DREAM으로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놓기 위함이라 볼 수 있는 신중한 행보다. 각 팀이 표방하는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통해, 그리고 마크와 해찬으로 대표되는 멤버 유동성에 대한 의식 전환을 통해 두 팀의 단단한 뿌리를 키워냈다.

NCT 127의 네오한 음악은 끊임없이 담금질되며 새로운 기대로 변모했고, 전동휠을 타고 무대를 누비던 앳되고 귀엽던 NCT DREAM의 뚜렷한 성장 과정은 팀명처럼 '꿈'의 영역에 도달했다. 두 팀이 쌍수로 이룬 'NCT'의 내실은 이제 완전하다. 이와 함께 NCT 도쿄와 NCT 할리우드, NCT 사우디 등의 데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서울의 꿈'이 실현된 무한개방의 'NCT', 이제 무한확장할 차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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