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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3.01.27 10:02
  • 수정 2023.01.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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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의 ‘대행사’, 직장인을 위한 일타 참고서!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 하우스 스튜디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 하우스 스튜디오

배우 이보영이 주연을 맡은 JTBC 드라마 ‘대행사’는 2022년 하반기 최고 화제작인 ‘재벌집 막내아들’의 후속작으로 주목받았다. 그에 못지않은 시청률은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드라마의 밀도나 만듦새 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분)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처절한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라는 설명에 걸맞게, 그다지 좋은 학벌을 가지지 않은 여성 직원이 실력 하나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설파하는 회사 생활의 지혜와 지략은 노하우를 얻고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귀를 열고 들어야 하는 지침서라 할 만하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질리도록 써! 신입 카피한테 숏컷이 어디 있니?"

신입 고아인은 좋은 카피를 쓰고 싶다. 짧은 문장 안에 모든 내용을 담는 동시에 센스까지 갖춰야 한다. 하지만 신입은 신입이다. 생각은 항상 행동을 앞서 간다. 그런 고아인에게 선배는 이렇게 얘기한다. "무조건 많이 쓰는 게 장땡이지. 보는 놈도 읽다 읽다 질려서 카피 못 쓴다는 소리 못할 때까지." 신입은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하지만 좌충우돌해도, 아직 예리하지 않아도 ‘열심히’ 들이대는 모습 만으로도 칭찬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신입에게는 있다. 물론, 적당히 일하며 ‘시간 때우며’ 일할 마음을 가진 신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조언이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 하우스 스튜디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 하우스 스튜디오

#"좋은 일에 기뻐하게 되면, 나쁜 일에 슬퍼하게 되는 게 습관이 된다."

1회에서 고아인이 읊는 대사다. PT에서 이겼지만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고아인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이에게 고아인은 "습관이 돼서요. 이기는 일이요"라고 답한다. 상대는 "되게 냉정하시다"라고 말하지만, 고아인은 "냉철하다는 말씀으로 듣겠다"고 대거리한다. 이 대사는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명언의 다른 표현이다. 회사 생활은 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그러니 적절하게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수록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유행하네."

광고기획사 업무는 유행의 첨단을 걸어야 한다. 유행을 선도할지언정 뒤처지면 안된다. 하지만 세상만사를 꿰뚫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천하의 고아인조차 이같이 말한다. 하지만 내가 이해가 안 된다고 이것을 무시하는 순간, 세상에서 도태된다. "요즘 애들 버릇없어"라고 외치는 어른들이 ‘꼰대’가 되는 이유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일이, 후배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네?"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뒤처진다. 항상 유행에 발맞출 준비를 하라, 고아인처럼!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야 부지런하다, 불법은 언제나 성실하구나!"

고아인과 PT 경쟁을 붙게 된 권우철 CD는 초조하다. 그래서 고아인의 회의실을 염탐한다. 이 모습은 고아인을 견제하는 동시에 권우철을 지지하는 최창수(조성하) 상무의 눈에 띈다. 그러자 최 상무는 "불법은 언제나 성실하구나"라고 말한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말라는 비열한 격려다. 물론, 회사 생활을 이렇게 하라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이렇게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승리를 챙기려는 이들이 성실하게 움직이듯, 이들을 견제하고 뛰어넘기 위해 더 주도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비 올 땐 비 맞아야지."

인생에 항상 해가 쨍쨍할 수는 없다. 당연히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싶다. 하지만 비온다고 회사에 가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1년 임기 임원이 된 후 집중포화를 맞는 고아인은 이렇게 말한다. 제작본부장이 된 순간 인생의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으나 그 반대였다. 하지만 고아인은 기꺼이 그 비를 맞겠다고 한다. 굳이 피하려도 해도 피해지지 않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럴 땐 순리에 몸을 맡기고, 다음을 도모해야 하는 법이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이 놈의 회사는 다니기도 힘들고, 떠나기도 힘드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 번쯤 해봤음직한 생각이다. 회사 생활은 고되다. 일로 성과를 내는 것도 힘든데, 함께 일하는 이들과 손발을 맞추는 건 더 힘들다. 위에서는 짓누르고, 아래서는 치받는다. 독불장군 성격인 고아인에게는 당연히 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니, 묵묵히 자신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한병수 부장, 조은정 차장, 서장우 대리 등이 있다. 당장이라도 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들이 눈에 밟혀서, 그들과 함께라면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떠나기도 힘들다.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튜디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튜디오

#"밤에는 태양보다 촛불이 더 밝다."

VC그룹 회장 딸 강한나(손나은)가 등장하며 고아인과 최창수의 대립 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고아인은 첫 대면에서 강한나의 심기를 건드린다. 하지만 이는 결국 강한나를 자기 편으로 끌어오기 위한 고아인의 전략이었다. 강한나 역시 ‘금수저’라는 불편한 수식어를 떼기 위해 실적이 필요하고, 곧 자기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아인은 "꼬리치는 개는 평화로울 때나 필요하다. 사냥하러 먼 길 떠날 때는 이빨을 드러내는 사냥개가 필요한 법"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사나운 사냥개가 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 경쟁 구도를 ‘밤’에 비유하며 "곧 알게 될 거야. 밤에는 태양보다 촛불이 더 밝다는 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강한나의 촛불이 되겠다는 뜻이다.

#"위에서 조져야 아래에서 움직인다니까."

슬프지만, 더 큰 힘을 가진 윗선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대행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비서실장이 아랫사람에게 호통을 치자, 그는 또 다른 아랫사람을 나무란다. 냉정히 생각해보자. 윗 사람이 부드럽게 말할 때와 거칠 게 말할 때, 과연 아랫 사람은 언제 더 기민하게 움직일까? 씁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회 생활의 현실이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대행사',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주인이 머슴 질투하는 것만큼 흉한 것 없다."

첫 대면 자리에서 고아인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강한나는 자신을 예뻐하는 할아버지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고아인을 머슴에 비유하며 "머슴이라고 다 같은 머슴으로 보면 안돼. 주인보다 머리통 굴리는 머슴이 있다. 그럴 땐 시기 질투하지 말고 반드시 니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너 일가와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관계를 지주와 머슴으로 설명하는 불편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를 보고 있노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재벌집 막내 아들’에서 돈에 관해 서슬 퍼렇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답을 내려주던 진양철 회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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