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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이 시점에 계속 소환되는 이유

개봉 앞둔 '영웅'에 이어 현빈 주연 '하얼빈'도 크랭크인

사진제공=CJ E&M
사진제공=CJ E&M

의사 안중근을 다시 만날 시간이 됐다. ‘국제시장’과 ‘해운대’ 등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인 ‘영웅’이 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 ‘안중근’이라는 이름 석 자가 들린다. 곰곰이 따져보면, 안중근은 올 한해 가장 많이 회자된 위인이다. 영화 이전 공연, 출판 등을 통해 대중은 우리가 알고 있던, 또 모르고 있던 안중근을 만났다. 2022년 세밑, 왜 우리는 안중근을 기억해야 할까?

#모두가 함께 외치는 ‘안중근’

안중근 의사를 조명한 콘텐츠의 시작은 뮤지컬 ‘영웅’이다. 2009년 포문을 열었다. 이는 2009년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지난 1909년 10월,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사살했다. 그 후 딱 100년이 지난 2009년, 안중근 의사를 다시 무대 위로 올리는 작업은 의미가 컸다. 

그리고 윤제균 감독은, 13년 간 명맥을 유지해 온 뮤지컬 ‘영웅’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을 선보인다. 8일 공개된 ‘영웅’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난 영화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 눈보라가 휘몰아지는 광야에서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투사들이 결연한 의지로 손가락을 자르고, 그 피를 모아 태극기에 ‘대한독립’을 쓴 후 조국을 위한 희생을 맹세하는 장면은 가슴을 덥힌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장면은 슬로 비디오 형태로 보여주며 그 짧은 찰나의 전율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뮤지컬 넘버 역시 시의적절하게 곳곳에 배치되며 충무로에서는 생소한 뮤지컬 영화가 주는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윤제균 감독은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영웅’은 시청각 종합 선물 같은 영화가 아닐까"라면서 "특히 사운드, 여러분들이 집에서 느끼는 감정과 전혀 다른 사운드의 향연을 극장에서 직접 느끼시면 진심으로 찍은 영화에 대한 감정의 깊이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뮤지컬의 주인공인 정성화를 다시금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용한 윤 감독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미 오랜 기간 무대 위 안중근으로 살아온 정성화는 영화 속에서도 캐릭터가 아닌 역사 속 안중근으로 살아 숨쉰다. 윤 감독은 "제가 제작한 영화 ‘댄싱퀸’에서 정성화를 처음 만났다. 그때 정성화가 뮤지컬 ‘영웅’을 공연하고 있었는데, 꼭 한번 와서 같이 보면 좋겠다고 해서 보러 갔다. 그때 공연을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지난 8월에는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을 집필한 김훈 작가의 신작 ‘하얼빈’이 발표됐다. 2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이 책은 하얼빈 거사 이전 ‘청년 안중근’의 고뇌와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김훈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면서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고 집필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연기할 현빈, 사진제공=VAST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연기할 현빈, 사진제공=VAST

#왜 2022년에 안중근을 기억해야 할까?

2022년에 문화계가 안중근 의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한 가지 이유로 재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에 호응하는 대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대의 부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 시기, 대중이 안중근 의사와 다시 만난 건 필연이란 뜻이다.

이는 사회적 혼란 속 대중을 한데 결속시킬 영웅의 부재에 기인한다. 2022년의 대한민국은 혼란스럽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정치적 대립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그러다 보니 민생은 뒷전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도래하며 한국 경제는 휘청이고 있다. 물가와 환율은 연일 치솟지만, 서민의 주머니는 점점 얇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월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을 집단 우울증에 빠뜨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중이 기댈 곳은 마땅치 않다.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둬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는 모습이 더 깊은 감동을 준 이유다.

대중은 2014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이순신 신드롬이 불었고, 때마침 개봉한 영화 ‘명량’은 1761만 관객을 동원했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는 의미다. 당시에는 세월호 사태 이후 사회가 극도로 불안했고,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갈증이 컸다. 대중은 이순신이라는 역사 속 위인을 통해 위로를 받고 돌파구를 찾았다.

같은 맥락으로 이제 대중은 안중근을 바라보고 있다. 다행히 ‘영웅’은 마냥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 청년 안중근이 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했는지를 찬찬히 훑으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해간다. 윤 감독은 "영화 외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안중근 의사를 포함해 많은 독립운동가에 대해 잘 몰랐던 일련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를 보시면 많이 아실 것"이라면서 "만든 사람 입장에서 많은 사람과 소통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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