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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가 엑스맨 유니버스로 팬들과 밀당하는 법

울버린 휴 잭맨의 '데드풀3' 출연 소식에 팬들 환호

울버린(위과  데드풀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울버린(위과 데드풀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슈퍼 히어로 팬들만큼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동시에 ‘협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저스티스 리그와 어벤져스를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헛된 희망사항을 품는 이들도 슈퍼 히어로 팬들이다. 

그러나 최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이런 팬들의 희망사항을 현실로 이뤄주고 있다. 아주 천천히, 미약한 시작이지만 기존의 MCU와 21세기 폭스가 구축해 온 엑스맨 유니버스를 조금씩 합쳐나가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야금야금 하나가 되어가는 두 세계관의 행보에 팬들의 기대감을 하늘을 찌를 정도다. 

가장 최근에는 데드풀과 울버린의 합작이 공식화 됐다. 데드풀 그 자체인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유튜브를 통해 휴 잭맨과 함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도 절친인 두 배우는 향후 제작될 ‘데드풀3’를 통해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화 ‘로건’을 통해 울버린의 짐을 벗은 휴 잭맨이기에 ‘데드풀3’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데드풀과 울버린을 MCU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때문이다. 엑스맨 유니버스를 구축해 온 21세기 폭스마저 디즈니의 품에 안기면서 MCU와 엑스맨 유니버스가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MCU는 최근 몇 건의 작품에서 뮤턴트, 그러니까 ‘돌연변이’로 번역되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 왔다. 그리고 다수의 MCU 작품에 엑스맨 유니버스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각 유니버스 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먼저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미즈 마블’ 마지막 회에서는 카밀라 칸의 유전자를 두고 ‘돌연변이 유전자’라고 지칭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발언에 주인공인 카밀라 칸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팬들 사이에서는 초대형 떡밥의 등장으로 난리가 나고 말았다. 엑스맨 유니버스의 상징적 단어인 ‘돌연변이’를 미즈 마블에 등장시킴으로서 카밀라 칸이 MCU에 최초로 등장한 뮤턴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서 디즈니 플러스 ‘완다 비전’에서는 ‘엑스맨 유니버스’에서 퀵 실버를 연기한 에반 피터스가 등장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엑스맨’ 퀵 실버의 등장은 당시 예고편이 유출되기도 했는데 이 퀵 실버는 곧 완다의 현실 조작 마법으로 인해 탄생한 허구의 존재로 밝혀지면서 깊은 분노와 허무함을 유발했다. 

그러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MCU 속 어느 평행 우주에는 엑스맨 유니버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엑스맨 유니버스의 정신적 지주인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가 출연한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다른 우주의 어벤져스인 일루미나티 멤버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찰스 자비에의 등장에 슬로우를 걸어 남다른 중요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끝내 정신세계에서 완다에게 목이 꺾이고 말지만 재등장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또 다른 평행 우주의 찰스 자비에라고 하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 역시 멀티버스는 편리하다. 

이처럼 MCU에서 활용되는 엑스맨 유니버스 요소는 팬들에게 반가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MCU가 이제 마음껏 엑스맨 유니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과시인 동시에 향후 수십 년을 책임질지도 모를 또 다른 대서사를 계획 중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이니 팬들은 점점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 이제 MCU의 팬들은 ‘알면서도 속아주는’ 인내심을 배우는 중이다. 

혹자는 이런 MCU 팬들 나아가 슈퍼 히어로 팬들을 보고 ‘호구’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라. 이미 데드풀과 울버린이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확정된 판이다. 어쩌면 다음에는 스파이더맨이 엑스맨을 도울 수도 있고, 어벤져스 원년 멤버들과 엑스맨 원년 멤버들이 한 스크린에서 싸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즉, 팬들의 그 어떤 상상과 바람도 현실로 만들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이런 판에서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느니 ‘행복한 망상에 빠진 호구’가 되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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