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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 기자
  • 입력 2022.09.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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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이션의 5년, 싸이는 어떤 왕국을 쌓았나

사진제공=피네이션
사진제공=피네이션

싸이의 왕국 피네이션(P NATION). '월드스타'라는 이름값처럼 싸이의 피네이션은 기대감 속에 첫 날갯짓을 시작했다. 제시를 1호 아티스트로 영입한 후 현아와 던, 크러쉬, 헤이즈까지 업계에서 '이름 좀 날린' 인물들을 순차적으로 데려갔고, 신생 기획사가 맞나 싶을 만큼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피네이션은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아티스트들을 포섭해 왔고, 그에 부응하는 결과도 곧잘 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제시부터 현아와 던까지 주춧돌이 되던 아티스트들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SBS 서바이벌을 통해 야심차게 기획한 보이그룹 TNX도 애매한 성과를 냈다. 피네이션을 설립한 지 5년, 싸이가 세운 왕국은 위태로운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금 피네이션은 어느 때보다 회사의 기본을 새로 다져놔야 할 순간을 맞이했다. 2020년 제시의 '눈누난나'가 공전의 히트를 쳤으나, 이후에 발매한 곡들은 그만큼의 파급력을 보이지 못했다. 현아와 던의 곡들은 실험적이고 독특했지만,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에 머물렀다. 헤이즈의 곡들은 한결같이 단단했지만, 동시에 변화없이 정체했다. 특히 싸이가 가장 공을 들여 내놨을 TNX는 '싸이의 첫 아이돌'이라는 타이틀과 지상파 서바이벌 쇼로 화제를 모은 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반응이 미미하다. 특히 실력 하나만으로 영입한 디아크가 사생활 논란이 터지자 곧장 이별을 발표하고 마는,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적극적인 리스크 대응보다는 손절이라는 보다 쉬운 선택을 했다. 

K-팝의 음악 퀄리티 경쟁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고, 좋은 음악이란 것은 객관적 증명이 어렵다. 그러나 음원차트 1위를 하던 아티스트가 더 이상 1위를 하지 못한다는 건 현재의 위상을 또렷하게 알려준다. 피네이션이 지금까지 연명해 올 수 있던 가장 큰 동력은 사실상 소속 아티스트들이 피네이션 이전 이후 내왔던 성과들이다. 

싸이, 사진제공=피네이션
싸이, 사진제공=피네이션

아마 TNX를 제외하곤 소속된 아티스트들이 싸이에게 바랐던 것은 하나일 것이다. 같은 현직 아티스트라는 공통점 안에서 싸이가 얻어온 그 오랜 인기의 비법을 자신들에게도 대입해 주는 것. 그들 스스로는 자유로운 작업 분위기나 이해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이미 전성기를 지나온 그들이 싸이에게 바란 것은 노골적으로는 말 못했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시와 현아의 이탈은 예상 가능했던 일임과 동시에 좋지 못한 시그널이다.   

위험을 충분히 감지했을 싸이는 자신이 밟아왔던 근사한 소비 전략을 이제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도 옮겨낼 수 있을까. 그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장님이다.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을 자신의 SNS에서 '커밍 순' 티저 이미지로 예고하고, 그들이 컴백하면 각종 챌린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영상을 공개해왔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유명한 것과 별개로, 그 역시 잘 나가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싸이가 사장일 때 가장 좋은 쓰임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에 기댈 뿐인 이러한 전략은 그가 '흠뻑쇼' 문제로 노동부의 압수수색을 당한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그마저도 힘을 잃는다. 더군다나 여러 아티스트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WHO IS NEXT?'를 게시하는 전략은 이전만큼의 궁금증을 자아내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현아와 던의 이탈은 내부 사정을 모르는 이가 봐도 공교롭게 다가온다. 싸이는 3개월 전만 해도 한 예능에 출연해 현아와 던을 향한 애정어린 영상편지를 띄웠다. 이와 동시에 "피네이션을 창업할 당시 제가 유명했지 회사가 유명한 게 아니었다"고 말하는, 자기객관화도 어느 정도 되어있는 센스와 감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싸이가 TNX에 가장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건, 유명한 아티스트들로 쌓은 성이 언젠가는 무너질 모래성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려대로 이 모래성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 소속 아티스트들의 미지근한 성적으로만 보면 피네이션 '개업빨' 특수는 더 이상 없다. 이제 현실을 알았으니,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댓댓'으로 보여준 관록처럼 싸이는 자신이 새로 해야 할 일을 분명 찾아낼 것이고, 아마 직시와 대입을 마치고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다만 화려했던 시작만큼 앞으로 다시 쌓아야 할 성은 완벽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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