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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홍수경(칼럼니스트)
  • 입력 2022.02.18 15:52
  • 수정 2022.02.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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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좀비사랑이 빚은 글로벌 '지우학' 열풍

전세계 각국서 꾸준한 인기 모으는 요인은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2년여 동안의 팬데믹 기간 동안 여러 좀비들이 세상과 인연을 맺어왔다. 가장 먼저 ‘킹덤’ 시즌 2는 미국질병본부가 미국내 첫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케이스를 발표하고 나흘 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의 가상 역사물인데도 불구하고, 정체불명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전세계에 퍼져나가던 당시의 혼란을 투영하기에 충분한 콘텐츠였다. 역병으로 부지불식간에 생사를 오가는 좀비로 변하는 일반인의 모습은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에 대한 은유처럼 다가왔다. 망해가는 세상에 맞서 백성을 구하겠다며 최선을 다하는 영웅들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위로를 받았던 시기였다. 

훗날 누군가가 팬데믹과 좀비물의 연관 관계를 이론적으로 연구한다면 넷플릭스는 연구 자료에 있어 보물창고가 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의 남다른 좀비물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2018년에 캐나다 좀비 영화 ‘래버너스’와 ‘데이 오브 더 데드:블러드라인’을 호탕하게 구매했고, 비록 첫 시즌 만에 취소를 했지만 2019년에 10대 좀비물 ‘데이브레이크’도 야심차게 선보였다. ‘워킹 데드’ 시리즈의 독점 공개를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고, 드루 배리모어가 인육을 먹는 존재로 분한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도 런칭했다. ‘Z네이션’, ‘아이좀비’, ‘애시VS. 이블 데드’ 등 미국 케이블 TV에서 방영한 화제의 좀비 시리즈도 모조리 구매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갑철성의 카바네리’도 놓칠 수 없는 콘텐츠였다.

2020년에는 한국 영화 ‘#살아있다’를 비롯해 인도의 ‘베탈: 악마의 군다’, 브라질의 ‘리얼리티 Z’, 프랑스의 ‘라 레볼뤼시옹’을 공개하며 글로벌 좀비 라이브러리를 확장했다. 2021년에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대망의 프로젝트 ‘아미 오브 더 데드’와 ‘킹덤’의 외전인 ‘아신전’을 선보였고,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새 시리즈 ‘지옥’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애니메이션 ‘레지던트 이블: 인피니트 다크니스’도 제작하며 ‘레지던트 이블’에 대한 애정도 피력했다. ‘워킹 데드’의 마지막 11 시즌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제작 중이며 아마 내년 중에 공개일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꾸준한 좀비 양성 끝에 한국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이 애정의 보상으로 여겨질 만한 뿌듯한 결과에 도달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청 시간으로 봤을 때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 이후 한 주 동안 넷플릭스 콘텐츠 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가 되었고 5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더 버지’의 새러 메리컨 평론가는 ‘지금은 우리 학교는’을 두고 ‘붐비는 좀비 신전에서 드라마로 채워진 고등학교 세팅으로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워킹 데드’의 엄청난 성공 이후 미국에서 좀비물은 유행처럼 번졌고 넷플릭스 안에도 숨어있는 좀비물이 가득하다. 공급은 넘치지만 눈에 띄는 작품은 부족했던 시점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시간 몰아보기의 가치가 있는 새로운 좀비 시리즈로 인정을 받는데 성공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의 성공이 눈부시다. 서구권에서는 ‘애나 만들기’에 밀려 공개 3주차에 순위가 하락하는 가운데 여전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부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 국가들의 한국 드라마 선호는 색다른 뉴스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드라마 순위 10위권 작품 중 9편이 한국 드라마이고, 넷플릭스가 ‘펜트하우스’를 아시아에 소개하면서 K드라마 팬들은 더욱 바빠졌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시아 시청자들이 신작 K드라마 소비에 열정적일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독보적인 K드라마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처럼 소셜 미디어의 2차 창작을 불러 일으킬만큼 전세계적인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지 않지만 한국 드라마와 한국 스릴러 스토리텔링에 대한 신뢰를 배가했다. 한국은 전세계가 함께 즐길 만한 콘텐츠 품질을 유지하면서 사회 비판과 장르를 뒤섞거나 달콤한 로맨스 드라마를 매달 내놓은 생산력을 기본으로, 분기에 하나씩 히트작을 내놓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도 성장헤 ‘메이드 인 코리아’만 붙으면 일단 기대를 품게 만든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넷플릭스 세상에서 한국 드라마는 하나의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영미권 평론가들은 대부분 ‘지금 우리 학교는’의 장르적 독창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한편, 중독적인 이야기 전개와 시각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데에 동의한다. 시각적 재미를 안기는 좀비 구현 기술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헤 ‘월드 워 Z’의 한국 속편을 만든다고 해도 할리우드 못지 않은 기술력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 듯한 기세다.  

한편 ‘지금 우리 학교는’은 속편에 그리 개의치 않았던 기존 K드라마 시리즈와 다르게 본격적으로 속편 암시를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소셜 게시판 ‘레딧’의 한 시청자는 ‘한 시즌이 끝나면 마무리되는’ 한국 드라마를 선호해왔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 미국의 시즌제 방식을 닮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덕분에 미디어는 시즌 2를 예측하는 기사를 매일 내보내고 있다. 이들은 남라가 리드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그룹의 생성과 강산의 생존에 베팅을 하며 열렬히 두 번째 시즌을 기다린다.  팬데믹 장기전에 지쳐가는 가운데 등장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와의 전쟁 이후의 삶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대와도 흥미롭게 맞물린다. 무사히 살아남거나 바이러스 면력역을 얻은 자들은 어떻게든 계속 살아나가야만 하고, 현실의 사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2월 17일부터 미국은 마스크 착용 조치를 완화한다.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약해져 드디어 2년 만에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희망이 넘실된다. 우연히도 팬데믹의 초입과 후반에 한국 좀비 드라마가 세상을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여전히 좀비물은 넷플릭스의  최강 장르가 될 수 있을까?

최근에 발표된 한 행동 과학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 팬들이 아닌 이들에 비해 팬데믹 봉쇄 기간 동안 더 나은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 관리에 훈련이 되어 있어 정신적으로 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결과다. 넷플릭스의 좀비물 컬렉션과 화제작이 넷플릭스 구독자들에게 정신 건강적으로 도움을 줬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부산행’ 이후 좀비 콘텐츠의 흐름을 탐구하고 싶다면 넷플릭스를 참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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