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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2020 l 좀더 칭찬받아야 했던 배우들 ②

장혜진(윗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미경 정수정 송지효, 사진출처=스타뉴스DB

다사다난했던 경자년 2020년이 떠나가고 있다. 상상치 못했던 전염병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겪어야 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쉬움 속에 신축년 2021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고 수많은 드라마 촬영장은 확진자 발생으로 촬영을 중단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많은 배우들이 빛나는 연기로 힘든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흥행에 성공하고 시청률이 잘 나온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그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얻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켜간 이들도 많다. 2020년 그 가치만큼 충분한 칭찬을 받지 못했지만 2021년에 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배우들을 살펴봤다.

장혜진(왼쪽)과 정수정.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원미경, 반가워요 상

원미경의 컴백은 수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원미경은 20~30대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이지만 40대 이상 드라마나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던 사람이라면 분명 기억할 만한 80~90년대 당대 톱스타. 1977년 미스롯데로 데뷔해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아이들 육아를 위해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14년 만인 2016년 ‘가화만사성’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섰다. 그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가 올 상반기 tvN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로 3년 만에 돌아온 원미경은 세월의 깊이를 담은 농익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겉모습은 소녀처럼 가녀리지만 내면은 세월의 파고를 거치느라 강인해진 우리네 엄마를 섬세하게 형상화하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했다. 아무래도 오래 쉬어도 클래스가 다른 배우라는 걸 확실히 증명했다. 세월의 흐름에 맞게 주름살이 생긴 얼굴이어서 더욱 사랑을 받았다. 그를 모르는 어린 세대들은 ‘마치 자신의 엄마를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의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란 시구를 떠오르게 하는 국화꽃 같은, 그 어떤 젊은 여배우보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송지효,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주)무비웍스

 

#장혜진, 열일상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영화와 드라마 업계에 선사한 최고의 선물은 배우 장혜진을 발굴해낸 것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맹활약이었다. 장혜진은 올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시작으로 드라마 ‘루왁인간’, ‘반의반’, ‘계약우정’, ‘출사표’, ‘산후조리원’, ‘여신강림’, 영화 ‘니나 내나’, ‘애비규환’ 등에서 강렬한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내야 했던 설움을 겪었던 장혜진은 ‘기생충’을 기점으로 그동안 차곡차곡 가슴속에 쌓아놓았던 연기열정을 마음껏 불사르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장혜진의 연기가 빛을 발할 때는 겉모습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강한 엄마지만 속마음은 그 누구보다 자식을 향한 사랑이 절절한 모습을 보일 때. 영화 ‘애비규환’에서 어린 나이에 임신한 딸 토일(정수정)이 자신이 젊은 시절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이어받는 걸 보여 속을 끓이며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보인 입체적인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장혜진의 전성기는 2021년에도 이어질 듯하다.

 

#정수정, 새로운 발견상

오랫동안 봐온 얼굴이지만 마치 오늘 처음 만난 것 같은 새로움이 있다. 걸그룹 에프엑스의 비주얼 센터 크리스탈로 10여년 넘게 사랑받아온 정수정은 올해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으로 배우로서 재평가 받았다. 걸그룹 멤버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지만 관계자와 대중의 눈도장을 받기에는 1%의 부족함이 있었다. 시크하면서도 도도한 아이돌 크리스탈의 아우라가 너무나도 강했던 것. 그러나 걸그룹 활동을 종료한 후 첫 작품인 ‘애비규환’에선 자신의 틀을 깨는 데 성공했다. 스크린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크리스탈의 이미지는 없고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 멘붕에 빠진 극중 주인공 토일만 자리한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상처를 입었던 토일이 임신한 후 친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속에서 정수정은 안정된 연기력과 특유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토일의 여정에 동참시킨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토일의 감정선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올해 배우 중심 회사로 소속사를 옮기며 새 출발을 알린 정수정이 2021년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크리스탈’ 같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원미경, 사진제공=tvN

#송지효, 재발견상

송지효는 직업은 배우이지만 이제까지 10여년 넘게 직장인처럼 출연한 ‘런닝맨’ 때문 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 다소 맹하지만 털털하고 성격 좋은 ‘런닝맨’ 속 ‘멍지효’ 이미지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사실 송지효는 ‘런닝맨’만큼 주목받지 못했지만 18년간 수십편에 드라마와 영화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실력파 배우다. 올 상반기 개봉된 영화 ‘침입자’는 이제까지 과소평가돼온 송지효의 배우로서 포텐셜을 깨닫게 해준 작품.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여러 번 연기됐던 ‘침입자’는 다소 아쉬운 완성도로 인해 평단과 관객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베일에 가린 미스터리한 인물 유진 역을 연기한 송지효의 입체적인 연기에 대해선 호평이 쏟아졌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는 강렬한 연기로 개연성이 부족한 내러티브의 허점을 메우며 관객들의 눈을 스크린에 고정시켰다. 순수함부터 악마성까지 오가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멍지효’는 하나의 캐릭터일 뿐 다양한 얼굴을 그려나갈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2021년에도 ‘침입자’ 같은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길 바란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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