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동욱, 성실함을 무기로 안주를 거부하는 성장형 배우

'구미호뎐 1938'서 응원 부르는 토종 슈퍼히어로로 등극

사진=tvN
사진=tvN

tvN 드라마 '구미호뎐'이 시즌2 '구미호뎐 1938'로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적잖은 우려가 존재했다. 이미 스토리가 완전하게 종결된 상태에서, 앞선 작품의 관심과 인기에 기대어 쉬이 연명하려는 다소 불순한(?) 의도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선례는 실제로 차고 넘칠 만큼 많으니 말이다.

물론 '구미호뎐 1938'은 이러한 걱정을 초반부터 과감하게 탈탈 털어냈다. 전작의 설정 뼈대만 유지하되 확연하게 작품의 결을 비틀었고, 주축이던 로맨스는 과감할 정도로 덜어냈다. 이를 대신 채운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38년의 뼈아픈 시대상, 해당 시기를 독립운동으로 결집시킨 민족정신,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흥미로운 요괴전(戰) 등이다. 이런 요소들의 융합은 '구미호뎐 1938'을 전작에게서 일찌감치 멀리 벗어나게 이끌었다.

사진=tvN
사진=tvN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차용해 전작에서 죽었던 이랑(김범)을 등장시키고, 새로운 캐릭터 류홍주(김소연)와 천무영(류경수)을 통해 보는 맛을 배가했다. 반가운 얼굴과 새로운 얼굴이 한데 뒤섞여 화면으로 무수히 쏟아지는 가운데, '구미호뎐 1938'의 무게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은 단연 이동욱의 몫이었다.

이랑의 환생을 위해 탈의파(김정난)를 돕는 이연(이동욱)은 삼도천 수호석을 되찾아 현재의 서울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렇다고 당장 목숨이 위태한 1938년의 이랑을 모른 척 포기하지 못한다. 아편에 중독돼 흑역사로 기억된 과거의 자신도 만나고, 각종 귀신들이 벌이는 일에도 휘말려 결국 해결까지 자처한다. 해당 서사는 조선을 핍박하는 일본의 간부들, 그들과 결탁한 일본의 요괴들을 처치하는 것까지 쭉쭉 뻗어나간다.

사진=tvN
사진=tvN

시청자는 그런 이연에 몰입한다. 전작 '구미호뎐'을 습득한 채로, 현재의 서울에서 1938년 경성에 불시착한 이연이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곁에서 함께 하는 시청자다.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설정, 변화된 시대만큼 얽히고설킨 작품의 깊숙한 중심부로 끌고 들어와 밀도 있게 설득시키는 것은 재차 이동욱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동욱은 그 어렵고 복잡한 것을 완전하고 무사하게 일궈내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이동욱이라는 배우의 재능과 성실함이 빚어낸, 진득한 설득력에서 기인한다. 시청자는 그의 설득에 매료됐다.

유달리 돋보이는 외모는 광고 모델로서는 득(得)일 수 있지만 배우로서는 독(毒)이 될 가능성이 짙다. 작품을 보며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에 녹아들어야 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살면서 쉽게 본 적 없는 조각 같은 외모의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니깐. 그 높은 허들을 뛰어넘게 만든 것 역시도 이동욱이었다.

사진=tvN
사진=tvN

 

드라마 '도깨비'의 대대적인 흥행으로 자칫 저승사자 캐릭터에 갇힐 수 있는 상황에서 이동욱은 '라이프'의 예진우, '타인은 지옥이다'의 서문조,  그리고 '구미호뎐' 이연을 만나며 매몰되지 않으려 스스로를 여러 작품과 캐릭터에 내던지고 끈질기게 담금질했다. 그 결과 이동욱은 변함없이 대중의 선택과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있다. 이동욱은 여느 배우처럼 소모되거나 머무르지 않고, 특유의 성실함을 무기로 전보다 자신을 채우고 완성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그가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러한 것들이 일궈낸 산물이다.

배우 이동욱과 '구미호뎐' 제작진에 박수를 보낸다. 아주 오랫동안 '전설의 고향'으로 대변됐던 인간의 간을 탐하던 잔혹한 구미호의 스테레오 타입이 무려 수십 년 만에 붕괴됐으니깐. 이제 우리는 '구미호'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레 이연을 떠올린다. 무척 잘생기고 인간미 넘치는, 세련된 슈트가 굉장히 잘 어울리고, 가끔 농을 던지거나 아이처럼 철없이 굴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온전히 믿고 의지하고 싶은 토종 슈퍼 히어로 말이다.
 

저작권자 © 아이즈(iz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