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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조이음(칼럼니스트)
  • 입력 2023.06.07 14:35
  • 수정 2023.06.07 17:54
  • 댓글 0

알던 맛 아닌 완전 새로운 복수극, '이로운 사기'

김동욱+천우희, '믿고 보는 배우들'의 어메이징한 케미

'이로운 사기', 사진제공=tvN
'이로운 사기', 사진제공=tvN

‘구원의 시작은 공감’이란 주제로 극도의 공감력을 가진 변호사와 감정이 결여된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극본 한우주, 연출 이수현)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인물들이 펼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로운 사기’는 공감불능 사기꾼과 과공감 변호사,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절대 악과 맞서는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이다. 지난 6일 4회까지 방송을 마친 ‘이로운 사기’는 또 한 편의 성공적인 복수극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물론 16부작 드라마에서 1~4회는 시청자가 캐릭터와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을 이해하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품을 정도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앞으로 남은 수많은 난관을 잘 헤쳐나가야지만 성공한 복수극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남을 테다. 하지만 시작은 일단, 성공적이다.

한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지닌 주인공 이로움(천우희)은 타고난 천재성으로 어린 시절 TV프로그램에 출연,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다. 그의 이름도 존재도 잊힐 정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로움은 부모를 죽이고 집에 불을 질렀다는 혐의로 다시 한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세상은 기억 속 천재소녀의 타락한 현실이라며 손가락질한다. 교도소 생활 중에도 저를 건드리는 사람에겐 가장 독한 방법으로 복수를 해댄 탓에 복역 내내 요주의 인물로 꼽힌 로움의 형 만기가 5년여 남은 시점, 누군가 그 사건의 진범이라며 자수를 한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의뢰인의 사정에 깊이 공감하고 공감 이상의 감정으로 제가 더 흥분하고 속상해하는 변호사 한무영(김동욱)은 사실 과공감 증후군을 앓고 있다. 사건을 수임할 때마다 의뢰인의 일에 제가 더 힘겨워하는 탓에 쓰러지기 일쑤였던 그에게 주치의는 되도록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 일들만을 수임하라고 처방한다. 예충식 사건 역시 그렇게 수임한 일이었건만, 제 의뢰인 탓에 10대 소녀가 존속살해 혐의로 10년째 복역 중이라는 사실과 뉘우침이라고는 0.1%도 느껴지지 않는 예충식의 태도가 무영을 로움에게 공감케 한다. 결국 무영은 자수한 예충식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의뢰인의 뒤통수를 치고 그의 변호를 포기한다.

공감 능력 없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대를 이용할 기회를 찾는다는데, 로움에게 있어 무영은 이보다 더 알맞을 수 없는 상대였다. 이에 로움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무영의 마음을 이용, 그에게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맡긴다. 여기까지만 보면 로움이 이끄는 대로 무영이 놀아나는 뻔한 그림이 그려지지만, 예상과는 달리 무영은 앞선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통해 로움의 속내를 쉽게 간파한다. 또 로움의 부모 사망 사건에 진범이든 공범이든 제3의 인물이 얽혀있을 것이라 짐작한 무영은 로움이 의뢰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변호도 일시적으로 보류해 배상금 지급을 미루고,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쳐 보기로 결심한다. 로움은 무영이 제 뒤통수를 때렸다며 그에게 해고를 통보하지만, 무영은 그에게 “내가 한 모든 선택은 이로움 때문이었다”는 말로 이유를 대신한다.

천의 얼굴을 가진 공감불능 천재 사기꾼 이로움 역은 배우 천우희가 연기한다. 그는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 ‘써니’를 비롯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버티고’ ‘메기’ ‘곡성’ ‘해어화’ ‘한공주’,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등 만나는 작품, 캐릭터마다 각각의 캐릭터에 녹아들어 전혀 다른 사람, 전혀 다른 얼굴로 관객과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천재 사기꾼 이로운의 능력치를 넘나들며 매 장면마다 사기 같은 연기력을 뽐낸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사기꾼과 공조하는 과공감 증후군 변호사 한무영 역은 배우 김동욱이 맡았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비롯해 드라마 ‘손 the guest’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그 남자의 기억법’ ‘너는 나의 봄’ ‘돼지의 왕’까지, 도무지 접점이라고는 없을 만큼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써내려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장기인 연기력을 원 없이 펼치는 중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요즘 들어 ‘연기를 믿고 보는 배우’의 조합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던 드라마 판에서 모처럼 연기로 흠잡을 곳 없는 드라마를 만난 기분이다. 여기에 익숙한 천재 사기꾼 캐릭터에 남의 약점을 이용하는 데 타고난,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란 설정을 더하고, 드라마마다 꼭 등장한 것만 같은 변호사는 타인의 감정에 (이보다 더 쉽고 깊게) 동조하는 인물로 만들었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마치 아는 맛이라 믿고 먹은 음식에서 상상 이상의 ‘미미(美味)’를 만나는 기분을 선사한다.

사실 ‘이로운 사기’는 여느 복수극들과는 달리 시청률 면에서 아직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첫 화(4.6%, 전국 가구 기준 평균, 닐슨코리아 제공, 이하 동일)가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을 4회(4.3%)까지 새로 쓰지 못한 상황. 하지만 슬슬 타기 시작한 입소문 바람이 어디까지 이어질는지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쉬운 상대인 줄 알았건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남자가 그를 선택한 여자의 앞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는지, 이들이 펼쳐갈 색다른 복수극에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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