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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숙의 도전을 끌어낸 엄정화의 도전 정신 [인터뷰]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실수까지 무능으로 취급받는 건 좀 억울합니다. 저도 아직 배울 게 많은 1년 차일 뿐입니다."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하 '차정숙', 연출 김대진 김정욱, 극본 정이랑)에 출연한 배우 엄정화가 꼽은 명대사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엄정화가 맡은 차정숙은 간이식 수술이라는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레지던트에 도전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다시 도전하는 차정숙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차정숙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받았고 반대로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차정숙'을 하면서 진짜 많은 응원을 받았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어요. 작품에 들어갈 때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고 진심으로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차정숙을 응원해야겠다'는 반응도 있던데 이런 응원을 받는 캐릭터는 처음 연기하는 것 같아서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닥터 차정숙을 향한 응원은 자연스레 엄정화를 향한 응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차정숙을 향한 응원과 엄정화를 향한 응원은 하나로 뭉쳤다. 오랜 시간 '슈퍼스타 엄정화'로 살아온 엄정화는 난생 처음 자신의 이름이 아닌 극중 배역으로 불렸다. 엄정화 역시 한 대학 축제에서 "나 차정숙이야"라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사실 차정숙을 응원하는 건지 엄정화를 응원하는 건지 모를 때도 있어요. 어딜 가서 다른 이름으로 불려본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사실 나이를 고려하면 제 노래를 알 나이도 아니잖아요. 제 노래를 안다는 사실과 차정숙을 안다는 사실이 맞물려서 정말 좋았어요. (대학생뿐만 아니라) 저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시들도 엄정화가 아니라 차정숙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어요."

'닥터 차정숙'은 자체 최고인 전국 18.5%, 수도권 19.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단순히 시청률뿐만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은 차정숙의 마지막 모습까지 내용적으로도 완벽한 마무리를 거뒀다. 진심을 다해 작품에 임한 엄정화지만, 이 정도의 성공을 기대하지는 못했다. 

"이 정도의 인기는 기대하지 못했어요. 많은 분들이 '차정숙'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촬영할 때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염원으로 노력했어요. 시청률 10%를 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3회를 지나면서 시청률이 순식간에 높아져서 놀라웠어요. 제가 표현한 차정숙이 실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신의 꿈을 다시 그려낸 차정숙처럼 엄정화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엄정화는 과거 갑상생암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활동에 복귀했다. 엄정화 역시 "그 경험의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자신의 투병 생활이 차정숙을 구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영향이)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아요. 죽을 고비를 넘긴 다음에 어떤 감정일까 고민했어요. 그런 것들이 인생의 시각을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차정숙이 고비를 돌파해 나가는 지점, 병마를 이겨내고 자기 삶을 찾아가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보시는 분들도 스스로의 길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실제로 몇몇 분들께 DM도 받았어요. 작은 공감이 그 분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저 스스로에게도 힘이 됐어요."

'차정숙'의 종영과 맞물려 엄정화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와 함께한 tvN '댄스가수 유랑단'(이하 '유랑단')이다. 여성 솔로아티스트들이 뭉쳐 전국을 유랑하며 무대를 선보이는 콘셉트의 '유랑단' 역시 '차정숙'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들의 무대를 보며 추억에 젖었다. 그러나 엄정화에게 '유랑단'이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유랑단' 무대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어린 친구들은 저라는 가수를 잘 모르는데 제가 어떤 노래를 했고 어떤 무대를 했는지 지금 시기에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제 노래를 들려주면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다음 앨범이나 다음 곡을 만들기 전에 '나 이런 사람이었어'·'이런 가수도 있어' 이런 느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록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의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사진=JTBC

배우로서 작품을 성공시키고, 가수로서 다시금 무대에 올라선 엄정화를 두고 혹자는 전성기가 다시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엄정화는 웃으며 "지금이 전성기인가요?"라고 되물으며 "하나가 잘 되니까 다 반갑게 봐주시는 것 같아. 이게 다 '차정숙' 덕분인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분명한 건, 2023년이 엄정화에게는 큰 의미를 준 해라는 사실이다. 

"마흔이 되고 난 후에 다음 앨범을 내는 데 8년이 걸렸어요. 그전에는 앨범 활동과 연기를 동시에 했는데 그때의 감정을 올해 다시 만난 느낌이에요. 이 시기에 다시 만나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기도 해요."

'차정숙'과 '유랑단'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고 하지만, 엄정화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톱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특히 가수와 배우 두 분야에서 톱의 자리를 지킨 사람은 많지 않다. 엄정화는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도전'을 꼽았다. 

"정말 감사드려요. 사실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 가지 비결이 있다면 제가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편한 것만 고집했다면 오래 못했을 것 같아요. '엔딩 크레디트' 앨범을 만들 때도 '내가 하는 게 의미가 있나. 혼자 좋자고 하는건가'라는 감정이 들었는데 지금 보니 계속 시도를 했던 게 아주 잘했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하나도 의미없는 건 없더라고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남들이 보기에 늦은 나이에도 과감하게 도전을 하는 차정숙의 모습은 정상의 자리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엄정화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차정숙을 향한 응원이 엄정화를 향한 응원으로 번진 것도 이러한 도전정신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도전했던 엄정화는 선구자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앞에 해온 선배가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제가 처음 시작할 때 배우랑 가수를 동시에 한 사람은 없었어요. 연기를 하다가 잠깐 앨범을 내는 사람은 있어도 지속적으로 해온 사람은 없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후배들에게 조금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잖아요."

엄정화는 '차정숙'을 통해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끊임 없는 도전을 통해 '도전하는 캐릭터' 차정숙을 구현한 엄정화는 또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은 7월까지 즐겁게 '유랑단'을 할 계획이요. 또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다듬으려고요.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2년 전부터 준비는 했는데 이제 곡을 추려서 기획을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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