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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윤준호(칼럼니스트)
  • 입력 2023.06.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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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VS 첸백시, 이제 자신의 정당함을 본인들이 직접 입증할 때

엑소 컴백 앞두고 첸 백현 시우민, SM과 전속계약 분쟁

사진출처=스타뉴DB
사진출처=스타뉴DB

K-팝 시장에 또 ‘노예 계약’ 파문이 불거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간판 보이그룹인 엑소의 유닛 그룹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가 "SM과의 계약이 불공정했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사실을 1일 밝혔다. 

기시감이 든다. 2001년, 원조 아이돌 그룹 H.O.T.에 이어 2009년에는 그룹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김재중과 박유천, 김준수이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이번에는 엑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SM은 소속 아티스트와의 불화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자사와의 계약을 위반하고 이중계약을 맺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며 법적 대응할 의사를 밝혔다. 그 대상은 걸그룹 비비지와 가수 소유, 이무진 등이 속한 빅플래닛메이드다. 

그러나 각각의 입장은 모두 엇갈린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그리고 왜 연예계에 이같은 일이 반복될까?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백현·시우민·첸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린 이재학 변호사는 1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SM은 12∼13년의 장기 전속계약 체결도 모자라 아티스트에게 후속 전속계약서에 날인하게 해 각각 최소 17년 또는 18년의 계약 기간을 주장하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표준계약서상 최대 계약 기간이 7년이지만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첸백시 측은 정산 과정도 불투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정산 자료와 근거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SM에 보냈지만 관련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린은 "장기간의 전속계약 기간 동안 매회 정산되는 정산금에 대해 SM의 설명만 믿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빙이 없는 SM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자료만을 보고 정산금을 받아왔다"면서 "전속계약에 따른 정산 주기는 매년 2회 도래하므로 정산 자료와 정산 근거는 매년 2회 제공돼야 하지만 SM은 12∼13년이나 되는 긴 전속계약 기간 정산자료와 근거를 제대로 제공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SM의 해명은 첸백시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언제든지 정산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 하에 수년간 정산을 해오고 있었으며, 그렇게 이루어진 그간의 정산 과정 중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기존 전속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을 맞아 아티스트와 새로운 계약 체결을 논의하는 시점에서도 상호 대등한 지위의 협상을 이어나간 끝에 3인 아티스트 모두 새로운 전속계약을 유효하게 체결하였고, 그 과정에서도 정산 내용이 문제된 적은 없다"는 것이 SM의 해명이다.

SM의 주장대로라면 SM와 첸백시는 이미 새롭게 전속계약을 맺었다. 기존 7년 계약을 마치고 연장 계약을 했다는 의미다. SM은 "아티스트의 대리인이 갑자기 새롭게 체결된 전속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그 배경에는 아티스트를 흔들고 있는 외부세력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당사는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소중한 아티스트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하기 위해 합의서를 체결하고자 했고, 그 대신 전속계약에 위반되는 이중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당사에 통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재계약을 맺은 첸백시의 바뀐 태도 이면에는 외부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SM의 의심이다.

그러나 이미 이와 관련해 SM이 발송한 내용증명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 빅플래닛메이드 측은 "보도에 언급된 아티스트들과 만난 적도 없고, 그 어떠한 전속 계약에 관한 논의나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면서 "타 엔터사의 내부 계약 상황을 관련 없는 본사와 결부시킨 의도가 무엇인지 유감을 표하며, 계속 이와 같이 주장할 시에는 강경하게 법적대응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현재는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다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컴백을 추진하던 엑소의 활동에는 제동이 걸렸다. SM은 엑소 컴백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핵심 멤버인 카이의 군입대에 이어 첸백시마저 이탈한다면 그룹 정체성마저 고민해야 할 처지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왜 연예계에 이같은 일이 반복될까?

노예 계약 파문은 통상 성공한 그룹 내에서 불거진다. 성공하지 못했다면 나눌 이익이 없기 때문에 계약 관계를 놓고 굳이 다툴 이유도 없다. 

이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들은 "결국 돈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성공한 K-팝 그룹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앨범 한 장을 내놓을 때마다 수백만 장씩 판매하며 수백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여기에 월드 투어까지 포함하면 누적 매출이 수천억 원대로 불어난다. 

당연히 이런 가치를 가진 K-팝 그룹과 그 일원들은 탐나는 존재다. 이들을 발굴하고 트레이닝한 소속사는 최대한 지켜려 하고, 외부에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영입하려 한다. 그 사이에 놓인 스타들의 고민은 커진다. 표준계약서제도가 도입되며 동방신기 사태 이후 노예 계약 파문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첸백시 사태를 통해 같은 계약서를 놓고도 그 조항마다 양측의 해석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음이 증명됐다. 

이는 외신들도 누차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합숙생활과 함께 강도높은 트레이닝을 시키고, 몸매 관리를 위한 식단 조절, 휴대폰 사용 금지로 인한 사생활 제한 등이 모두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라는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신인 시절 맺게 되는 계약은 통상 스타들에게 불리하게 작성된다. 엄청난 투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메우기 위한 합당한 비율"이라고 하지만, 스타덤에 올라 치열하게 스케줄을 소화하며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면서 자신의 몫은 기대 이하인 상황을 보며 스타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파문이 유독 SM엔터테인먼트에서 자주 불거지는 것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H.O.T.와 동방신기 외에도 노민우 등이 SM을 상대로 계약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SM은 "당사는 엑소, 그리고 엑소를 무한히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지키기 위하여, 나아가 당사의 모든 소속 아티스트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이를 위하여 부당한 금전적 유혹과 감언이설, 근거 없는 루머들로 아티스트를 현혹해 팀 자체를 와해시키고 흔드는 외부 세력들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싸워야 하는 대상을 첸백시가 아닌,  그들을 흔든 외부 세력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의 힘이 결국 팬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팬덤을 설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첸백시 역시 매한가지다. 그들 외에 다른 엑소 멤버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SM과 동행을 택한다면 첸백시를 바라보는 팬덤 역시 무조건 지지할 리 만무하다. 5인조 동방신기가 2인조 동방신기와 3인조 JYJ로 갈라 선 사례도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각자의 자신의 행보가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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