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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신윤재(칼럼니스트)
  • 입력 2023.06.01 10:13
  • 수정 2023.06.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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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스릴러물은 최고의 흥행 치트키?

초여름 김태리 김태희 이엘 스릴러물로 귀환

사진제공= KT스튜디오지니, SBS, ENA
사진제공= KT스튜디오지니, SBS, ENA

여름과 드라마, 이 두 단어를 붙이면 당연히 떠오르는 말은 최근까지 ‘호러’ ‘공포’였다. 그래서 ‘납량특집극’이라는 말도 있지 않았는가. 1970년대부터 시작돼 2000년대 말까지 리메이크가 이어졌던 KBS ‘전설의 고향’ 시리즈, 심은하라는 걸출한 청춘스타를 배출했던 MBC의 ‘엠(M)’, 1990년대 후반 초여름부터 안방을 식혔던 SBS ‘토요미스테리극장’ 등이 대표적이다.

납량특집이었던 공포 드라마는 한편으로는 단막극의 형태로 여러 연출자와 작가, 신인배우들이 이름을 알리는 교두보가 됐고, 또 한 편으로는 특수분장과 특수효과 등 드라마의 저변을 떠받치는 여러 스태프들의 기술력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부터는 이러한 납량특집극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스릴러물이 찾아들었다. 호러장르처럼 너무 말이 안 되지는 않지만, 또 적절한 긴장감으로 초여름부터 더위를 잡아나가는 장르. 지금 6월초 안방극장이 스릴러와 만나기 시작했다.

2023년 여름 스릴러물의 특징은 이름값 있는 여배우와 짝을 짓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호러장르와 비슷한데, 장치적으로 호러나 스릴러물의 놀라거나 하는 리액션은 남자 배우보다는 여자 배우의 큰 눈과 서로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호러퀸(Queen)’이라는 수식어는 있지만 ‘호러킹(King)’이라는 수식어는 없지 않은가. 당대를 물들이는 여배우들의 이름을 올여름 확인할 수 있다.

'원더풀 월드' 김남주, 사진제공=더퀸AMC
'원더풀 월드' 김남주, 사진제공=더퀸AMC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역전의 여왕’ ‘내조의 여왕’ 등으로 주로 도시적이고 세련된 자태로 로맨틱 코미디를 섞은 장르에 강점을 보였던 배우 김남주는 5년 만의 컴백작으로 이승영 감독의 작품 드라마 ‘원더풀월드(가제)’를 택했다. 김남주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심리학교수이자 유명작가를 연기한다. 억울하게 어린 아들을 잃었던 주인공은 자신이 직접 가해자를 처단하고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얽히며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간다.

그의 커리어 전체를 봐도 생소한 스릴러물이다. 김남주는 평소 가지고 있던 세련된 이미지에 건조한 눈빛과 긴장감을 섞어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이미지를 창출할 예정이다.

배우 김태희는 ENA의 새 월화극 ‘마당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2020년 출연한 tvN ‘하이바이, 마마!’ 이후 3년 만이다. 김태희가 택한 작품도 스릴러다. ‘마당이 있는 집’은 김진영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역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주인공이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 때문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여자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마당 있는 집' 김태희,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마당 있는 집' 김태희,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김태희의 커리어에서도 스릴러는 전혀 별개의 장르였다. 유난히 큰 눈을 가진 김태희는 데뷔 초 표정이 어색하다는 평가도 많았지만, 배우로서 20년에 가까운 공력을 쌓으면서 의심을 지우고 있다. 이 작품에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통해 악역 연기가 일취월장했다고 평가받는 임지연이 함께해 흥행에서는 더욱 호재를 맞았다.

최근 가장 뜨거운 배우 김태리는 김은희 작가를 만났다. 두 사람은 올여름 방송이 될 SBS 드라마 ‘악귀’로 만난다. 이 작품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스릴러’다.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친다. 김태리는 악귀에 씐 여자 구산영을 연기한다. 산영은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품이란 이유로 받아선 안 될 물건을 받은 후, 악귀에 잠식되는 인물이다.

'악귀' 김태리, 사진제공=SBS
'악귀' 김태리, 사진제공=SBS

공교롭게도 김태리에게도 첫 번째 스릴러다. 특히 이 작품은 ‘싸인’ ‘유령’ ‘킹덤’ ‘쓰리데이즈’ ‘지리산’ 등을 통해 유독 스릴러에 강점을 보였던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다. 지난 작품 ‘지리산’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관통하는 영생의 의미를 관찰했지만 흥행면으로는 실패했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월초부터는 다섯 명의 여배우가 출연하는 스릴러물도 방송된다. ENA 수목극으로 편성된 ‘행복배틀’은 일상적인 배경을 파고드는 긴장감을 다룬다. 작품은 진서연, 이엘, 차예련, 박효주, 우정원 등 다섯 배우가 함께 등장한다. 평범한 도시를 배경으로 SNS를 통해 각자의 행복을 경쟁적으로 자랑하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이와 이를 감추려는 이의 긴장을 다룬다. 마치 지난해 방송된 JTBC ‘그린 마더스 클럽’의 플롯이 떠오르는 구조다. 이러한 작품이 자주 편성된다는 것은 흥행이 담보된다는 말이다.

'행복배틀' 이엘,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행복배틀' 이엘,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2023년 초여름,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과거의 ‘호러퀸’이라는 호칭 대신 ‘스릴러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호러를 비롯한 판타지에 대한 수요가 줄고 그만큼 리얼리티가 강한 스릴러를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 OTT 등을 통해 생겨난 장르물 선호 분위기가 완연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배우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것일까. 스릴러가 여배우를 선호하는 것일까. 어찌 됐든 이 조합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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