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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범죄도시3', 불나방처럼 돌진" [인터뷰]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불나방'처럼 뛰어든 '범죄도시3', 저도 제가 무서워요." 

단순히 '꽃미남 배우'라 한정 짓기엔 연기에 대한 갈망이 지독하다. 선 고운 얼굴 이면엔 백조처럼 물밑에서 필사적으로 발을 굴렸다. 16년간 집요하게 파고든 덕에 배우 이준혁(39)이 마침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정도로 역대급 비주얼 변신을 감행, 연기 포텐을 터뜨렸다.

이준혁은 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윤계상, 손석구 뒤를 이어 악역을 꿰찼다.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에서 신종 마약 사건의 배후인 3세대 빌런 주성철 캐릭터를 맡았다. 그간 드라마 '적도의 남자' '60일, 지정생존자' '비밀의 숲' 시리즈·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언니' 등에서 악역을 연기한 바 있지만 이토록 강렬한 연기 변신은 지난 2007년 데뷔 이래 처음이다.

이준혁도 "그전 역할들은 악역이라 말하기 애매하다.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희생자이기도 하다. 주성철은 마석도(마동석) 대사처럼 나쁜 놈은 좀 맞아야 하는, 그런 결이 다른 캐릭터다. 아픔이 없고 한 번도 제대로 혼나본 적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인물 앞에 때마침 마석도가 나타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주성철의 '운수 좋은 날'이라고 콘셉트를 잡았다. 그리고 주성철은 사회화가 충분히 됐음에도 나쁜 짓을 하기에 공포감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무려 체중 20kg을 증량해 91kg까지 '벌크업', 어마 무시한 비주얼로 마동석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내뿜었다. 이준혁은 "처음 이렇게 덩치를 많이 키운 거라 나름 만족하지만 120kg까지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관객분들이 누군지 몰라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제가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는 아닐지라도 장기간 노출이 됐기에 식상할 수도 있지 않나. '저 배우는 저렇게 나오겠지' 이게 아닌 '누구지?' 이런 느낌이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범죄도시3'에 "영혼을 다 바쳤다"라는 이준혁. 그는 "대부분의 시간과 열정을 주성철에 다 쏟았다. 가만히 누워 있을 때나 평소 움직일 때도 다 주성철에 쏟아부었다. 꿈에 이상용 감독님이 자주 나오고, 정말 물리적으로도 시간을 많이 썼다"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과정을 전했다.

여기에 '보이스 트레이닝'까지 자처한 덕에 막강한 빌런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준혁은 "저는 영화 속의 한 재료이니까, 신선하게 요리해 줘야 할 거 같아서 보이스 트레이닝을 알아봤다. 원래 (제 목소리가) 양식업이었다면 이번엔 거칠고 날 것의 느낌이 나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하고 싶었다. 주성철의 덩치엔 공명이 있는 게 더 어울리기도 하고. 그래서 스스로 교수님을 찾아갔다. 교수님이 수업을 정말 열정적으로 해주셨다. 매일 3~4시간씩 탈진할 정도로 수업을 받았다. 과제량도 많았다. 녹음해서 제출하고, 혼나고를 늘 반복했다(웃음). 결과물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시간을 '범죄도시3'에 다 쓴 건 맞다"라고 자부했다. 

이처럼 큰 도전을 해낸 만큼 이준혁은 "'범죄도시3' 합류는 당연히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트라' 마동석 선배님과 대적도 하고, 의미는 엄청나다"라며 "직업인으로서 늘 힘든 순간이 있지 않나. 고민을 품고 친한 동생과 때마침 여행 가는 길에 마동석 선배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저한테 전화 올 일이 없는데 상상조차 못할 일이라 놀라웠다. 무엇보다 당시 '범죄도시2'가 개봉 전이었고, 3편이 나온다는 얘기도 몰랐을 때였다. 그저 존경하는 선배이자 할리우드 배우한테 연락이 왔기에 , 대본도 안 보고 출연한다고 그랬다. '범죄도시3'은 운명처럼 제게 왔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준혁은 "마동석 선배님은 정말 최고"라고 깊은 존경심을 보냈다.  그는 "저도 진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선배님보다 내가 더 영화를 사랑하나 물었을 때 질투날 정도로 진심인 분이시다. 이게 정말 배울 점이고 가장 멋있는 부분이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20대의 저라면 '네가 마동석 선배님이랑 나중에 영화에 나온대' 알려줘도 못 믿었을 거다. '40대에도 많이 힘들더라' 하고 말해줘도 못 믿었을 거고(웃음). 스스로 대견하다면 그 시간을 버틴 것에 있다"라고 얘기했다.

'인사이드 아웃' 속 '슬픔이'처럼 매사 고민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지만 이는 지금의 이준혁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그는 "저는 설레고 좋다는 건 잘 못 믿는다. 어쨌든 전 고통이 늘 수반됐다. 제가 영화 '렛 미 인'을 좋아하는 이유도 고통이 수반되지만 사랑한다는 것, 이 때문이다. 한 캐릭터를 맡아 만들어내기까지 제 살이 뜯겨져나가는 기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게 너무 좋다. 되게 힘든데도 이렇게 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실패 과정도 계속 겪고 있음에도 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연기하는 제가 때로는 무섭다. 실패한 작품에 마음 아프고 죽을 거 같은 순간이 있는데 그럼에도 '범죄도시3' 같은 작품을 만나면 또 빨려 들어가는 거다. '나 이제 어떡하지?' 하면서도 또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라고 불타는 열정을 드러냈다.

이준혁은 "매번 하는 고민이고 '난 최악의 연기자가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배우가 아닌 일을 상상해 봤을 때, 저는 다른 직업은 못 할 거 같다. 누구나 다 이런 직업적인 딜레마가 있고 매너리즘을 겪는다고 본다. 다만 이걸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하며 살아가는 거다. 그래서 저는 프로레슬링, 예능 '장사 천재 백종원'이라든가 다른 콘텐츠들을 찾아서 보고 거기서 영향을 받아 회복하고 의미를 찾으려 한다. 나름 변주를 주기 위해 필모그래피에서 반복적인 캐릭터를 안 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굳은 심지를 보여줬다.

그는 "반려견 추모 의미로 만든 모바일 게임이 제가 지금까지 한 모든 작품 중 별점이 가장 높다"라고 뼈 있는 우스갯소리를 꺼내기도. 이내 "아직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못 만났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봐도 그렇고 제 개인적으로 봐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해서 온전히 캐릭터로서 인사드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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