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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김나라 기자
  • 입력 2023.05.30 08:30
  • 수정 2023.05.30 09:36
  • 댓글 0

'범죄도시3' 고규필, '신스틸러' 넘어선 '심(心)스틸러'

무장해제시키는 초롱이 캐릭터로 미친 존재감 발산

/사진=소속사 빅보스엔터테인먼트
/사진=소속사 빅보스엔터테인먼트

동네 호프집이나 PC방, 당구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얼굴이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위화감이 들기보다 친근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동네 형, 옆집 오빠의 느낌. 배우 고규필은 이런 정감 가는 분위기와 탄탄한 연기력을 기반으로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며 대중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대중들은 ‘열혈사제’ ‘사랑의 불시착’에 나왔던 재미있는 ‘감초배우’로 그를 기억한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매 작품 역할에 상관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해온 고규필이 올여름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3'에서 신스틸러로 맹활약, '초롱초롱' 빛났다. ‘신스틸러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공공의 적’의 유해진, ‘내부자들’ 조우진에 비견될 만큼 미친 존재감을 발산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고규필은 ‘범죄도시3’에서 강렬한 조폭 비주얼과 상반되는 어벙함과 허술함으로 가득한 중고차 업체 사장 초롱 역으로 등장,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온몸을 뒤덮은 문신에 조직 폭력배들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금목걸이, 왠지 ‘짝퉁’일 것만 같은 대문짝만한 로고가 박힌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 클러치 백까지 그러나 '곰돌이 푸' 같은 얼굴과 어수룩한 행동은 관객들을 배꼽잡게 만들며 무장해제시킨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등장하는 장면마다 큰 웃음을 선사하며 시종일관 폭주하는 영화에 숨 쉴 공간을 마련해준다. 

'범죄도시3' 홍보 과정에서 전혀 노출된 적 없던 역할이었기에, 관객들은 고규필의 기대 이상의 맹활약에 열광하고 있다. '괴물 형사' 마동석(마석도 역)이 통쾌한 불꽃 주먹을 날리고 3대 빌런 이준혁(주성철 역)·아오키 무네타카(리키 역)가 무지막지한 악행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끌고 가는 와중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고규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하찮은 '하남자'(상남자 반대말)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쫄깃한 재미를 배가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초롱이'는 사실 여느 범죄 액션물에서 볼 법한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일차원적 캐릭터다. 비중도 대사도 따져 보면 많지 않다. 이런 한계를 뚫고 역할을 맛깔나게 요리한 건 온전히 고규필의 능력이다. 오랜 무명 생활 동안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과 단단한 내공이 드디어 기회를 만나 초롱초롱 빛난 것이다. 마냥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투머치'한 초롱이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완급조절하며 ‘범죄도시3’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마동석과의 의외의 브로맨스 케미도 형성하며 클리셰 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극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고규필은 사실 무려 3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 1993년 이준익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키드캅'에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이다.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2013년 하정우의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기점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규필은 최근 배우 허정민의 캐스팅 갑질 폭로로 뜻하지 않게 무명시절 겪었던 설움이 알려져 주목을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어느 한 드라마에 캐스팅돼 촬영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출연이 번복되면서 대본을 빼앗기는 설움을 경험했던 것. 이런 설움에 좌절하지 않고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고규필은 10년 후 허정민의 표현대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고배우'가 됐다. 

/사진=SBS '가로채널' 캡처
/사진=SBS '가로채널' 캡처

고규필은 2019년 SBS 예능 '가로채널'에서 눈물로 단역 시절 겪은 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준익 감독님의 '키트캅' 출연 후 연기를 너무 못해서, 소질이 없는 것 같아 그만두고 학업에 전념했다. 대학생 때 우연찮게 지원한 KBS 공채 탤런트에 덜컥 합격해서 배우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단역을 많이 하다 보니까. 다들 단역이라고 하면 쉽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현장에 생뚱맞게 나가 적응하기 힘든 일이다. 대사가 길지도 않고 짧은데 잘하라고 강요하고. 그래서 사실 못할 때가 더 많다.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을 때, 너무 일이 없을 때 정경호의 추천으로 영화 '롤러코스터'에 출연했다. 작은 배역이었지만 욕을 엄청 많이 하는 장면이 있었다. 대사가 한 페이지 정도 됐는데 이런 분량은 처음이었다. 어렵게 OK 사인을 받고 차에 탔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라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처럼 고규필은 누구보다 기회의 소중함을 알기에 ‘범죄도시3’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웃기는 괴짜’ ‘덩치 큰 재미있는 감초’ 등으로 불리지 않고 '배우 고규필'이란 이름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킬 날이 왔다. ‘범죄도시3’로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고 '심(心)스틸러'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일만 남았다. 이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고규필의 앞으로의 연기인생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또한 8편까지 제작될 걸로 알려진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기를 기원해본다. '초롱이'의 근황이 매우매우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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