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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의 ‘리바운드’, 이기 바로 팀워크 아이가!

언더독의 반란! 한국영화 부활 신호탄 될까?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실화 기반의 스포츠 영화에, 주인공이 최약체 팀의 청춘들이라면 빤히 보이는 ‘그림’이 있다. 갈등 끝에 값진 결실을 얻으며 성장하고 감동을 선사하는 그림. 영화 ‘리바운드’에도 그런 클리셰가 난무한다. 그러나 ‘리바운드’는 클리셰를 따르면서 그 어려운 ‘진정성’을 잘 버무려낼 때, 얼마나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정석 같은 작품이다. 

과거 농구 명문고였으나 현재는 존폐 위기에 빠진 부산중앙고 농구부. 과거의 명성과 동문들의 눈치 탓에 체면치레로 존속만을 위해 모교에서 근무 중인 25세의 공익근무요원 강양현(안재홍)을 농구부 코치로 앉힌다. 마침 과거 MVP까지 차지했던 농구부 출신인 강양현은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부족한 선수층을 채우기 위해 길거리 농구를 하는 이들은 물론, 싹수 보이는 다른 학교의 농구선수와 축구부까지 전전하며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는 선수였으나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선수를 그만둔 뒤 길거리 내기 농구를 전전하던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점프력 좋은 축구선수 출신 센터 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하던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등.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어찌어찌 팀은 꾸렸지만 경력 없는 신입 코치의 승부만을 향한 집착에, 농구를 체계적으로 접한 적 없는 얕은 선수층의 오합지졸 결성이 처음부터 손발이 착착 맞을 리 만무. 군산시장배에서 농구 명문 용산고를 상대한 이들은 전략 없는 전술과 무너진 팀워크로 급기야 몰수패를 당하며 6개월 출전 정지를 받는다. 그제야 강양현은 남들 보란 듯 성공하고 싶었던 자신의 집착을 깨닫고 심기일전, 선수들을 설득하고 신입생 재윤(김민)과 진욱(안지호)을 받으며 팀으로 거듭나며 전국대회 본선을 노리게 된다.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대회에서 6명의 엔트리로 출전한 부산 중앙고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최약체 팀이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준우승까지 명승부를 이어나간 파란을 일으켰다. ‘리바운드’는 신입 코치 강양현과 6명의 선수들이 쉼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담아냈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고, ‘수리남’의 권성휘 작가와 ‘시그널’ ‘킹덤’ 등을 쓴 스타 작가이자 장항준 감독의 아내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썼다. 재미난 건 언론시사회 전까지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실제 부산중앙고를 바라보는 시선과 흡사했다는 점. 코치 역의 안재홍 외에 배우들의 인지도가 약해 예능에서 재담꾼 부부로 알려진 장항준, 김은희 부부에 오히려 눈길이 가는 형편이었고, 앞서 실화 기반 스포츠 영화 ‘카운트’가 유의미한 반응을 얻지 못한 데다, 올해 초부터 돌풍을 일으킨 농구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여전히 극장가에 건재한 까닭이다.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뚜껑을 연 ‘리바운드’는, 조금 흥분해서 말하자면 요즘 침체된 극장가, 그중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한국영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 정도로 ‘폼’이 좋다. 절대적으로 약세에 있는 약자를 뜻하는 언더독의 활약은 잘만 만들면 대중의 마음을 홀릴 요소이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질릴 만큼 많이 써먹었음에도 불구하고)에 담긴 의지와 정신은 언제나 유효하니까. 영화 속에서 부산중앙고 교장이 ‘나는 청춘, 열정, 패기 그런 건 안 믿으니 사고나 치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장이 말한 청춘, 열정, 패기는 대중문화에서 숱하게 우려먹어 겉핥기 식으로 그렸다간 오글거리기 십상인 개념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를 진심으로 담아내면 그만큼 뜨겁고 진하게 와닿는 것을 찾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리바운드’는 오글거림의 영역을 딛고 진심을 다해 진정성을 획득한다. 

특히 ‘리바운드’는 팀워크의 끈끈함이 제대로 보여준다. 일련의 사건으로 서로에게 등을 진 기범과 규혁이 어느덧 서로를 강하게 의지하는 순간이나, 농구선수로서의 미래는 그려지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자 하는 순규와 강호의 마음, 쇄골이 부러져도 팀과 함께 하고 싶은 진욱과 농구를 좋아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농구를 보여준 적 없는 재윤의 진심은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안지호, 김민 등 신선한 배우들의 열연에 기대어 빛을 발한다. 선수층의 기둥인 기범과 규혁을 연기하는 이신영과 정진운은 그 자체 ‘투샷’으로 청춘 성장물의 결을 완성하며, 평소 농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재능을 보여온 정진운은 그룹 2AM 출신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만큼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농구부였으나 초보 중의 초보인 재윤 역의 김민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주목하게 되는 얼굴.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안재홍은 안재홍의 몫을 다한다. 부산 출신으로 자연스러운 사투리에 안재홍만의 독특한 리듬을 더한 강양현은 사랑스럽고 믿음직하다. 애초 안재홍의 독주가 아닐까 싶었으나 농구는 팀플레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선수를 맡은 배우들이 받쳐주니 안재홍만 튀지 않고 팀 전체가 살아났다. 장항준 감독의 절친인 김진수, 장현성도 출연하는데, 오랜만에 보는 자연스러운 웃음의 김진수가 반갑기 그지없다. 농구를 1도 몰라도, 친절한 자막과 함께 실제 농구 중계로 익숙한 조현일 해설위원과 캐스터로 등장하는 박재민이 귀에 쏙쏙 박히는 해설을 들려주기에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리바운드’의 장점. 

실화 기반 영화의 대부분은 ‘실제는 이러이러했다’는 설명조의 에필로그와 후일담으로 끝나곤 한다. ‘리바운드’는 충실한 감정의 빌드업을 쌓아 그 빤한 마지막까지 감동을 터트린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등 도식적인 문구에 내재된 감동을 끌어내는 ‘리바운드’. 슈팅한 골이 골인되지 않고 림이나 백보드를 맞고 튀어나오는 리바운드(rebound)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 불린다. ‘리바운드’가 한국영화의 리바운드가 될 수 있을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시작한 농구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 나갈지 주목해 보자. 4월 5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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