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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을 쫓는 두 여기자의 집념, '보스턴 교살자'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디즈니+ 시리즈의 추적극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962년 미국 보스턴. 55세의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연이어 홀로 사는 노인 여성들이 살해되고 사건들 사이의 공통점이 발견되며 범죄는 연쇄살인으로 변모한다. 

디즈니+를 통해 지난 17일 국내에 공개된 영화 '보스턴 교살자(Boston Strangler)'는 1960년대 미국 전역을 뒤흔든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극중 주요 등장 캐릭터 역시 실존인물과 실제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다. 영화는 1962년부터 1년 6개월여에 걸쳐 일어난 13건의 살인사건과 살인범을 쫒는 두 여기자를 중심으로 성 차별이 만연했던 당대 시대상과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집단, 저널리즘의 모순 등 사회적인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로레타 맥러플린(키이라 나이틀리)은 세 아이와 그녀의 일을 지지해주는 자상한 남편을 둔 레코드아메리칸의 라이프 부서 소속 기자다.  가전 신제품 리뷰 쓰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회부의 사건사고 기자를 꿈꾸던 로레타는 잇따라 발생한 여성 교살 사건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본격적인 취재를 허락받은 로레타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지만 신참 사회부 여기자를 가로막는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다. 미숙한 로레타에게 사회부 데스크는 민완기자 진 콜(캐리 쿤)과 공동 취재를 지시하고, 두 사람은 '보스턴 교살자'라는 닉네임과 함께 연이은 특종보도로 주목을 끌게 된다. 신문은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 두 사람의 사진을 기사에 삽입하고,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에 마주친다. 

영화는 여성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파헤치는 여기자라는 아이러니와 피해자들을 향한 주인공의 감정, 그리고 여성에 배타적인 경찰 문화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사건을 쉬쉬하며 여성들의 안전은 뒷전인 경찰은 타 지역 경찰들과 정보 공유도 하지 않아 연쇄살인의 연결고리를 놓치기도 한다. 여기에 정당한 절차로 취재한 여기자에게 '미모를 내세워 꼬드겨 정보를 얻어냈다'는 음해도 서슴지 않는다. 합리적이고 열린 남성인 듯했던 로레타의 남편은 그녀가 점점 사건에 매몰되고 바빠지자 가정을 등한시한다며 몰아세우고, 부부 사이는 냉랭해진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렇듯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통해 '보스턴 교살자'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여성 차별과 인권이라는 당대 사회의 문제점을 담아내고 있다. 널리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영화가 전혀 새로운 이야기,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기도 하다. 무엇보다 고전물에 잘 어울리는 고혹적인 매력의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물오른 연기력으로 편견에 도전하고 끈질긴 집념으로 사건에 매달리는 기자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뛰어난 직관력과 실력, 취재력을 겸비한 진 역의 캐리 쿤과 만들어내는 멋드러진 합과 그녀들의 우정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는 범죄를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에 대한 연민과 살인마에 대한 혐오를 불러 일으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여성 피해자들의 사건을 목도하는 또 다른 여성의 시선을 통해 유대감과 공감을 느끼게 하는 연출의 묘미 덕분이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보스턴 교살자'는 범죄물로는 개운한 엔딩을 선사하는 작품은 아니다. 13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첫 사건 이후 3년만에 용의자가 체포돼 범죄를 시인하고 자백했지만 살인혐의로 기소되진 못했다. 그리고 영화는 진범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며 진지한 추적극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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