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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이덕행 기자
  • 입력 2023.03.22 09:12
  • 수정 2023.03.2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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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행' 수학을 빼버린 (수학)여행에 남은 것

/사진=SBS
/사진=SBS

수학여행의 취지는 학습 활동의 일환으로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창시절 수학여행과 관련된 기억을 더듬어보면 수학(修學)에 대한 기억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추억이다. 수학여행 역시 '여행'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SBS 새 예능 프로그램 '수학없는 수학여행'(이하 '수수행') 역시 '수학'보다는 '여행'에 초점을 맞췄다. 제목만 살펴봐도 이러한 의도가 보인다. 수학여행에서 수학이 없다면 결국 여행이다. 

'수수행'의 큰 틀은 한 학급이 수학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수수행'의 멤버는 이용진과 양세찬, 지코, 크러쉬, 최정훈, 도경수다. 85년생 이용진과 86년생 양세찬은 무리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진행까지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출연자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의견조율이 필요한 순간에만 나선다. 학급으로 비유하자면 반장 정도의 역할이다.

/사진=SBS
/사진=SBS

지코, 크러쉬, 최정훈, 디오는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지코, 크러쉬, 최정훈은 92년생이고 디오 역시 93년 1월생으로 92년생과 같이 학교를 다녔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없다. 학교에서 벗어나 수학여행이라는 휴식을 맞이한 고등학생들처럼 말이다. 

이들 사이의 묘한 친분관계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힙합 크루 팬시차일드 소속 지코와 크러쉬는 어느새 10년이 넘는 인연을 자랑한다. 디오 역시 이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지코, 크러쉬와 친분을 유지 중이다. 반면 최정훈은 다른 세 사람과 이번에 처음 만난다. 지코와 크러쉬가 중,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단짝 친구라면 도경수는 새롭게 학년이 바뀌면서 사귀게 된 친구인 셈이다. 새로운 인연 최정훈은 전학생 포지션으로 수학 여행을 통해 친해지는 그림이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출연진들이 활동명이 아닌 본명으로 표기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코는 우지호, 크러쉬는 신효섭, 디오는 도경수로 나타난다. 단순히 자막에 본명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활동명을 내려놓은 이들은 정말 연예인이 아닌 고등학생처럼 프로그램에 임한다. 다른 출연진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를 연예인이 아닌 동갑내기 친구, 동생으로 생각한다.

/사진=SBS
/사진=SBS

출연자들이 학생이라면 이들을 인솔해야 할 선생님의 역할은 최보필 PD가 맡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출연진과 다르게 최보필 PD는 전면에 나서 게임을 진행하고 다음 선택지를 제시한다. 멤버들 간의 케미가 중요했던 '런닝맨'을 연출했던 경험을 살려 멤버들의 케미도 강조한다. 

이 밖에도 쪽지 시험이라는 시스템이 수학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출연진들은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쪽지 시험을 봐야 한다. 출제 범위는 그날 가이드가 설명했던 것들이다. 이 쪽지시험은 찬스권이 걸려있기 때문에 여행을 재미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

최근 해외 여행 빗장이 풀리며 다수의 여행 예능이 범람하고 있다. '수수행'의 차별점은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여섯 멤버들의 케미스트리다. '수수행'에서 진행되는 게임이 특별히 참신하다거나 볼거리가 풍부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보게 되는 건 정말 친구처럼 때로는 물어뜯고 때로는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멤버들의 케미가 강조된 탓에 여행이 줄 수 있는 매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게임이 계속되며 홋카이도의 설원과 숙소 배정 정도를 제외하면 홋카이도라는 여행지와 여행 자체가 줄 수 있는 새로움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제 짐을 풀고 본격적인 탐방에 나서는 '수수행'이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케미만큼이나 여행 자체가 주는 매력을 잘 풀어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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