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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불발' 방탄소년단, 실패가 아닌 이유

/사진=빅히트 뮤직
/사진=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수상이 다시 한번 불발됐다. 그러나 그래미를 수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방탄소년단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제 65회 그래미 어워즈가 개최됐다. 멤버 진이 입대하며 완전체 활동을 잠시 멈춘 방탄소년단은 이번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내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방탄소년단의 수상 여부였다. 방탄소년단의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Proof)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은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 후보에 올랐다. 또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노래 '마이 유니버스'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는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다. 

3년 연속 그래미 후보에 오르며 남다른 파급력을 자랑한 방탄소년단이지만 올해에도 낭보는 전해지지 않았다.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분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올 투 웰: 더 쇼트 필름'(ALL TOO WELL: THE SHORT FILM)이 차지했으며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의 '언홀리'(Unholy)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올해의 앨범은 해리 스타일스의 '해리스 하우스'(Hary's House)에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을 제친 수상자 모두 '받을 만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5분 분량의 '올 투 웰: 더 쇼트 필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았으며 단편 영화 수준의 길이와 영상미를 자랑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과거 연애사가 연상되는 줄거리 역시 표심을 사로잡았다. 개그맨 황제성의 패러디로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언홀리'는 샘 스미스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웅장한 멜로디와 대비를 이루는 외설적인 가사가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해리 스타일스의 새 앨범은 록 앨범에 가까웠던 해리 스타일스의 기존 음악과 달리 달리 팝 앨범에 가까운 느낌으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를 수상한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해리 스타일스(하)/사진=Mnet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를 수상한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해리 스타일스(하)/사진=Mnet

그래미 어워즈는 빌보드뮤직 어워즈, 아메리칸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세 시상식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빌보드 뮤직어워즈는 차트 성적을 기반으로 수상자를 결정하고 아메리칸뮤직 어워즈는 대중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두 시상식이 성적과 대중성에 초점을 둔다면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성을 더 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미 어워즈 수상'은 방탄소년단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방탄소년단이 만약 그래미를 수상했다면 화제성이나 대중성이 아닌 음악성 역시 인정받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주요 차트와 시상식을 석권했던 방탄소년단에게 그래미 어워즈는 '그랜드 슬램'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기도 했다.

다만 방탄소년단이 그래미를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성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미 수상 이력이 없어도 좋은 음악성으로 지지를 받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던 아바(ABBA)가 대표적인 예다. 1973년 데뷔한 아바가 그래미 후보에 지명된 것은 이번 시상식이 두 번째다. 아바는 지난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코드 후보로 지명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총 4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래미가 없다고 아바가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와 음악성을 폄훼하는 음악팬들은 없다. 힙합의 아이콘 투팍, 2010년대 빌보드 차트를 강타한 케이티 페리, '샹들리에'로 유명한 시아 역시 그래미와 인연이 없지만 그들의 음악성과 성과는 모두가 인정한다. 

/사진=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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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봤을 때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의 수상을 점치기에는 활약이 부족했다. 2020년과 2021년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반면 2022년에는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를 발매했지만 전 세계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차분하게 자신들의 서사를 정리하며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는 느낌이 강했다. 국내에서도 병역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으며 음악 활동보다는 논쟁의 객체로 더 많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미는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후보 명단에 올렸다. 올해 시상식에는 방탄소년단이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단순히 화제성이 있어서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이뤄낸 음악적 성과가 뛰어났기 때문에 후보에 등재됐다는 뜻이다. 

그래미를 둘러싼 '방탄소년단의 n년 연속 기록'은 잠시 쉬어갈 확률이 높다. 멤버들의 군입대로 인해 완전체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록을 이어가지 못하고 그래미를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더 이상 좌절할 필요는 없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충분히 그들의 가치를 보여주고 증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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