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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젠지세대 매료시키는 팀 버튼의 판타지 드라마

전세계를 사로잡은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 시리즈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판타지 거장’과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 웬즈데이의 만남이 잭팟을 터뜨릴 조짐이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가 전 세계 시청 신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을 일으키는 중이다. 공개 첫 주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3개 국가에서 ‘넷플릭스 톱 10 TV(영어)’ 부문 1위에 올랐고, 오프닝 주간 동안 3억 4,123만 시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어권 드라마 최고 오프닝 시청 기록을 세웠다.

‘웬즈데이’는 팀 버튼의 신작이자 인기 프랜차이즈 ‘아담스 패밀리’ 스핀오프 시리즈로 일찌감치 넷플릭스 기대작 반열에 올랐다. 베일을 벗은 드라마는 판타지, 코미디, 호러로 일맥상통하는 감독과 원작의 세계관에 학원 추리극과 10대 성장물을 엮어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시청자들을 공략한다. 괴짜 가족 ‘아담스 패밀리’의 일원에서 독자 행보에 나선 웬즈데이는 특유의 다크함으로 팀 버튼의 아웃사이더 캐릭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동시에 자기중심적이고 개성 넘치는 고유의 성격과 스타일은 세월을 뛰어넘어 아이코닉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웬즈데이’의 원안인 ‘아담스 패밀리’는 1938년 찰스 아담스의 신문 만화에서 출발해 1960년대부터 TV시트콤과 TV애니메이션, 1990년대에 영화 시리즈, 2000년대에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이어지며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그중 대표작이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2)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인 배리 소넨필드가 연출을 맡고 라울 줄리아와 안젤리카 휴스턴이 아담스 부부 역으로 출연한 가족 코미디로 흥행과 비평에 성공했다. 괴상한 분장을 하고 능청스런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중에서 당시 아역이었던 크리스티나 리치가 끔찍한 장난을 즐기는 당돌한 소녀 웬즈데이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와 30년의 시간차를 두고 2022년에 나타난 ‘웬즈데이’에는 웬즈데이뿐 아니라 아담스 패밀리 구성원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1화에서 동생 퍽슬리를 괴롭힌 학교 남학생들에게 복수를 한 웬즈데이는 부모의 모교인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강제 전학 가는 신세가 된다. 웬즈데이를 새로운 학교에 바래다주는 길에 가족들이 동행하는데 아빠 고메즈(루이스 구스만), 엄마 모티시아(캐서린 제타존스), 집사 러치, 그리고 이번 드라마의 신스틸러 씽(빅터 도로반투)이 모습을 내민다. ‘아담스 패밀리’ 팬이라면 페스터 삼촌과 이스터에그처럼 나오는 온몸이 긴털로 뒤덮인 캐릭터 ‘잇’을 기다려도 좋다.

제작과 연출에 참여한 팀 버튼은 8부작으로 구성된 ‘웬즈데이’ 1~4화 연출을 맡아 전반부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웬즈데이의 첼로 연주, 무도회 등 인상적 장면들이 모두 팀 버튼이 연출한 회차에 포진해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세이렌, 고르곤 등 ‘별종’들이 모인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역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등장하는 팀 버튼의 판타지 미스터리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을 연상시킨다. 캐릭터, 배경, 중심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능숙한 솜씨와 블랙 코미디와 호러, 판타지가 뒤섞인 팀 버튼 특유의 리드미컬한 연출은 팬들을 마냥 즐겁게 만든다. 여기에 팀 버튼의 오랜 파트너 대니 엘프먼의 음악이 더해져 팀 버튼표 판타지의 정수를 선사한다.

‘웬즈데이’를 완성도 높은 수작으로 끌어올린 또 다른 인물은 주인공 웬즈데이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다. 영화 ‘아이언맨 3’(2013)와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2013),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시리즈 ‘너의 모든 것’ 시즌 2(2019)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은 아역 출신 배우다. 단독 주연을 맡은 ‘웬즈데이’에선 “조문객 차림의 침울한 고스족” 취급을 받는 아웃사이더지만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우정을 쌓고 성장하는 웬즈데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냉소적이고 무표정한 캐릭터에다가 살인 괴수 찾기, 우정, 연애, 자신의 근원까지 여러 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인물을 심지 굳은 눈빛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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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담스 패밀리를 연기한 배우들 외에도 눈에 띄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제냐 오르테가에 이어 타이틀 롤 두 번째에 이름을 올린 그웬돌린 크리스티는 네이모어 아카데미의 교장 윔스 역을 맡아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 ‘샌드맨’에 이어서 판타지 드라마 전문 배우로 손색없는 연기를 펼친다. ‘원조’ 웬즈데이를 연기한 크리스티나 리치가 식물학 교사 손힐로 출연해 영화 ‘아담스 패밀리’ 팬들에게 특별한 감회를 안긴다. 젊은 배우들도 두각을 나타낸다. 웬즈데이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헌터 두핸과 퍼시 하인즈 화이트, 웬즈데이의 룸메이트로 발랄한 십대를 대표하는 에마 마이어스, 웬즈데이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조이 선데이까지 라이징 스타 후보들이 쟁쟁하다.

팀 버튼이라는 강력한 자석을 장착한 ‘웬즈데이’는 알프레드 고프와 마일즈 밀러 콤비의 작품이기도 하다. ‘슈퍼맨’의 스핀오프인 ‘스몰빌’ 시리즈를 성공시킨 두 사람은 ‘웬즈데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또 한 번 범상치 않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히어로, 호러 장르로 풀어내며 야심찬 승부수를 띄운다. 첫 시즌의 가뿐한 성공으로 시즌 3, 4 제작까지 내다보는 상황이라고 하니 ‘웬즈데이’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소수자들이 소외받고 배척당하는 사회를 풍자해온 팀 버튼의 장기가 ‘별종’ 취급을 받는 모어데일의 학생들과 ‘평범이’들이라 불리는 마을 ‘제리코’ 주민들의 뿌리 깊은 갈등 관계를 부각한다.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십대들은 과연 어떤 가치를 따르고 성장해야 하는지, ‘웬즈데이’ 제작진이 괴물이 되지 않는 각성법을 명쾌하게 일러준다. “타인이 너를 규정하게 두지 말 것.” 혐오에 혐오로 응수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웬즈데이’ 시즌 2 제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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